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지난 번 같은 깜짝 방문은 없기를 바라면서 (레프리콘의 방문을 뜻하는 것 같음)
반쯤 뜬 눈으로 조심스럽게 이불 너머를 바라 보았다.
기쁘게도 나는 혼자였다.
나는 몸을 일으켜 베개로 등 뒤를 받친 다음 , 잠옷 위로 스웨터를 걸쳐 입었다.
웬 호사인가 !
내가 아침 시간을 어떻게 쓸지 계획할 수 있는 날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시간은 계속 가고 있었고 , 그렇게 한달도 금세 지나갈 것이었다.
그리고 꾸준히 명상을 하지 않는다면 , 깨달음도 없을 것이다.
마침내 오늘 , 내게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명상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아침 명상을 마친 다음에는 식사를 하고 ,
명상을 조금 더 하다가 오후에는 산책하러 나가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전통적인 아일랜드의 아침 식사
나는 명상을 하려고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했다.
그렇게 막 평화로운 상태에 들어섰을 때 , 현관문을 두드리는 갑작스러운 소리에 내 의식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을 젖히며 , 얼음장처럼 차가운 침실 바닥에 발을 내려 놓았다.
재빨리 아무 양말이나 신고 현관문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이런 잠옷 차람으로 사람을 맞이하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문을 살짝 열었다.
문 앞에서는 짧은 갈색 머리의 젊은 여성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 안녕하세요 '' ... 그녀가 말했다.
'' 저는 오툴 부인의 딸 모린 이라고 해요. ''
'' 어머니와 옆 동네에서 열리는 장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시겠어요 ? ''
모린은 오툴 부인과 전혀 닮아 보이지 않았다.
나이는 아마도 20 대 중반에 , 키는 나와 비슷해 보였다.
소년 같은 단발머리를 한 모린에게는 어머니처럼 특이해 보이는 요소가 전혀 없었다.
북미 지역 어디에서라도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작은 동네에 사는 평범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오툴 부인과 모린은 아일랜드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였다.
나는 그녀의 제안에 빠르게 고민한 다음 , 바로 수락하였다.
명상은 내일 해도 되는 것이었고 ,
그녀의 제안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을 연습하는 또 다른 기회였다.
''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갈게요. ''
나는 대답했다.
'' 그런데 , 언제 출발 하실 건가요 ? ''
'' 30 분 후에 떠나려고 해요. 모시러 올게요 ''
그녀는 바깥 대문을 향해 성큼 성큼 걸어가며 대답했다.
나는 현관문을 닫고 , 서둘러 옷을 입은 다음 차와 토스트를 준비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곳에 있을 내 친구 레프리콘 몫의 식사를 조금 더 만들어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정확히 30 분이 지났을 때 , 자동차 한 대가 대문 앞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어 보니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마른 체구의 어린 소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는 여름 원피스 위에 스웨터를 입고 , 도시적인 신발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고 있었다.
옷차림이 그다지 따듯해 보이지는 않았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소녀의 머리는 양쪽으로 가지런히 묶여 있었다.
'' 저는 새넌이에요. ''
인사를 건넨 새넌은 미국인을 데리러 가는 일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에 몹시 기뻐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저희는 지금 출발할 준비를 다 마쳤어요. ''
새넌을 따라 차로 걸어가자 , 차의 뒷문이 휙 하고 열렸다.
나와 새넌은 차 뒷문으로 들어가 , 새넌 보다 더 어려 보이는 아이 옆에 붙어 앉았다.
'' 나는 타니스야 , 네 이름은 뭐니 ? '' 내가 말했다.
아이는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새넌 보다 더 동그스름한 얼굴에 , 자신의 엄마 모린처럼 소년 같은 갈색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 저는 브리짓이에요 ''
이빨 빠진 모습으로 웃으며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은 할머니인 오툴 부인을 연상케 했다.
모린은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데 ,
그 옆으로 건장한 체격의 잘 생긴 남성이 백미러를 통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브랜던 이라고 합니다 . ''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어떻게 , 오두막에는 잘 적응하고 계신가요 ? ''
약간은 장난스러운 그의 말투로 미루어 보아 ,
그는 낡고 오래된 오두막에서 살기로 한 외국인의 결정에 놀란 것 같았다.
아일랜드 시골에 사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구식의 오두막을 기꺼이 현대식 주택으로 바꾸고 싶어한다.
따라서 브렌던과 모린은 내가 왜 그런 옛집을 선택했는지 ,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 오두막은 지내기에 괜찮아요.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들어요. ''
내가 대답했다.
'' 눅눅할 텐데요 ? ''
브랜던이 받아치며 되물었다.
'' 춥기는 하지만 괜찮아요. 오툴 부인이 불 지피는 일을 도와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저는 아직도 불 때는게 어렵더라고요. ''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브랜던은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는지 차에 기어를 넣고 , 빠르게 길을 따라 내려갔다.
나는 뒷자석의 손잡이를 꼭 붙잡았다.
달리는 속도가 빨라 , 풍경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1 차선 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
만일 반대편에서 다른 차가 오기라도 한다면 , 분명 살아남지 못할 속도였다.
캐나다에서라면 이런 길은 더 천천히 조심해서 달리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는 반대편에서 다른 차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이 보통인 것 같았다.
차가 큰 길에 들어서자 , 나는 비로소 안심하고 ,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왼편에는 언덕들이 ,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보였다.
나는 그 풍경들에 취해 생각에 잠겼다.
아일랜드에 도착한 지 사흘 밖에 되지 않았지만 , 그것보다 훨씬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이들을 따라온 것이 잘한 일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를 정당화 하기 위해 머릿 속으로 필요한 물품 목록을 작성해 보았다.
거리에 주택이 점점 많아지더니 , 몇 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어느 마을의 중심가에 도착했다.
브랜던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 자동차 시동을 끄고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마디 말도 없이 거리의 길을 따라 혼자 걸어갔다.
모린과 아이들은 그를 따라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 동행했다.
모린과 브랜던이 아무런 상의 없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 이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순간 , 전날 만났던 부부가 이심전심으로 토탄을 쌓는 모습이 떠올랐다.
어쩌면 모린과 브랜던은 장에 자주 다녔기 때문에 ,
굳이 묻지 않아도 서로가 무엇을 할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첫댓글 🌻
곧 8월이네요
시간 참 빠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