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는?
국내 1호 큐그레이더(커피감별사)인 서필훈 씨가 맛있는 커피를 찾아 10여 년이 넘게 전 세계를 떠돌며 겪었던 이야기를 모아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이라는 에세이를 펴냈습니다.(2020.12)
그가 서울에 네 곳, 중국 상하이와 과테말라에 각각 한 곳씩 운영하는 ‘커피리브레’는 커피업계에서 ‘커피집 사장들의 커피집’으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커피 맛을 내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에 대해 말했습니다.
“남이 내려주는 커피요.”
어느새 커피는 매끼 챙겨 먹어야 할 밥이 됐습니다. 하루 세끼의 밥 보다 더 많이 챙겨먹는 일상의 비타민인 셈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커피 산업의 5가지 트랜드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약 353잔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세계 인구 연간 1인당 소비량인 132잔보다 약 3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커피를 마셔야만 비로소 하루가 시작되고, 커피를 마셔야만 드디어 하루가 마감되는 세상입니다. 커피로 시작해서 커피로 끝나는 나날의 연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커피 한 잔 할까?” 이제 커피는 사람 간의 인연이고, 일상의 쉼표이자, 시대의 성수(聖水)가 됐습니다. 커피를 빼놓고는 일할 수도, 말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커피가 가장 맛있을까요? 커피의 종류, 내리는 방법, 마시는 장소, 함께 마시는 상대에 따라 맛 차이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최고의 맛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남이 내려준 커피입니다. 그 남이 사랑하는 님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한 여행사가 패키지여행에 나선 가정주부들에게 여행이 좋은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해서 좋아요.”,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예요.”, “힐링에 이만한 것이 어디 있나요.”, 다양한 답변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니 행복하잖아요.”였습니다.
사람은 작은 것에서 큰 힘을 얻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 내려준 커피 한 잔, 누군가 지어준 따듯한 밥 한 그릇, 누군가 건넨 담배 한 개비, 누군가 매밀은 따뜻한 손, 타인의 작은 배려에서 큰 위로를 받습니다.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가 커피 원두를 확보하기 위해 남미의 커피 농장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가 머무는 곳의 주변까지 코로나19가 폭넓에 확산되면서 외국인 이동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그는 딱히 할 일이 없게0 되자 틈나는 대로 동네의 작은 커피숍에 들러 그곳의 주인과 담소를 나눴습니다.
그가 커피 가게의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필, 커피에서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한 단어로 말해줄 수 있어?” 가게 주인이 곰곰 생각하더니 대답했습니다. “나는 관계라고 생각해. 손님과 나, 나와 커피 생산자, 나와 커피로 만나고 이어지는 모든 것들.”
남이 내려주는 커피가 맛있는 까닭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인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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