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5. 19.
지난 14일 있었던 서울 마포구 공덕동 'SK리더스뷰' 아파트 1가구 청약에 무려 4만 6931명이 몰렸다. 지난 2017년 분양 당시 당첨자 1명이 청약 부적격자로 취소되면서 해당 아파트가 분양매물로 나왔다고 한다. 2년 전 시세로 분양받을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날 오후 건설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방문자가 늘어나면서 서버가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그동안 인근 아파트 시세는 4~5억원 올랐다고 한다. 이번 당첨자 J씨는 물론, 2년전 일반 분양받았던 다른 254가구 역시 '아파트 로또'에 당첨된 셈이다.
이탈리아어로 행운을 뜻하는 '로또'가 어느덧 일상어로 자리 잡았다. 2002년 12월 국내에서 첫 발매된 로또는 이전의 정액제 복권에서 탈피, 판매액의 절반쯤 금액을 1등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초기 복권 1장 판매액은 2000원이었으나 1등 당첨자가 없으면 당첨액이 누적, 이월되면서 2003년 4월 최고 당첨금액이 407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당시 추첨일인 토요일 오후에 수 많은 사람들이 로또 판매점 앞에서 줄을 서는 풍경이 등장하기도 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턴다',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로또 1장 가격을 1000원으로 낮추고, 당첨액 누적을 제한했으나 당첨액은 평균 14억에 달한다.
로또와 로또 아파트는 일상적인 노동으로 벌 수 없는 엄청난 목돈을 안겨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당첨 확률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로또의 당첨확률은 45개의 숫자 중에 6개를 맞히는 814만분의 1이다. 반면, 로또아파트는 대체로 30대 1의 경쟁률을 넘어가지 않는다. 그만큼 로또 아파트는 당첨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참여장벽이다. 현재 로또의 구입액은 1000원으로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로또 아파트는 적어도 4~5억원, 강남지역 아파트는 10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로또 아파트 당첨은 가진 자들의 게임으로 종종 시샘과 질시의 대상이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택가격의 급상승은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 로또 당첨자들의 대거 양산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상황에다, 공급전망마저 불확실하기에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반면 정부는 다주택자를 주택가격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임대사업등록, 공시지가 상향조정, 대출규제 등의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집 가진 사람들은 세금이 올랐다고 불만이고, 서민들은 집 사기 위해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고 말한다. 이래저래 사회적 불만은 커진 것이다.
정부는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면서도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창릉동, 부천시 대장동을 신규 신도시 입지로 결정, 발표했다. 앞서 발표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 과천동 등과 합쳐 이들 지구에 약 30만 가구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이 서울아파트 수요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서울아파트 수요는 서울근교 아파트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가 기존 신도시보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서 추진되면서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 정부에 추진했던 파주운정 등 2기 신도시 주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에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제 서울의 분양시장에서는 로또 아파트가 등장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분양가액이 현재의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1년 안에 인근에서 분양한 단지의 평균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1년 이내 인근에서 분양한 사업장이 없으면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의 110%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분양가를 정하도록 한다. 건설사에서는 인근 분양단지보다 1년을 늦게 분양하면서 상승한 시장가격을 반영하려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에서 분양된 민영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569만3000원으로 지난해 3월보다 13.7% 상승했다. 분양가가 오르면서 분양 열기도, 로또 아파트의 이야기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서울 아파트 공급이 늘지 않는다면 로또 아파트는 다시 등장할 수 밖에 없다. 더 높아진 진입장벽과 함께.
홍성철 /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