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彼我 구분 못하는 나라의 국민들

[누구도]

동서남북] 彼我 구분 못하는 나라의 국민들

1948년 ‘통일정부 수립 운동’은
대한민국 탄생 막으려던 구호
아직도 그 미사여구에 속은 채
체제 전복 선동에 넘어가다니

유석재 기자
입력 2023.04.19. 01:12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뉴질랜드는 1893년에 세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이 인정됐는데, 한국은 1948년이 돼서야 여자에게 투표권을 줬다.’ 너무 늦었다는 의미였다. “그전까지는 식민지였기 때문에 남성 역시 보통선거에 참여할 수 없었다”며 답답해하는 반응이 많았다. 역사적 맥락을 모른 채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의 일을 평가하려 할 때 나타나기 쉬운 오류의 사례로 봐야 할 것이다.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 대다수가 북한 김정은을 미화하거나 북한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지호 기자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박지향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연구서 ‘윈스턴 처칠, 운명과 함께 걷다’에서 이런 언급을 했다.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럽에서 홀로 나치 독일과 맞선 것에 대해, 1970년대 일부 수정주의 학자들은 “히틀러와 맞서 싸우지 말고 타협해서 영국의 국력이 소모되는 것을 피했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당시 처칠이 히틀러와 손을 잡았다면 영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온전하게 보전되리란 보장이 있었을까. 그마저 굴복해 히틀러가 유럽 전역을 장악했더라면 영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지도상에서 사라졌거나, 살아남았더라도 전체주의 제국의 속국 정도로 전락했을 것이다.

이런 식의 과거사 해석은 ‘1950년 9월 더글러스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펼치지 않았더라면 한반도는 민족의 염원대로 통일됐을 것’이라는 국내 일각의 주장과 통하는 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뉴질랜드보다 훨씬 늦은 한국의 여성 참정권’이란 식으로 현재의 시점에서 단순하게 과거사를 해석한다면 얼핏 그럴듯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분명 그때 맥아더가 아니었더라면 ‘남북통일’은 불과 몇 개월 안에 실현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과연 어떤 통일이었을까. 북한군은 부산까지 침공해 한반도 전역을 점령했을 테고, 대한민국 정부는 미 극동군사령부의 비밀 작전계획처럼 사이판이나 파푸아뉴기니 같은 해외로 망명했을 공산이 크다. 적화(赤化)통일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공산주의 진영 내 소련의 위성국으로 자리 잡는 동시에, 대한민국은 수립 2년 만에 멸망한 나라로 역사에 기록됐을 것이다.


역사의 맥락을 가린 채 미사여구(美辭麗句)로 분식하고, 거기에 불순한 의도까지 더한다면, 사람들은 그 말의 화살촉이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속아 넘어가게 된다. 한 예로, 1948년 제주 4·3 사건이 ‘통일정부 수립 운동’이었다는 미사여구는 이제 전직 대통령까지도 자연스러운 듯이 쓰는 말이 됐다.

그 말은 4월 3일 제주에서 무장폭동을 일으킨 남로당의 슬로건이었고, 진짜 의도는 5·10 총선거를 무산시켜 대한민국의 탄생을 막는 것이었다. 무고한 제주도민에 대해 군경이 탄압과 학살은 자행한 것은 비난받을 일이지만, 폭동의 주체 세력이 말살하려 했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서 윤택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통일정부 운동 운운한다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대한민국에서 이처럼 피아(彼我) 구분에 혼란이 일어나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0년 전 지방 도시에서 광복절 행사 때 시립 청소년 합창단이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나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체 게바라가 쿠바의 공산 혁명을 세계로 ‘수출’한 인물이자 1960년 쿠바 정부 대표로 방북해 김일성을 만난 친북 인사였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외면한 채 그저 혁명과 저항의 아이콘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그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 국가 기간시설을 공격하고 무기를 탈취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사람을 ‘양심수’로 미화해 사면을 요구하고, 급기야 한국사 교과서에서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확대했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을 미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역사를 남이 떠먹여 주는 대로만 공부한다면 선전과 선동이 잘 먹히는 우중(愚衆)이 되기 쉽다.

앱설치

많이 본 뉴스
[사설] 文 “5년 성취 무너졌다” 무슨 ‘성취’ 있었다는 건가
[동서남북] 彼我 구분 못하는 나라의 국민들
[朝鮮칼럼 The Column] 대통령의 무박(無泊) 지방 나들이 유감


100자평15
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글쎄다
2023.04.19 05:37:13
그 대표적인 게 5.18이다. 불과 40년전 현대사조차 완전히 소설화되고 있다.

답글
1
87
2
답글을 입력해주세요.
멋진삶
2023.04.19 07:14:20
무기고 습격, 무기탈취 무장, 도청점거, 이런 행동이 마치 민주 해방운동인 것으로 미화함. 아직도 빨지산이 위대한 업적이라고 칭송하는 자들이 있지요.
밥좀도
2023.04.19 04:57:01
자유 대한민국은 사상적으로 거의 북한에 흡수 직전이다. 종북주의자나 간첩들이 활개 친다. 윤대통령과 국힘당을 주축으로 한 보수 우파는 대동단결해서 이들을 타도해야 한다. 나 몰라라 방관하다가는 북한 공산 독재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져 종말을 맞게 된다.

답글작성
82
1
삼족오
2023.04.19 06:18:07
그게 어디 통일정부 미사여구 뿐이겠나, 입만 열면 민주 정의 평등 짖어대면선 저질 악질 독선 허위 거짓 선전선동으로 대중 민중 교란시키고 속아넘어가게 하여 정권 무력적화만이 유일한 목표가 시작부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거다, 종북 추종 맹종 굴종자들은 북으로 가서 살면 되고 대한민국에는 대한민국 국민만 살면 되는거다 제발로 가지 않으면 몽땅 쓸어내는게 맞다, 의무는 없고 반국가 반국익 이적죄 여적죄 반역죄만 지으면서 호의호식 권리만 누리니 하는 얘기다

답글작성
77
0
성익
2023.04.19 06:46:17
문정권은 지난 5년간 김정은을 쫓아다니다가 나라를 망하게 할 뻔했다. 문재인을 여적죄로 처벌해야 한다. 북한주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김정은은 오로지 자기 독재 정권을 죽울 때까지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 쓰지는 못하고 공갈 협박용이다. 실제 썼다가는 그 날 미군의 반격으로 뒤진다. 문재인을 위시한 종북 주사파들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한국은 김정은의 붕괴를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후세인이나 카다피같은 붕괴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러면 우선 대북 방송 재개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폐기해야 한다. 문재인은 단지 김정은의 독재 정권을 연장하게 하였고 역사를 왜곡했다. 그 죄는 아주 크다.

답글작성
13
1
푸른하늘을
2023.04.19 06:10:41
이대로 가면 우리는 "개딸탈레반"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게될 것이다!

답글작성
13
1
ghost1
2023.04.19 06:54:45
문재인의 죄가 너무 크다

답글작성
11
0
사실과자유
2023.04.19 07:09:44
거짓과 위선의 상징..김구의 가면을 벗겨라. '통일정부' 김일성의 계략에 빠져 대한민국 수립을 반대한 자인데 역사 교과서에 너무 미화 되어 있다. 종북좌파들에 의해 이승만은 분단의 원흉처럼 묘사 되어 있고.... 안두희의 김구 저격은 왜 발생했는지, 안두희를 죽인 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이유... 등등 진실을 밝힐 때가 됐다.

답글작성
9
0
알라딘4U
2023.04.19 07:01:19
대다수의 국민들은 피아를 잘 구분합니다. 단 몇몇 종북좌익빨 갱ㅇㅣ들이 제 5열의 분란을 획책하고 가짜뉴스를 생성하는 것이지요. 내년 2024년 총선에서 여의도 국회 안에 좌파 좀비들을 모두 표로 숙청해야 합니다. 나와 우리가족 5표는 윤석렬정부를 지지합니다!

답글작성
9
0
돈조반니
2023.04.19 06:46:59
한국민들은 역사적으로 보면 선동 취약한 모지리 국민성 맞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 역사를 보고 배우지 못하는 바보 국민성 한국인

답글작성
9
0
성난총
2023.04.19 07:18:28
100만 남짓의 좌익들이 나머지 4900만의 개돼지를 세뇌시킨 결과 이제 대한민국은 적이 누군지 잃어버렸고 내 자신이 누군지 잊어버린 것이다.

답글작성
7
0
성난애니멀
2023.04.19 07:34:39
4.3 제주 무장폭동 사태시 슬로건이 "통일정부 수립" 이였다는데 전직 대통령(문재인이)도 자주 쓴다는 통일 정부 수립? 도대체 누가 통일정부 수립을 계획하고 폭동을 일으켰다는것인가? 남로당 소속 무장 폭도들이잖아 남로당은 어디 소속이야? 북한 김일성 휘하잖아 그러면 4.3사태는 김일성이가 일으킨 통일 정부 수립? 이것만 봐도 누가 예전에 문재인 이놈 공산주의자라고 했었는데 그말이 맞는거 잖아요?

답글작성
6
0
이상국 여전히
2023.04.19 06:58:16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교체해야. 좌경화된 교과서를 왜 방치하는가 ? 이주호는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를 막은 나쁜 짓을 한 사람이었다.

답글작성
5
0
신상수
2023.04.19 07:16:31
역사문화, 정신문화를 파괴 시킨 넘들은 좌파들입니다,이문화를 복구 하는데 백년이상 걸립니다 빨리 과거 문화 복구 해야 하는데 많은 시간 필오 한데 파괴시칸 넘들을 청산 해야 하는데 ..........

답글작성
4
0
토벌자
2023.04.19 07:44:37
한국사람은 잘 모르는 것에도 잘 선동되어 잘 넘어간다. 무식-무모-무지의 삼박자가 한국인들 이다.

답글작성
2
0
청진Kim
2023.04.19 07:54:20
좌좀들의 미친 망상, 구타는 비민주적이고 총살은 민주적이라는 정신나간 놈이 좌좀이다.

답글작성
1
0


많이 본 뉴스
1
[단독] “6·25때 엄마 도운 미군… 내가 美장군된 이유”
2
건설현장에 출근한 척... 11개월간 일당 챙긴 진보당 대표
3
“나중에 꼭 포스코 와” 네쌍둥이 낳은 직원 집에 회장님이 떴다
4
말 바꾼 안부수 “이화영 요구로 ‘김성태와 20년지기’ 허위 진술”
5
아파트 앞 수퍼·떡볶이집·피아노 학원 사라진 까닭
6
미용사 손에 목 졸려 발버둥치다 축 늘어진 강아지… 동물병원 CCTV 논란
7
경복궁, 전세계 BTS 아미들 성지 되다
8
[단독] “정진상, 성남시장 선거 때 내게 거짓정보 주며 YTN 오보 유도”
9
8년 전 투명망토 개발해 화제 됐던 연세대생의 근황
10
[사설] 文 “5년 성취 무너졌다” 무슨 ‘성취’ 있었다는 건가



오피니언
정치
국제
사회
경제
스포츠
연예
문화·
라이프
조선
멤버스
DB조선
조선일보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개인정보처리방침
앱설치(aos)
사이트맵
Copyr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