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메시지394] 의료문제 바로알자 (1)
거꾸로 밀어붙인 의료개혁
김대중의 의료파괴 행위는 오늘의 의료보험 만성 적자의 구조적 암을 심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은 아예 의료 생태계를 파괴, 공중분해 시켰다. 확인사살을 한 것이다. 윤석열이 하루빨리 연 2,000명 증원을 백지화하지 않고 버티면 그를 강제로라도 끌어내려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 그가 연 2,000명씩 의대생을 더 뽑아야 한다는 것은 복지부 간부들의 먹이사슬 공작에 부역한 것이며, 총선에서 결정적 이득을 얻기 위해 불순하게 선택한 정치 놀음이었다. 정말로 개혁이 절실한 부분은 더욱 악화시키고, 국민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의사를 나쁜 사람들로 몰아, 국민과 의사 사이에 불신을 조장하는 반역적 파괴 행위를 자행했다. 개혁의 대상은 의사가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먹이사슬 구조였다. 윤석열은 보건복지부 먹이사슬에 이용된 바보 같은 부역자였다. 악마는 복지부 주역들이고, 천사는 의료계다.
매년 2천 명을 늘리겠다는 것은 보건복지부와 병원업자들의 콜라보 이익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야합의 산물이었다. 개혁의 대상은 숫자를 늘이는 것이 아니라 암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돼야 했지만, 윤석열에게는 간단한 말만 들리고 복잡한 구조적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는 국민과 그 자신 모두에게 치명적 비극으로 나타날 것이다. 의사는 신뢰와 존경의 공간에서 자아를 실현하는 것을 행복이요 보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자존감, 이것이 의사의 생명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의사는 수전노 정도로 비하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의사가 환자 옆에 가고 싶지 않다. 모두가 미래를 포기하고 '불명예 공간'에서 탈출했다. 졸지에 36,000명의 의료인이 난파선에서 뛰어내렸다. 전공의 12,380명, 1, 2, 3, 4, 5, 6학년 휴학 15,316명, 의사시험 및 전문의 시험 포기자 6,000여 명이다. 내년도에는 의사가 안 나온다. 앞으로도 매년 생산되던 의사 3,000명씩이 매년 나오지 못할 수 있다. 참으로 큰일이다.
의사 양성기간 14년
전쟁터에서 수십- 수백 명의 생명을 좌우하는 소위, 대위를 양성하는 데에는 불과 2~4년이지만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는 14년 수련을 쌓아야 양성이 된다. 의과대학은 6년제다. 과거에는 기초소양에 해당하는 교육(의예과)이 있었지만 지금은 의료 수준의 발달로 인해 처음부터 빡세게 전문과목으로 진입한다. 이런 성격의 공부를 놓고 교육부 장관은 1년치 과목을 4개월도 안되는 15주에 속성으로 마치라 했고, 6년제를 5년제로 축소하자고도 했다. 양아치 장관인 것이다.
학비는 의대생이 가장 비싸서 연 1,300만 원 내외다. 의과대학 수는 40개. 1, 2, 3, 4, 5, 6학년은 각 3,000명 정도로 18,000~19,000명에 이른다. 학비가 왜 이렇게 비싼가? 실습수업이 빡세고, 교수 연봉도 높기 때문이다. 해부학, 혈관의 경로, 장기의 구조와 연관성 등 각자가 다 개인 현미경을 가지고 세밀히 관찰하고 익숙시켜야 한다. 의사가 교수를 겸한다. 5학년부터는 수련병원에 가서 실습을 한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현장의사들에 의해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빡세게 관찰해야 한다. 관찰력이 창조인 것이다. 6학년이 되면 [의사 국가고시]를 쳐야 한다. 실기와 필기시험, 시험에 합격하면 일반 개인의가 될 수 있고 병원도 차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졸업생은 전문의가 되는 코스를 택한다. 수련의(인턴) 1년, 전공의(레지던트) 4년, 전공의는 주 80시간씩 일하면서 진찰, 검사, 수술, 처치 등 다양한 업무에 투입된다. 내과 및 외과 1년차 전공의는 주 120시간 일한다. 일반 직장인은 하루에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하는 근무를 주 5일간 한다. 주당 40시간이다. 전공의는 그야말로 체력의 한계선에서 2배, 3배의 노동 강도를 강요받는다. 강 트레이닝인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인턴을 시작하기 전에는 군대에 가야 한다. 통상은 군의관 3년이나 보건의 3년을 거친다.
그리고 전문의 자격시험을 치른다. 여기까지 만 14년이 걸리는 것이다. 빡센 교육, 빡센 수련 실습 과정을 14년씩 거쳐야 생산되는 의사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물론 역대의 정부가 함부로 다뤄 온 것이다.
2023년,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740명, 전체 의사 수의 46.2%였다. 연세 세브란스, 삼성 서울, 서울 아산, 서울 성모병원도 40% 내외가 전공의다. 병동 관리,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 핵심 의료를 담당한다. 이들이 갑자기 사라지니 전문의와 전공의와의 팀워크가 파괴된다. 전문의는 있지만, 팀원이 없으면 전문의는 있으나 마나다. 이런 구조를 모르고 의료공무원은 의사 수가 줄었을 뿐, 기능은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명의 팀이 1명이 되면 환자수용 능력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팀워크가 깨지면 숫자는 O가 되는 것이지 2분의 1, 3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요사이 의료 공무원이나 총리 하는 얘기를 들으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전공의 연봉은 평균 7천만 원 수준, 이를 보수라고 생각하면 착취이지만 실습 수련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학비가 되는 셈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