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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댐 예정지 위치도. /서동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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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 '문정댐'(지리산댐) 건설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문정댐은 1980년대 이후 수해 때마다 정부 대책으로 제시됐다가 주민과 환경단체 반발로 여러 차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의 4대 강 정비와 연계한 부산·대구 등 대도시의 식수원 확보 차원이어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건설 예정지인 함양군은 정부와 경남도에 문정댐 추진을 건의하는 한편, 군민을 대상으로 댐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여기다 남강댐 물 부산 공급 건을 두고 골치를 앓고 있는 경남도도 홍수 대책 차원이라면서 댐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가 문정댐 건설로 서부 경남지역의 반발을 잠재워 국토해양부의 계획을 받아들이거나, 애초 문정댐을 염두에 두고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문정댐 건설 여론이 모이기를 바라며 사실상 방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태호 지사는 2007년 '댐 장기계획(2001∼2011)'에서 제외됐던 문정댐을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또 지난 1월 남강댐 물 문제로 연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책으로 문정댐을 언급했다. 지난 5일 시·군의회의장단과 간담회 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도 관계자는 "당정에서 댐 건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니 문정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건의하는 것"이라며 "수자원 해소 차원이 아니라 홍수 피해 대책이므로 남강댐 문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당정의 관심사는 홍수 대책이 아니라 대도시의 식수 확보라는 것은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잇달 발언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부산과 대구 식수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댐을 지어야 한다는 게 요지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대구 또한 문정댐 건설을 식수원 확보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구지역에는 송리원댐이 건설 절차를 밟고 있지만 관로가 너무 길어 문정댐을 짓는 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문정댐은 대구와 70㎞ 떨어져 있고 저수량이 1억 t 가까워 하루 60만 t 정도를 공급받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구 국회의원들은 환경단체와 불교계를 설득하려고 불교계에 영향력이 있는 정치권 인사를 만나는 등 물밑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함양군이 진행하고 있는 주민 서명운동도 시선을 끌고 있다. 정부가 댐 건설을 본격화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주민 합의'라는 점에서 상당한 추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 합의와 지자체 간 협의만 된다면 댐을 건설하는 것이 식수 확보와 재정 조기집행에 최적안이라는 게 최근 당정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군은 지난 1월 국토부와 경남도에 '함양댐' 건설을 4대 강 정비 사업과 연계해 조기 추진해달라고 건의문을 냈다. 군은 문정댐 대신 함양댐으로 이름만 바꿔 전체 군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 하고 있다.
이어 군은 지난달 중순부터 '함양댐 조기 추진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음 달까지 서명을 받은 후 청와대와 국토부, 정치권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가물어서 주민들이 고통을 많이 받았고, 이 때문에 함양댐 건설에 대한 주민 요구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문정댐 건설은 부산과 대구지역 식수 확보 방안이자 최근 지자체 간 '물분쟁'의 대표 사례로 떠오른 남강댐 물 부산 공급 계획의 해결책으로 떠올랐고, 정부의 댐 건설 의지와 함양군의 숙원사업과도 맞아떨어지는 '공통분모'인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7년 7월 자로 문정댐이 댐 장기계획에 포함됐으니 기본 구상은 돼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그러나 댐 건설이 확정된다 해도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발 움직임도 가시화된다. 남강댐 용수 증대 방안에 반대하는 서부경남지역 각종 대책위원회를 비롯해 식수원으로서 낙동강을 포기하는 데 반대하는 경남지역 시민·환경단체와 민주노동당, 운하백지화운동 단체도 연대를 강구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