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아침(06 : 20 hrs.)
붉은 꽃. 하얀 콘크리트 보도.
모든 것이 정겹게
첫눈에 들어온다.
찻길의 청홍색 신호등 마저 보석처럼 아름답다.
가까이 다가가며 보니 붉은 루비色은 좌회전 금지, 푸른 보석은 이른 아침 출근 차량에 대한 손짓이었네.
어제는 路毒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벽 산보길을 그만두었으니 더 반갑지.
철책(鐵柵) 위의 작은 새들.
오늘 집에서 출발이 좀 늦지 않았으면 이쯤에서 자주 만나는 중년 여인이 또 쾌활하게 내게 말을 건넸겠지.
내가 두 번째 벤치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 저쪽 테이블은 벌써 누가 차지했다 " 라고 하하거리며 지나간다.
요즘은 한 시간 반은 걸리는 산책길에 두세 번 쉬며, 떠오르는 동녘해와 멀리 보이는 산줄기 끝머리까지 한가히 마주한다.
화장실 가야 할 낌새만 걱정되지 않으면.
운동량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복합 감정으로 무엇이든 감탄하며 눈여겨본다.
이 나이의 누구이든 적막한 아침, 과수원 옆길 빈 벤치에 혼자 숨 쉬고 있다면 이 喜悲의 쌍곡선을 벗어나기 힘들리라.
말벗이 있으려면 무슨 가벼운 언어나 침묵도 서로 개의치 않으며, 새벽하늘의 두 조각 맑은 구름처럼 함께 떠돌 수 있으면 되겠고.
오늘 아침은 이쯤에서 집으로 가는 歸路중 가장 빠른 곳을 택하고 우편함을 뒤진 다음 좋아하는 바나나 하나와 따뜻한 커피 한잔 먹고 마셔야 되겠다.
이것은 나의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고 마지막 驛의 안갯속 모습이다 .
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