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곡 장편소설
소명 召命과 보속 補贖
도서출판 두엄/ 2025년 10월 30일 초판발행(신국판270쪽)/ 정가 13,000원
ISBN 979-11-93360-28-6 (03810)
■ 서평
이병곡 작가의 장편소설 『소명과 보속』을 읽는 내내 ‘살은 자者는 죽은 자를 증언하라/ 죽은 자者는 살은 자를 고발하라’는 신동집 시인의 시 「목숨」 의 한 구절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랬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공간, 그리고 분단과 전쟁을 거치는 70여 년간의 베일에 가려진 북녘땅의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이병곡 작가는 마치 현장에서 취재한 것처럼 생생하게 고발하고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잔혹한 일제 탄압,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독일에서 파견된 성베네딕도회 수도자들과 이 땅의 신부와 신도들이 원산을 중심으로 소명의 끈을 놓지 않고 인류애를 위해 헌신하는 장면들은 크나큰 울림을 준다.
1964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20세기 종교문학의 수작’이라고 평가받았던, 게다가 한국계 문학으로선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김은국Richard E. Kim의 장편소설 『순교자The Martyred』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던 이 땅의 흑역사의 한 단면을 일깨워 준 작가에게 감사드리며, 종교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 김춘복 소설가
■ 작가의 말
몇 년 전 우연히 일제강점기 시대인 1929년 원산총파업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그 시대 전국 최대의 노동운동이었다. 이 파업은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민족의 자존심과 노동자의 권리를 만방에 알리는 큰 쾌거였다. 비슷한 시기에 가톨릭 신문에서, 지금은 북녘에 있는 원산대목구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천주교에서는 1920년 조선에서 가장 낙후된 함경도와 북방의 간도 일대를 원산대목구로 설정하고, 독일에서 진출하여 경성에서 선교사업을 하고 있던 성베네딕도수도회에 사목을 맡겼다. 수도회는 덕원에, 교구는 원산에 자리를 잡아 1949년까지 선교와 교육, 사회사업을 펼쳤다.
나는 원산이란 도시에 호감을 느끼고 자료를 찾아 보았다. 1880년 일본에 의해 강제 개항 당시 덕원부의 조그만 어촌에 불과했지만, 일본이 이곳에 전략적으로 공장과 물류시설을 짓고, 일본인들을 이주시키기 시작했다. 이후 일제는 원산을 러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시 대륙을 침략하는 전략적인 요충지로 사용했다. 이에 원산에서는 1883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사립학교인 원산학사 설립, 1889년 방곡령 선포, 1919년 3.1만세운동, 1929년 원산노련총파업, 1930년부터 4차례의 태평양노동조합사건 등을 일으켜 일제에 대항했다. 원산은 한 마디로 소리 없는 역동의 도시였던 것이다.
해방되자마자 소련 군복을 입은 김일성이 원산을 통해 입국하여 북조선의 정권을 잡았던 일이 우연일까? 이처럼 원산 일대는 일제강점기 때 역사의 큰 축에 있었으나, 해방과 한국전쟁, 분단으로 그 치열했던 역사는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져 버렸다. 일제의 탄압에 맞서 싸운 노동자들은 이후의 행적을 알 수 없고, 수도자들은 북한 공산당에게 강제로 끌려가 수십 명이 순교했고, 전쟁 시에는 수천 수만의 납북자들과 선량한 종교인들이 학살당하거나 죽음의 행진에 끌려다녔다. 하지만 남쪽에서는 올바른 과거사 정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 반해 북쪽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필자는 원산에서 시작된 이 파노라마 같은 역사의 필름을 소설에 담고 싶어 자료를 더 깊이 수집했다. 베네딕도수도회 한국진출 100년을 기념하여 발간한 『분도통사芬道通史』(2009.11.왜관수도원 엮음)와 해방기와 한국전쟁 때 순교한 38명의 기록인 『덕원의 순교자들』(2012.분도출판사), 서울가르멜수도회에서 한국전쟁 시 납북되어 죽음의 행진과 순교를 전한 『귀양의 애가』(2012.개정.서울가르멜여자수도원)를 입수하여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고, 각종 문헌과 언론에 게재된 내용 또한 도움이 되었다.
이 글은 1900년 초 원산에서 시작하여 한반도 남쪽까지 약 70년의 역사에서 일어난 시대적, 물리적 사건을 다루기 보다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건에 개입된 개인이나 단체가 걸어온 길을 재조명해 보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소명대로 인류와 사회에 대한 헌신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졸작을 기꺼이 출간해 주신 두엄출판사(라문석 대표)와 표지 글을 써 주신 문단의 대선배 김춘복 선생님,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광복 80년, 한국전쟁 75년을 맞이하여
2025년 10월 이병곡
■ 저자 약력
이병곡<소설가, 시인>
경남 밀양 출생.
밀양초, 밀양중, 부산공업고등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
『시평』으로 시 등단.
『문학광장』으로 소설 등단.
시집 『풀의 눈물을 보았다』(시산맥), 『망새』(두엄) 출간.
장편소설 『지야의 느티나무』(두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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