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이 왔다 샘물 같은 새날이 왔으므로
그대는 하루의 마음을 또 허락받았다
그대는 돌아보는 사람이 되어라
비가 연못과 작은 돌과 우는 사람을 위로하듯이
꽃이 담장 아래와 언덕과 사랑을 밝히듯이
눈이 댓잎과 다리와 지붕을 덮는 이불이 되듯이
그대는 모두에게 공평하여라
둥근 과일과 쌀과 생선을 나누라
초승달처럼 공손하라
수행자들처럼 용서하라
그대의 말이 의자가 되게 하라
가난한 사람에겐 내일을 선물하라
어머니가 어린 누이를 업고 가듯이
그대는 하나의 생명을 업고 가라
미소가 주렁주렁 열리는 얼굴로 보아라
강물이 흘러가듯이 우연하게 하라
그래도 남는 마음이 있거든
혹여 가 닿지 않은 곳이 있을까
그 마음을 거울에게 물어보라
그대는 이 마음으로 새날에 살아라
그대는 이 일이 삼백예순날의 일이 되어라
<작자소개>
문태준 (1970~ ), 경북 김천 출신으로,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다. 불교방송 프로듀서이며
1994년 문예중앙을 통해서 시단에 등단하다. 2004년에 제17회 동서
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상, 목월문학상,
제31회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아침을 생각한다'
등의 여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