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토헤리스에서 보아디아스 델 까미노까지 20킬로
침대가 푹 꺼지는 바람에 밤새 잠을 설쳤다.
오리온 트리플 그닥 시설이 좋진 않군,
5시 40분. 사위가 어두운 깜깜한 시각 길을 나선다.
또 다른 경험이다.
새소리가 반갑게 맞아주고 마을 가로등이 길을 밝혀준다.
마을이 참 길다 1킬로 남짓
어제 둘러 보지 못했던 곳도 꽤 있었구나.
늦은 밤 떠올라 쉽게 볼 수 없었던 하현달이 구름 사이로 반짝인다.
모스텔라레스 언덕에 오르며 연신 뒤돌아 본다. 아래쪽으로 구름이 너무 짙게 깔렸다.
불안하다.
붉게 물든 일출은 실패
아쉽지만 구름 사이로 살짝 고개 디민 일출로 만족한다.
엄마, 두 아들들과 영상통화 건강한 모습 보여드려 다행이다.
길이 너무 아름답다.
고개 너머로 평원이 이어지다 다시 내리막길
지평이 펼쳐지고 대평원의 위용을 자랑한다.
이 길을 걷게 해주심에 자연스레 감사의 마음이 솟아난다.
잔뜩 낀 구름이 그늘 한 점 없는 길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구름이 정말 미쳤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구름들의 무리.
마을없는 긴 길이 이어진다.
9.5킬로 화장실이 없다. 덕분에 참느라 혼쭐이 났다.
산티아고 길을 걷다 제일 난감한 일이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는 일이다.
대부분 마을에 있는 바르에 들러 해결하지만 오늘처럼 마을이 없는 긴 길이 이어질 때면 무척이나 민망스런 일을 겪어야 한다.
산티아고 길은 화장실에 있어서 만큼은 참 친절하지 못하다.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기초적인 생리 현상임에도ㅜㅜ
저녁식사후 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알베르게에 모인 순례자들이 모두 함께 메뉴 델 디아로 저녁식사를 했다.
참으로 화기애애하고 기분좋은 시간이었다.
씩씩한 한국의 젊은이들과 어울려 까미노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즐거웠다.
식사가 거의 마무리지어질 무렵 갑자기 긴 줄이 생겨난다.
저녁식사값을 지불하기 위한 줄
카드 계산은 안된다며 현금으로 일일이 한 명씩 계산을 한다
거의 1시간 30분여가 걸린다. 너무도 느긋하다.
그럼에도 불평없이 기다리며 잡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경하다.
이리 비합리적인 일을 보았나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여유라고 해야할 지 비합리라고 해야할지 조차 헛갈린다.
그렇지만 오늘도 사랑스런 길
멋진 구름과 함께 한 운좋은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