비봉 정상에 오른다. 비봉에 오르면 사방이 뻥뚤려 다 잘보인다. 사모바위 방향을 바라본다. 첫번째 큰 봉우리가 문수봉이다, 더 먼곳으로 백운대도 보인다. 사모바위 옆으로 보면 녹색 지붕의 승가사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비봉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하산한다. 여기도 역시 경사도가 급한 바위길이라 조심히 내려온다. 바위에 등과 발을 기대고 미끄러지지 않게 지지한다. 다음엔 경사도가 40도 정도 되는 비탈 바위를 타고 내려간다. 옆으로 산객들이 많이 오르는 바위길이 있다. 나는 조금 위험한길을 선택하여 오르고 내린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길이지만 이 길이 겉보기와 다르게 더 편하고 안전하다. 비봉을 내려오면 코뿔소바위가 위용을 자랑한다. 많은 등산객들이 이곳에 올라 사진을 찍는다. 바위가 코뿔소처럼 코가 삐죽하니 튀어나와 있다. 어떤 산객들은 위험하게 그 코끝까지 가서 포즈를 취한다. 이곳은 바위도 넓고 경치도 좋아 사람들이 많다. 승가사를 통해 올라온다면 적어도 여기까진 올라와야 한다. 그러나 이곳도 조금은 가파로운 바위길로 위험하게 느껴져 초보 등산객들은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다. 이 코뿔소바위까지 올라와야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올라오면 백운대까지 뻗어 있는 북한산의 웅장한 산세를 볼 수 있다. 뾰족하니 쏫아오른 바위산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다. 조금 어려울 수도 있으나, 비봉이란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곳에서 돌아가질 않길 바란다. 만약 이곳을 올라가지 못한다면 멀지않은 곳에 사모바위가 있으니 사모바위까지는 가보길 추천한다. 그래야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있다. 비봉 바위길을 다 내려와서 사모바위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보통은 사모바위가기 전 우측으로 난 승가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이 길로 내려가면 버스 승차창까지 1시간 정도 걸리고, 등산 2시간, 하산 1시간 총 산행시간이 3시간 정도 걸린다. 조금 더 산행을 즐기고 싶으면 사모바위 방향으로 계속 걸어간다. 여기로 가면 사모바위를 지나 승가봉, 통천문, 하늘길, 문수봉, 대남문으로 이어진 길이다. 비봉능선을 따라 걷는길로 약 1시간 정도 더 소요된다. 물론 대남문을 지나 백운대로 완주 산행을 할 수도 있으나, 약 7~8시간, 길게는 10시간 정도 소요되는 긴 코스라 준비를 철저히 하고 진행해야 된다. 나는 완주를 3번 정도 했는데 쉽지않은 길이었다. 승가사로 방향은 틀어 내려온다. 낙엽이 돌길에 섞여있어 미끄럽다. 조심조심 산길을 내려온다. 약 20분 정도 내려오면 승가사 입구가 보인다. 잠시 숨을 돌리고 바로 계곡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혹 승가사를 보고 싶으면 좌측 일주문에서 약 20분정도 올라가야 한다. 절 입구에는 12지신 조각상들이 있어 자기 띠에 맞춰 사진을 찍는 재미가 있다. 승가사 9층석답이 우뚝하니 자리를 잡고 있고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이 보인다. 승가사는 마애여래좌상이 유명하다. 대웅전에서 옆에 108계단이 나오는데 이 계단을 오르면 절벽에 부조된 마애불이 있다. 고려시대 유물이라하니 한번쯤은 볼 가치가 있다. 나는 승가사를 들르지않고 계속 하산한다. 구기계곡엔 생각보다 물이 없다. 여름날 소나기가 오면 물이 콸콸흐르지만 가을날의 계곡은 물이 말라있다. 약 20분 정도 내려가면 식탁같은 테이블이 서너개 있다. 테이블에 앉아 나머지 간식을 먹는다. 여름에 올 땐 조금 더 내려가서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바위턱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그곳에가서 신발을 벗고 세수를 한다. 알탕도 가능하지만 출구가 멀지 않아 발만 당군다. 여름날 산행은 삼천사계곡을 간다. 삼천사계곡은 구기계곡보다 물이 많다. 북한산은 국립공원이라서 왠만한 계곡은 출입금지다. 그러나 푹푹찌는 여름날에 어찌 계곡을 그냥 지나칠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피한다. 나는 더위를 느끼면서도 계속 올라간다. 그러다보면 계곡 끝에서 나만의 물놀이터를 만난다. 이곳은 사람 하나만이 들어갈수 있는 좁은 계곡이다. 나는 그 계곡물에 몸을 담근다. 머리까지 푹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면 지금까지 힘들게 올라온 푹푹찌는 더위를 한순간에 날려버릴수 있다. 거기서 사모바위를 거쳐 구기계곡을 거쳐 하산하면 옷이 다 마른다. 그래서 여름산행은 삼천사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그러나 삼천사 입구까지 가려면 불광역이나 연신내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20~30분 정도를 더 가야 하기 때문에 자주 가진 않는다. 저번주 큰딸과 함께 삼천사코스를 올랐다. 삼천사길은 비교적 힘들지않아 초보자도 오를수 있는 길이다. 딸들에게 산행의 즐거움과 인내심, 체력과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그러나 딸들은 산행을 어렵게 생각하고 쉬이 다가서고 있지 못한다. 분명 처음 산을 가는것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조금 익숙해지면 산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산을 오르는 것은 인생을 두번 사는것이다. 한주동안 있었던 아니면 한달동안 있었던,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걸어온 날들을 산길을 걸의며 복기 해볼 수 있다. 산은 여러 사람이 같이 간다고 해도 마침내 나 혼자 이겨내야 하는 걸음걸음이다. 산길을 걸으며 자신과 대화를 해볼수 있다. 산길을 걸으며 인내심을 배울수 있다. 육체의 한계를 깨부수고 정상에 도달하면 성취감이 내 자신을 고취시킬 것이다. 그 성취감과 고양된 정신력을 가지고 또 한주, 한달을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 인생길이 고단하고 힘들지만 숨이 깔딱넘어갈것 같은 산행을 이겨낸다면 현실에선 조금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계곡물이 비탈을 타고 콸콸 흐른다. 여기가 구기계곡에서 가장 물이 많은곳이다. 이곳은 계곡을 넘어가는 다리가 놓여있다. 다리를 넘고 바윗길을 내려오면서 계곡물의 노래소리를 듣는다. 높지는 않지만 떨어지는 계곡물이 하얗게 포말을 만든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감상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조금 지나면 쉼터가 나온다. 구기분소에서 올라오면 여기 쉼터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 정해야 한다. 오른쪽은 대남문 방향이고 왼편은 승가사 방향이다. 이곳을 지나가면 이제 산행도 막받이에 접어든다. 한 10여분 정도 더 내려가면 구기분소 출입구가 보인다. 오늘도 아무 탈없이 비봉을 다녀왔음에 감사하다. 아직까지 건강하게 산행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언제까지 북한산을 오를수 있을진 알 수 없지만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 이 산을 찾을 수 있도록 산신령에게 기도해 본다.
내 사랑 북한산에게 "연시"를 보낸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을 왜 사랑하냐고 물어본다면
난 말문이 턱 막혀 대답하지 못할겁니다
당신이 분홍색 플라워치마를 차려입고
나에게 살랑 다가올 때
당신이 푸르른 녹색 블라우스로 갈아입고
나에게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주실 때
당신이 노랗고 붉게 화장을 하고
나에게 화려한 웃음을 보내주실 때
당신이 새하얀 머리를 이고
나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여주실 때
나는
당신 모습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을 왜 사랑하냐고 물으신다면
난 그냥,
그냥 사랑한다고 답할겁니다
만약 당신이 내 곁에 없다면
난 살아갈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