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군대 현장을 가다 - F-15K 운용 10년 공군11전비
전승의 독수리 ‘슬램 이글’ / 1800㎞ 행동반경 3시간 체공
가공할 파괴력·정밀성 무장‘ / 하늘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지난 3일 공군11전투비행단에서 합참 통합화력훈련에 참가한 F-15K가 힘차게 하늘로 비상하고 있다.
2005년 10월 7일, 차세대 전투기 F-15K 두 대가 공군 서울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6·25전쟁 개전 초기 단 한 대의 전투기도 보유하지 못했던 우리 공군이 동북아 최강의 전투기를 보유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F-15K는 전승의 독수리라는 칭호에 걸맞은 활약으로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해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10년에 걸쳐 F-15K의 전력화를 전담해온 공군11전투비행단이 있었다. F-15K 도입 10주년을 맞이해 달라진 우리 공군력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들던 지난 3일, 아지랑이가 이글대는 대구 공군 기지 활주로에 F-15K가 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F-15K가 합참 주관 통합화력훈련 참가를 위해 아지랑이를 뚫고 하늘로 솟구쳤다. F-15K 도입 10주년이자 공군11전투비행단 창설 57주년을 맞은 이날도 F-15K는 쉴 틈이 없었다. 비행은 해가 저문 야간까지 계속 이어졌다. 이렇게 F-15K가 쉴 틈 없이 비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뛰어난 성능과 작전수행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임무에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F-15K 조종사가 조종석에 탑승해 출격을 준비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슬램이글(Slam Eagle), F-15K 도입과 의미
1988년 F-5A/B와 F-4D를 대체하고 30년 이상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전투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기 전투기 사업’(F-X)이 시작됐다. 세계 각국의 첨단 전투기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2002년 F-15K가 최종 선정됐다. 한국 최초로 공개적인 획득사업을 통해 진행된 F-15K 도입은, 우리 공군이 본격적인 하이급 전투기 시대를 열게 됐음을 의미했다.
F-15K는 미 공군의 주력기 F-15E를 바탕으로 레이더 및 전자전 장비 성능 개량과 다양한 신무기가 더해져 공대공은 물론 공대지 능력이 한층 강화된 최고 수준의 전투기로 거듭났다.
2005년 도입 및 명명식에서 F-15K의 애칭이 정해졌다. 전승의 독수리를 의미하는 ‘슬램이글’이다. 슬램은 ‘전승을 거두다’, ‘타격을 가하다’라는 뜻으로 여기에 F-15의 상징인 ‘이글’을 조합해 한반도 안전보장과 전승을 달성하는 하늘의 절대강자를 상징하고 있다.
2005년 10월 최초기가 도착한 이후 공군11전투비행단은 2년 8개월 동안 치열한 F-15K 전력화를 진행했다. 이후 서울 에어쇼 전력화 행사를 통해 최초로 일반에 그 위용을 공개한 F-15K는 미국 넬리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레드 플래그(Red Flag) 훈련에 참가해 작전수행 능력을 세계에 알렸다.
2008년에는 F-15K 1차 사업분 전투기 40대 인수가 완료됐고 2012년 2차 사업으로 F-15K 21대가 추가 도입됐다. 현재 11전투비행단은 우리 군이 보유한 총 60대의 F-15K를 모두 운용하며 한반도 영공 수호와 동북아 안보환경을 주도하고 있다.
● 동북아 최강 전투기, F-15K의 압도적인 능력
F-15K는 대한민국의 방위역량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킨 주역이다. 122전투비행대대 이형재(중령 진) 비행대장은 “어떤 작전 현장이든 F-15K가 상공에 나타나면 적들은 엄청난 부담감과 두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항공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생존·유지 능력에 어마어마한 화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화력이다. 동북아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15K의 가장 큰 특징은 장거리 종심타격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적의 화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원거리 정밀타격무기를 발사해 목표를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 19개의 무장 장착대에는 최대 11톤의 무장탑재가 가능하다. 특히 SLAM-ER(Standoff Land Attack Missile-Expanded Response), 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 AIM-9X 등의 첨단무기는 가공할 파괴력과 정밀성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은 작전지속 능력이다. 1800km 수준인 행동반경과 3시간에 달하는 체공시간은 여타 전투기를 압도한다. 이는 독도나 이어도 인근에서 1시간 이상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유권 분쟁 등으로 잠재적 위협이 있는 도서 지역까지 ‘커버’가 가능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F-15K는 최대속도가 마하 2.3에 이른다. 무장 장착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구 기지로부터 독도 상공은 20분 이내에, 연평도 상공은 25분 이내에 도착해 신속하게 적을 타격할 수 있다.
˝우리가 동북아 최강 전투비행단”
하루 2회 출격은 기본, 조종사 8명 24시간 비상대기
F-35와 합동 작전 땐 시너지 효과 극대화 예상
지난 3일 어둠이 내려앉은 비행단 활주로에서 F-15K가 야간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 F-15K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차기 전투기 사업의 중요성과 F-15K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근거 없는 속설이나 오해도 간혹 있었다. F-15K 조종사로서 2012년 공군 최고의 조종사 ‘탑건’을 수상한 이형재 비행대장은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훈련과 실제 상황에서 보여준 성과가 F-15K의 위용을 방증한다”며 “F-15K 도입 이후 연합훈련에서 한국 공군은 세계 강국들과 동등한 파트너로서 위상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오해는 F-15K와 KF-16의 성능을 절대적으로 비교해 우위를 정하는 것이다. 두 기체는 임무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F-15K는 다양한 무장을 장착해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한다. 반면 KF-16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무장이 없어 더 날렵한 비행이 가능하다. 공중급유기가 도입되면 F-15K의 장점인 넓은 행동반경과 체공시간이 퇴색된다는 것도 역시 일종의 오해다. 공중급유기는 공군의 모든 기종의 작전수행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F-15K 역시 더 긴 시간 동안 작전수행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은 F-35와 같은 최신 스텔스 기종이 도입되면 F-15K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오해다. 스텔스 기능을 가진 기종과 F-15K는 임무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두 기종이 합동 작전을 펼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스텔스기가 먼저 투입돼 적의 대공망을 무력화하고 이후 F-15K가 압도적 화력으로 적진을 폭격하는 그림을 떠올려보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
공군11전투비행단 정비대대 요원들이 임무를 마친 F-15K에 장착된 무장을 해제하고 있다.
● F-15K 조종사들의 자부심과 애환
1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있는 조종사 비상대기실에는 평시에도 항상 8명의 조종사가 24시간 대기 중이다. 이들은 모두 조종복과 G-슈트를 입고 언제든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F-15K 4대도 이들과 함께 늘 출격이 완비돼 있다. 상황이 걸리면 즉각 출격해 7분 내에 지상과 교신해야 한다.
잦은 비행이 F-15K 조종사들에게는 필수다. 평소에도 하루 2회 정도 출격은 기본이고 훈련 상황 때는 3번 이상 비행할 때도 있다고 한다. 기체 성능이 뛰어나 자주 출동해야 하는 조종사만이 느끼는 애환이다.
행동반경과 체공시간이 길다는 장점도 때로는 조종사들을 괴롭힌다. 비행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보니 좁고 답답한 조종석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F-15K 조종사들은 최강의 전투기로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한다는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형재 비행대장은 “F-15K와 우리 조종사들의 존재 자체가 적에게는 위협”이라며 “실제 상황에서 적을 얼마든지 응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로 자부심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122전투비행대대 F-15K 조종사 고대산 소령은 “동북아 최강의 전투기 조종사라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해 대한민국 영공을 빈틈없이 수호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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