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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3
국고보조금 한국의 3분의 1
얼마 전 주간조선 커버스토리로 ‘한국 정당의 살림은 투명한가?’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를 계기로 나는 영국 정당의 회계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돈 씀씀이가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는 한국 정당과 비교해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국 정당 살림은 투명했고 공개도 잘돼 있다. 또 한국 정당이 영국 정당에 비해서 엄청난 금액의 국고보조를 받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한국 상위 두 당의 국고보조금(331억원)은 영국 상위 두 당의 국고보조금(127억원)에 비해 무려 3배가 넘었기 때문이다. 물론 양국의 정치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국고보조금 비교 결과에 대해 뭐라 평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영국 정당의 자금 공개가 한국보다 투명하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Electoral Commission)에 등록된 모든 정당은 결산서를 제출해야 한다. 선관위에 제출하는 각 정당의 자금 결산서는 당연히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 결산서(audited account)여야 한다. 제출된 결산서는 선관위 웹사이트(www.electoralcommission.org.uk)에 올려 놓는다. 2001년부터의 각 당 결산서를 클릭 4번이면 다 볼 수 있고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결산서에는 수입과 지출 내역이 자세하게 나와 있지만 더욱 상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면 각 정당에 요청하면 보내준다. 각 당의 전국 지구당 결산은 총액으로만 나오고 내역은 웹사이트에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지구당에 요청하면 당원이 아니더라도 보내준다. 정당과 지역구에 따라 실비(1~2파운드)를 받고 보내주는 곳도 있고 그냥 이메일로 보내주기도 한다. 선관위 웹사이트에 의하면 지난 3년간 연속으로 각 당들이 모두 법정 기한 내에 결산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영국 선관위는 의회에 의해 설립되었으나 독립기관이다. 선관위는 설립 목적을 ‘정당의 정치 자금을 감독하고 공정한 선거를 주관하여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해 가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설립 목적의 첫 번째가, 이름과는 달리 선거 주관이 아니라 정치자금 감독에 두는 점이 이채롭다. 선관위는 정당이 규정을 어기면 벌금 부과를 비롯해 명령, 정지 및 활동재개를 결정할 수 있다.
선관위 웹사이트에 올라 있는 영국 정당 결산서를 보면 영국 정당들이 어디서 자금을 조달하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이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당원 당비, 기부, 차입, 국고보조, 모금과 기타 상업활동 같은 수입이다. 선관위 웹사이트에 올라온 주요 두 당의 2013년 결산서를 보자. 보수당의 수입은 2532만파운드(439억5000만원)로 기부 1558만파운드(전체의 62%), 당원 당비 75만파운드(2.9%), 모금 45만파운드(1.8%), 국고보조 66만파운드(2.6%) 등이다. 야당인 노동당의 수입이 훨씬 크다. 3333만파운드(566억6000만원)로 기부 514만파운드(15.4%), 당비 568만파운드(17%), 수익활동 308만파운드(9.2%), 국고보조 691만파운드(20.7%), 연관단체 회비 802만파운드(24%) 등이다. 당비는 소액이고 기부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수당과는 달리 노동당은 당원의 당비와 연관단체(노동조합 등) 회비로 당을 운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영국 의회
영국에서 정치자금 기부는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고 이 역시 투명하게 등록, 공개되고 있다. 법에 의해 등록된 정당만 법이 인정하는 기부자(permissible donor), 즉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개인과 정치단체, 회사, 노동조합, 유사단체 등으로부터 연간 500파운드 이상의 기부를 받을 수 있다. 각 정당 중앙당의 경우 7500파운드 이상, 지구당은 1500파운드 이상의 기부는 모두 보고해야 한다. 선관위 웹사이트에는 2001년부터 기부자 명단이 모두 등록되어 있는데, 그 분량이 1797쪽에 달한다. 한 쪽당 대개 25개 이름이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2001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무려 4만4925개의 단체와 개인이 공개적으로 기부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기부 명단에는 기부자 이름, 금액, 날짜, 정당과 지구당 이름 등이 나와 있다. 선관위 웹사이트는 이 기부자 명단 때문에 영국 언론과 정치단체들에서 인기가 높다. 누가 어떤 정당에 얼마를 기부했는지가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영국 11개의 정당이 3분기까지 1491만4487파운드(253억5400만원)를 기부받았다. 역시 보수당이 674만파운드로 제일 많고 노동당 318만파운드, 자민당 275만파운드, 스코틀랜드 국민당 157만파운드 등이다. 상위 7개 정당이 거의 다 차지했다. 기부자 상위 10위를 선관위는 아예 명단을 만들어 따로 게재했다. 1위는 자민당 고위직을 지낸 조지 왓슨. 그가 유산 일부를 자민당에 내놓은 85만파운드가 최고액이다. 2위는 노동당에 상점조합이 내놓은 52만파운드, 3위가 보수당에 존 그리핀이라는 사람이 내놓은 50만파운드이다.
기부자 명단을 살펴보면 예상대로 보수당은 기업인과 상류층으로부터, 노동당은 노동조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많이 기부받았다. 이 때문에 영국 정당들이 후원자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대중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자주 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영국 국민들이 있다. 그래서 정치자금 기부 상한선을 1만파운드로 하자는 제안부터 기부금의 용도 제한까지 하자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는 거액 기부자들에게 작위를 주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누구나 알던 그 동안의 관례가 말썽이 되어 2006년 당시 현직 총리 토니 블레어가 관저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 일도 있었다. ‘작위를 위한 현금 기부 스캔들(cash for honour scandle)’이라고 불린 이 사건은 사전에 작위를 주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기부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작위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계속 정치 기부의 대가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났다. 그래서 개인과 기업 그리고 노동조합 같은 이해당사자들의 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국 정치의 본질을 바꾸자는 논의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결국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를 늘리자는 데로 귀결된다. 구체적으로 총선은 한 표당 3파운드, 유럽의회 투표는 한 표당 1파운드50펜스로 정해서 보조하자는 안까지 나온다. 그러나 안 그래도 국가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정당운영 자금까지 내놓으라는 말을 꺼낼 정치인은 쉽게 나오기 힘들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다느냐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사실 지금도 국고보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선관위 사이트에 나오는 각 당 결산보고서 중 국고보조 금액을 한번 살펴보자. 야당인 노동당이 여당인 보수당에 비해 훨씬 많은 국고보조를 받았다. 이유는 정책개발비로 보수당은 65만파운드를 받은 데 비해 노동당은 정책개발비 45만파운드에 더해 야당에만 지불되는 ‘쇼트 머니(Short Money)’라는 국고보조 691만파운드를 추가로 받았기 때문이다.(쇼트 머니는 하원의장이었던 에드워드 쇼트 경이 발의해서 1974년부터 시행하는 국고보조다. 야당이 갖는 여러 가지 애로를 극복하고 국정 파트너로서 원활한 정치활동을 도울 목적으로 책정되었다. 상원에는 같은 용도로 ‘크랜본 자금(Cranborne Money)’이 있다. 의회에 두 석 이상을 가진 야당에 직전 총선에서 얻은 득표율로 계산해서 지급한다.) 선관위 웹사이트에는 각 정당들이 이런 국고보조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나와 있다. 전체 통계를 보면 월급으로 40%, 연구조사에 55%, 사무실 임대료 4%, 여행경비 등 기타에 1% 등이다.
이제 영국 정치의 자금 문제에서 가장 경이로운 부분을 들여다보자. 영국의 정치자금은 기본적으로 조직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영국 정당 지역구에서는 조직관리비가 전혀 안 든다. 지역구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이 모여서 지역구 정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가 사는 한인타운 킹스턴시에는 ‘워드(ward)’라고 불리는 16개 동(洞)이 있다. 동에는 각 당마다 동 조직이 있다. 이 동 조직이 바로 영국 정치의 가장 작은 단위이다. 동시에 이 조직이 영국 정치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이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영국 정치는 멈춰 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있어서 당 홍보물도 각 가정으로 전달되고 유권자 성향 조사도 이뤄진다. 이 모든 동 조직 당원들의 활동이 자발적인 무보수 활동이다. 무보수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돈까지 내며 활동을 한다. 제일 중요한 정치 조직을 움직이는데 중앙당은 전혀 돈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해당 지역구 하원의원들은 이 동 단위 당원들의 힘에 의해 국회의원직을 유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은 이들을 위해 하는 일이 없다. 평당원들이 각자 추렴한 돈으로 자기 동 유권자를 상대로 인쇄물을 만들어 가가호호 자기 손으로 돌린다. 누가 자금을 주는 것이 아니다. 지역구 본부에서 후보를 위한 인쇄물이 내려와도 그것을 돌릴 뿐만 아니라 비용까지 당원들이 지불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지역구 본부에서 정한 형식에 동 시의원 입후보자 얼굴과 약력을 넣어 인쇄물을 만들었다면 그 인쇄물 경비를 동 조직에서 지불해야 한다.
하원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본부는 하원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겸하고 있으니 당연히 거기서 인쇄물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영국 당원들은 자신들 동에서 일어나는 일은 자신들 책임이라고 본다. 또 자신들 동에서는 자신들 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들 지역구에서 자기 당 후보가 하원의원이 되게 하기 위해 자신의 열정과 돈을 써가면서 당 활동을 한다. 문자 그대로 이런 풀뿌리정치 활동에 대한 대가를 받으려고 하거나 자신의 활동에 대한 반대급부를 노리고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당이 하니,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돕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지 다른 목적은 아무것도 없다는 태도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인쇄물을 돌리고, 선거철이 되면 여론조사도 하고, 투표일에는 투표 안 한 지지자 집을 방문해 독려하고 필요하면 차에 태워 투표장까지 데려간다. 이런 활동을 이들은 봉사라 하지 않는다. ‘자원’은 맞는데 봉사는 아니다. 영어의 ‘volunteer’를 ‘자원봉사자’로 번역하면 영국 정당원들 입장에서는 분명히 틀린 번역이다. 이들은 자원해서 ‘후원(support)’할 뿐이지 자신들이 하는 일을 ‘봉사(serve)’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해서 뭔가를 할 때나 봉사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때는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역구 의원 후보가 바뀌면 그 후보를 위해 일을 한다. 하원의원 후보는 바뀌어도 당은 안 바뀌고 자신들 또한 그대로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지구당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킹스턴 지역구 자민당 사무실 건물은 킹스턴 자민당 소유 건물이어서 큰 힘이 된다.(나는 자민당원이다.) 오래전 당원 한 명이 유산으로 지구당에 남긴 건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국 당원들의 당 사랑은 옆에서 보면 ‘눈물겨울 때’가 많다. 바로 이것이 영국 정치의 힘이다. 바로 이 힘 때문에 영국 하원의원들은 조직관리를 한다며 정치자금 문제로 손을 더럽힐 일이 없다.
▲ 영국 선관위 홈페이지
그래도 영국의 일반 유권자들은 정당이 왜 그렇게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 못한다. 특히 영국식 풀뿌리정치를 현장에서 해나가는 각 당의 평당원들은 더욱 이해를 못한다. 자신들이 볼 때 영국 정치는 정치자금으로 움직이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국 정당에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이유는 모두 중앙당의 ‘홍보 위주의 사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대는 이미지 홍보의 시대이다. 그래서 영국 정치도 홍보를 위해 거액 연봉의 홍보전문가를 불러들이고 홍보대행기관에 엄청난 돈을 지불한다. 그래서 돈이 필요하다는 게 중앙당의 주장인데 평당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선거철이 되면 당원들에게 중앙당 모금과에서 전화가 많이 온다. 특별 모금 편지도 자주 온다. 내 주위 당원들 중에는 중앙당에 낼 돈 있으면 우리 지구당에 기부하겠다면서 대놓고 중앙당 전화에 응대하지 말라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기본적으로 영국 정치는 전국 동네 평당원들의 잔돈푼을 모아 만든 인쇄물과 발로 뛰는 노력이 합쳐져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고 그것들이 전국적으로 모여 여당이 되고 야당이 되는 것이다.
영국의 정당 조직은 세 단계로 봐야 한다. 중앙당과 지역구 본부, 그리고 각 동마다 있는 동 조직이다. 그런데 이 세 조직은 서로 상하가 없다. 서로 도울 일은 있어도 서로 신세 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당이 의원 후보를 공천하지도 않고 선거자금을 내려 주지도 않는다. 당원이 직접 중앙당에 낸 당비 중 일부를 해당 지역구에 일부 돌려 주긴 하지만 워낙 소액이라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공정하게 얘기하면 중앙당이 더 신세 질 일이 많다.
그래서 영국 지역구 하원의원은 자신의 선거운동을 하기 위한 자금 모금은 자신이 해야 한다. 주로 모금은 ‘의원과의 저녁식사(dinner with MP)’를 통해 만들어진다. 열성당원이나 지역유지들이 티켓을 사서 자신들의 친지를 초대하는 형식으로 대개 이루어진다. 지역구 본부의 경비조달에 이보다 더 큰 방법은 없다.
내가 속한 자민당 킹스턴 지역구 연례총회가 지난 11월 14일 금요일에 있었다. 총회에 보고된 킹스턴 지역구 16개 동 단위 합계 회계 감사결산서(지구당도 회계사가 만든 감사보고서여야 한다)에 의하면 수입 총액은 9만6787.01파운드(약 1억7970만원)이고 지출은 8만2086.65파운드이다. 그중 지역구 본부 예산이 전체의 86.4%에 달한다. 지역구 본부 수입의 대부분은 개인적인 기부금과 ‘의원과의 저녁식사 모임’을 통한 모금으로 만들어낸 금액이다. 본부는 이를 사용해서 유인물도 만들고 인건비로도 충당한다. 지역구 본부 예산을 뺀 나머지 금액 1만2962.01파운드(2203만원)가 16개 동 조직의 수입이다. 당원 450명이 모은 정말 ‘눈물겨운 돈’이다.
왜 이런 표현을 썼는지 한번 살펴보자. 내가 속한 올드몰던과 센트제임스 동 조직(워낙 당원 수가 적어서 두 동을 합쳐서 운영한다)의 지난해 수입은 겨우 365파운드(62만500원)였다. 그중에서 314.18파운드를 쓰고 50.82파운드가 남았다. 365파운드 중에는 작년 킹스턴 지역구 하원의원이자 현직 영국 정부 에너지기후변화 장관인 에드 데이비가 자신의 부인을 데리고 와서 당원들과 같이 보낸 한식(韓食) 저녁파티 티켓을 판 대금 120파운드도 들어 있었다. 현직 장관이 자신이 쓰겠다고 모으는 모금도 아니고 동 조직 운영자금 모금을 위해 주말 저녁을 부인과 같이 와서 참석해 주었다. 그렇게 모인 돈이 겨우 120파운드라서 ‘눈물겨운 돈’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돈으로 우리 동 조직은 킹스턴 자민당과 에드 데이비 의원이 얼마나 킹스턴을 위해 일했는지를 소개한 지역구 본부에서 내려오는 홍보물 대금을 냈다. 국회의원 자신의 홍보물인데도 불구하고 동 조직 당원들이 낸 당비와 어렵게 모금한 돈으로 지불했다. 한국의 정서로 보면 정말 기가 막힌 일이 아닌가? 정말 저녁 한끼 값도 안 되는 돈이 20명 동 조직원들이, 그것도 현직 장관 부부를 주말 저녁에 불러서 모은 돈이라니 정말 눈물겨운 일이 아닌가? 구질구질한 잔돈푼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렇게 해서 영국 정치가 굴러가기 때문에 영국 정계는 정치 자금 문제로 시끄러울 일이 없고 정당자금 문제가 투명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자민당 킹스턴 지역구에는 당원이 450명 등록되어 있다. 이들이 에드 데이비를 4선 의원으로 만든 사람들이다. 2010년 총선에서 킹스턴 투표자 5만7111명 중 2만8428명을 설득해 4선 의원으로 당선시킨 주역들이다. 당원 한 명이 63명을 설득했다면 너무 수사적인가. 그러나 이런 평당원의 조건 없는 활동으로 영국 정치는 돌아간다. 세계 민주주의의 고향이라고 해서 영국 정치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영국도 계속해서 자신들의 제도를 개혁하고자 하는 논의가 있는 것을 보면 보완할 사항이 많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영국 정치, 특히 풀뿌리정치 단계는 정말 배울 만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름 없는 평당원의 아무 조건 없는, 어떻게 보면 소명감이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희생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봉사’ 말이다.(결국 나도 봉사 말고는 다른 적당한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권석하 / 재영칼럼니스트·‘영국인 재발견’ 저자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