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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께 영화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일이 재미있나?
그렇다. 과거에는 영화를 하게 된 동기가 소위 사회변혁의 수단으로서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선택 한 거였다. 90년대 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90년대 영화계에 들어와서는 문화운동으로서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한국영화의 생존 또한 위태로웠다.
나는 90년대 한국영화의 생존을 위한 운동을 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달라져서 영화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변모하게 됐다.
지금 갖고 있는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21세기 지식영화산업이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 또 하나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나를 실현하는 것이다. 하나는 뭔가를 표현하는 것이고, 하나는 경제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영화에 거는 목표다.
산업과 문화,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
엔터테인먼트로서 관객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거다. 그런데 즐거움이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오락적인 즐거움 뿐만 아니라 어떤 사회적인 의미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일수도 있고. 그렇게 다양한 영화들이 피어날 수 있을 때 관객들에게 영화로 즐거움을 주는 거 아닌가. 너무 코미디만 하게 되면 소수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거고. 다양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야 하고, 다양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기획시대가 하나의 사업체로서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 굳이 비중을 둔다면 문화산업이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말 그대로 문화라고 생각을 하는데, 영화는 너무 일상적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나.
그러니까 더욱더 중요한 거다. 그래서 문화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면 안 되는 거다. 그러나 지금은 수익이다.
우문이라는 전제하에 수익이 중요한가?
그렇다. 왜냐하면 기획시대는 내 개인의 회사가 아니고, 65%의 주주가 있다. 그 사람들한테 수익을 내야 한다. 이를테면 <방아쇠>를 작년에 준비했다가 투자가 안돼서 올해로 넘어왔는데 그럼 <방아쇠>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 하냐, 물론 그건 아니다. 수익이 나기를 바라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서 만든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히지는 말아야 한다. 그래서 리스크를 적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리스크가 있으니까 결국 제작비를 낮추게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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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대에서 제일 잘된 영화는?
<너에게 나를 보낸다>이다. 수익면에서도 그렇고 사회적 관념 통념을 깼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재수의 난>이다.
<이재수의 난> 이야기 좀 해달라. 마음에 든 작품인가?
맘에 들지 않았다. 나는 한국의 <브레이브 하트>같은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박광수 감독은 그게 아니었다.(웃음) 그 다음에 제작여건이 너무나 열악했다. 우리가 찍어야 할 양이 100이라면 70밖에 못 찍었다. 그걸로 완성한 거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내게 너무나 많은 교훈을 줘서 영화를 찍고 난 후에 회사 리모델링을 했다. 단순히 회사의 주주구성을 바꾼 이런 수준이 아니라 인생의 리모델링까지 겸했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사업가로 변신을 한 거다.
그럼 이 전까지는 사업이 아니었다는 얘긴가?
사업을 한다고는 생각 안 했다. 그냥 영화를 단순히 기획, 제작을 한다 생각했지. 이제는 회사를 키우고 회사의 주주와 투자자에게 수익을 내야하고, 경제적인 대책으로 생존의 경쟁을 또 세워야 하고 지겹다. (웃음)
제작자로서 주특기는 뭐라고 생각하나?
힘들고 난관이 많을 거 같으면 다들 피해가잖나. 더욱 쉽고, 편하게 가려고 하는데 나는 어렵게 가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서 난관을 돌파하는 거. 그런데서 짜릿함을 느끼는 것 같다. 너무 쉽게 쉽게 가는 건 뭔가 좀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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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할 때 스타일은 어떤가?
자발성, 자율성을 강조한다. 대신 거기에 책임을 지우고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다. 나를 빨리 대표에서 물러나게 해달라.(웃음)
그만두면 무얼 하시려고?
나는 여기에 주주로서 좀 더 우리 임직원이나 후배 영화인들이 영화를 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투자 환경이라든가 제작측면에서 100년이 가는 영화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나의 꿈이자 희망이다.
지금 진행 중인 영화들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목포는 항구다>는 서울내기 형사가 목포의 조직폭력단으로 잠입수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다. 나중에는 형사가 조폭이 돼요. <목포는 항구다>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우정, 의리 형사와 조폭이 우정과 의리를 나누는 것 이것이 색다르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아빠하고 나하고>인데 코미디 영화다. 방송 시트콤 <여고시절>을 했던 팀의 영화데뷔다.
올해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어떠한 것 같나?
<공동경비구역 JSA><살인의 추억> <집으로> 이런 것들이 세운 기록이 500만인데, 그 500만도 있지만, <가문의 영광><조폭마누라><동갑내기 과외 하기>에 든 500만이 좀 더 열성적인 관객층이다. 아무래도 우리처럼 영화를 투자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열성적인 관객층을 주요 타겟으로 하지만, 빈도수가 많은 관객층을 타겟으로 해서 <아빠하고 나하고>라든가 <목포는 항구다> <신부수업> 등을 제작하고 있다. 20세기와 21세기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서 과거의 90년대와 달라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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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영화 산업의 현단계에 있어서 스크린 쿼터제는 필요조건이다. 과거 DJ정부 하에서도 충분조건을 채워준 다음에 스크린 쿼터 제도를 논의하자고 얘길 했다. 그런데 아직 충분조건이 채워지지 않았다. 우리가 불과 2~3년 전까지 한국 영화산업이 이제는 게임 끝났다, 이제 됐다 했지만 작년, 올해 들어오면서부터 바로 위축되지 않았는가. 그만큼 우리의 한국영화와 관련된 충분조건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니까 자본도 과거에 보면 벤처 캐피탈이 주도했는데, 벤처 캐피탈은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는 자본들이었다는 거다. 그런 안정적인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는 스크린 쿼터제도는 유효하다.
다만 DJ정권 때도 그랬지만 스크린 쿼터제도가 만약 국익에 손상을 주는 거라면 원치 않는다. 따라서 한국영화 전용관 200개를 정부가 확보해서 스크린으로 확보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면 지금의 스크린 쿼터제도는 없어도 된다. 그렇지 않나? 최소한 한국영화전용관 200개만 있으면 최소한 영화를 만들어서 극장에 개봉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깐. 그 다음에 흥행은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거고.
그 동안 스크린쿼터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왔는데 극장측 입장에서는 외화는 경쟁력이 있고 한국영화는 경쟁력이 없는데 이런 인위적인 보호장치를 통해서 외국 영화를 공정한 게임을 못하게 하느냐는 거다. 한국영화는 경쟁력이 없으면 개봉하는 날 바로 막 내리지 않나. 그런데 외화는 그러질 못한다. 왜? 알잖나 골라 뽑기. 그래서 경쟁력 없는 외화들을 과도하게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거고. 그 다음 극장은 철저히 이익을 내야 하는 이익단체인데 거기한테 그런 불이익을 강요하는 거 아닌가. 그러니깐 그건 불공정한 거다. 그런 차원에서 스크린 쿼터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충분조건을 마련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스크린쿼터 문제가 불거질 때만 그때그때 대응하는 게 아니라.
기획시대에 들어가고 싶다면, 영화를 시작하고 싶어한다면 어떤 걸 갖춰야 할까?
크리에이티브하고 영화에 죽고 영화에 살겠다는 사람. (웃음)
씨네 21, 필름2.0 같은 오프라인 잡지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잘 안 본다. TV로 많이 접하지. 영화가 아무래도 젊은 층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다 보니까 트렌드도 읽어야 하고 젊은 사람들의 눈높이, 감수성을 받아들이려면 TV라는 대중매체를 봐야 한다. 그런데 느끼기에는 텔레비전이 가장 늦다. TV 가요프로그램에서 어떤 노래가 1위를 했다고 하면 실제 생활에서는 2,3주 전에 흥얼거렸던 노래들이다. 그러고 보면 인터넷이 가장 빠른 매체다. 그런데 마케팅, 트렌드를 읽는 데는 온라인을 우선시하지만, 일반 광고, 모니터 조사 같은 것은 조사기관이나 광고대행사에서 한다. 그럼 아무래도 1등을 TV매체로 치고, 2등을 조중동과 인터넷을 같은 비중으로 보고 그 다음에 스포츠지나 영화잡지들로 본다. 나는 이제 그걸 알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어떤 평가를 받는 데 있어 대중매체가 절대 우위는 아니지만, 그런 면에서 영화 전문지들의 평가도 중요하다고 본다.
실은 이게 묻고 싶었다. 맥스무비에 바라시는 점이라던가. 좀더 넓게 인터넷 영화 매체에 대해서 바라시는 게 있다면?
질적인 면에도 포커스를 맞춰서 독자로 하여금 균형 있게 상황을 인식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를 테면 우리는 관객수 절대 양만 가지고 이야기를 한단 말이다. 그렇지만 점유율이라는 게 있잖나. 100개 스크린과 200개 스크린에 개봉하는 영화가 양적으로는 어차피 200개 스크린이 많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절대 가치는 아니잖나. 그렇다면 점유율이 높았을 때 그 영화는 평가해줘야 하거든. 하지만 지금 신문을 비롯해서 매체들이 너무 양적인 평가만 하니까 관객들에게 작품을 올바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이 안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