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은 지난 2020년부터 거의 매해 대벌레,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등 곤충이 집단 발생하며 미디어에 여러 번 노출된 바 있다. ‘특정 자연현상(곤충 대발생)이 한 지역에서 집중하여 발생하는 데는 어떠한 원인이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봉산을 들여다봤다."
"봉산을 끼고 있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심심찮게 ‘편백나무’가 언급되고 있었다. 은평구가 2014년부터 진행 중인 ‘봉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힐링 숲)’ 사업의 영향이다. 이 사업은 기존 산림을 베어낸 자리에 편백나무 숲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 이런 사업에 대해 구청이 발행한 보도자료들을 살펴본 결과, 대체로 새롭게 조성된 공간의 가치를 수치화해 강조하고 있었다. 원래 있던 숲이 다 사라졌다는 사실은 '1만3,400그루', '9.8㎞' 등 압도적인 숫자들에 대부분 가려져 있다."
"현장을 찾은 엄태원 숲복원생태연구소장은 30~40도에 이르는 경사지에 식재된 편백나무를 가리키며 “수분·양분 요구도가 높은 편백나무는 배수가 빠르고 수분 함량이 적은 경사지에서는 제대로 자라기 어려운 수종”이라며 “대부분 개체가 극심한 수분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인공 급수가 없으면 자생할 수 없는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편백나무 숲을 조림하고 휠체어 산책로를 건설해 이들을 토대로 사람들이 ‘힐링’하는 동안 동일한 면적의 숲이 통째로 사라졌지만, '숲을 치유하자'는 목소리는 소수에 그친다. 그 뒤 나타난 대벌레 집단 발생에 대한 후속조치로 살충제 희석액 9,200리터가 봉산 일대에 뿌려졌다. 그러곤 곧이어 러브버그가 대발생했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이 끈끈이롤트랩은 대단히 '비특이적'이어서 숲에 사는, 나무를 통로로 삼는 곤충들을 무작위로 잡아내고 있었다."
"현재 봉산의 숭실고 방면 급경사지에서는 꽃잔디를 식재하는 ‘꽃동산’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사람들이 물 호스와 스프링클러를 동원해 수시로 급수에 나서고 있지만, 가파른 경사 탓에 활착률이 낮아 꽃동산은 민둥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