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명리학에서는 보통 정관, 정재, 식신, 정인을 길한 것으로 보고(소위 4길신) 편관, 상관, 편인, 겁재를 흉한 것으로 본다. (소위 4흉신)
과연 그런가? 사주명리학은 상대적인 것이다. 그 자체로는 어떠한 성질이나 길흉을 논할 수 없다.
운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십성은 제각기 길함과 흉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만약 정관이라는 길신도 비옥한 토양과 밝은 햇빛을 받으면 명예, 지위, 안정성 등 좋은 싹을 틔우겠지만 척박하고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땅에 뿌리내리면 오히려 흉한 모습으로 자라난다.
이번에는 십성의 이중성에 대하여 논할 것이다.
1. 관성
관성의 길함은 전통적으로 아주 중요하게 보았다. 과거는 신분제 사회였고 질서를 어지럽히면 안 되었기 때문에 벼슬길에 오를 때는 물론이요 사회 전반적으로 귀족이나 평민이나 할 것 없이 관성이 중요했다. 이 관성이라는 것은 잘 발현되면 그 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사주 구조나 운에서 관성을 배신하게 되면 오히려 그 길함이 그대로 흉으로 바뀌어 인생을 힘들게 만든다. 관성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에 좋을 때는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주변이 다 나를 도와주는 것 같지만 나쁠 때는 온 세상이 전부 나에게 살성으로 다가온다. 관성의 무서움이란 것은 일간을 극하기 때문에 일간에게는 일체의 항변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성이 흉으로 변해버릴 때는 꼼짝없이 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2. 재성
재성은 정재든 편재든 길신으로 본다. 그러한 재성도 흉함을 갖고 있을 것인가? 물론이다. 재성이라는 것은 많은 물상이 있지만 그 중에 단연코 최고는 계산을 하고 이재를 따지는 것에 있다. 그러니 재성이 좋은 작용을 할 때는 내가 이득을 보게 만드는 것이지만 나쁜 작용을 하게 되면 손해만 보고 살게 만든다. 그 유명한 재다신약이라는 사주도 재성이 많아 꽃밭에 둘러싸여 있는 듯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재성은 달콤한 꿀과 같은 것이다. 적당히 먹을 때는 달콤하고 좋겠지만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이빨이 썩고 건강이 악화되는 것처럼 이익을 취한 것에 따른 댓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한다. 재성이 일간을 배신해버린 사주야말로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삶의 애환을 갖고 있다.
3. 인성
인성은 정인은 물론이거니와 편인도 어느 정도는 타인으로부터 애정과 후원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인자다. 만약 편인이 존재하고 길한 작용을 한다고 하면 이 사람은 다소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여서 남들이 떡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인성이 흉하게 돌변하면 어떤 모습을 하는가? 온 세상이 나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 인성이라는 것은 어머니 치마폭이라서 타인과의 감정적 유대관계를 중시하지, 재성처럼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성이 흉한 작용을 하면 미운오리새끼가 된다. 이러한 서러움은 남자가 사회생활을 열심히 해야 하는 30~50대에 겪으면 대단히 힘들다. 인성의 능력은 열심히 팔 걷어붙이고 일을 하여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있지 않고 주변에 무형적 가치(즐거움, 비전, 지혜, 명분 등)를 선물하는 것인데 만약 그것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4. 식상
식상이 사주에 발달하면 활동적이여서 재성으로 연결되니 일반적으로는 매우 좋다. 과거와 같은 계급사회에서는 상관은 정관을 극하기 때문에 흉하게 보았으나 오늘날에는 상관도 잘만 쓰면 괜찮다. 그러한 식상이 흉하게 발현되는 사주는 실수가 잦다. 식상은 어쨌든 행동을 하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실수 없이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행동이든 말이든 잘 하지 못하면 남의 이목을 끌고 눈총을 받고 욕을 얻어먹게 된다. 설령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더라도 푼수때기라는 이미지를 얻어서 사회생활에 마이너스가 된다.
5. 비겁
비겁이 긍정적으로 발현되는 사주는 열정과 꿈이 크고 나의 자아실현을 위하여 포기 않고 전진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데, 그 이유는 비겁은 관성에 극을 받기 때문에 관성을 건드리지 않아서다. 이 모습은 실제로는 정정당당한 경쟁을 의미하게 되므로 아주 믿음직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런 모습의 비겁이 부정적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신감이 없어 열등감에 찌든 사람이 되고 자신을 패배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쓸데없는 고집으로 주변과 불협화음을 내고 재성을 극하여 주변과 발맞추지 않는 사람이 된다.
여기까지 각 십성의 명암을 알아보았다. 그러므로 사주팔자에 어떠한 한가지 십성이 세력을 잡아서 왕한 명의 경우 그 인생은 잘 풀릴 때는 그 십성의 밝은 면이 드러나서 살겠지만 안 풀릴 때는 그 십성의 어두운 면으로 일생 불행하게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