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18)
● 제1장 형제 18회
무송과 한집에서 살게 되자 금련은 하루에도 몇 차례나 경대 앞에 앉았고, 화장은 날로 짙어 갔다. 옷도 그전과는 달리 집안에서도 늘 화사한 나들이옷을 꺼내어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특기(特技)라고 할 수 있는 비파를 혼자서 타며 마치 사춘기의 계집애로 되돌아가기라도 한 듯 감미로운 연가(戀歌)를 간드러지게 불러 보기도 했다.
아침에 무송이 일어나 이층에서 내려오면 금련은 재빨리 세숫물을 떠다가 그 앞에 놓았고, 낯을 씻는 동안 수건을 들고 서 있다가 건네주곤 했다.
그리고 밥상도 따로 차려서 손수 이층으로 들고 올라갔 다. 말할 것도 없이 반찬도 늘 갖가지로 맛깔스럽게 하려고 애를 썼다.
한 번은 무대가 아내에게 볼멘 소리를 했다.
자기는 헌신짝처럼 아무렇게나 뒷전으로 젖혀놓고서 동생만 지나치게 위하는 게 슬그머니 비위에 거슬렸던 것이다.
“무송을 너무 상전 모시듯 그러지 말어”
“어머나, 당신 그게 무슨 소리에요” 형수가 시동생 위해 주는 것도 뭐 잘못인가요?“
“잘못이라기 보다도 ... ”
“그럼 뭐예요?”
“좀 지나치다 그거여”
“지나치다니 뭐가 지나쳐요? 도련님은 당신 같은 난쟁이 행상하고는 달라요. 순포도두란 말이에요. 순포도두.... 알겠어요? 호랑이 때려잡은 호걸이라고요”
무대는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그만 목이 찔끔 움츠러들고 만다. 언제나 그는 아내 앞에 그런 식이다. ‘난쟁이 행상’ 이라는 말만 나오면 기가 팍 꺾여 버리는 것이다.
무송 역시 새형수가 자기에게 지나치게 친절을 베푸는 것 같아 형 보기에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손수 밥상을 이층으로 들고 올라 오기까지 하는 형수가 힘겨워 보이기도 해서 한 번은 이런 제의를 했다.
“형수씨,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모두 같이 식사를 해도록 해요. 그게 좋겠어요”
“안돼요. 도련님. 도련님은 순포도두신데 혼자서 밥상을 받아야지요. 그리고 도련님은 출근 시간이 일정하지만, 형님은 새벽에 행상을 나설 때도 있고, 점심 때가 다돼서 나갈 때도 있으니까 식사를 모두 같이 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니까 그런 염려는 조금도 말아요”
“형수씨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래요.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내 밑에 있는 포졸 한 명을 아침저녁으로 집에 와서 일을 거들도록 하면 ... 무거운 밥상 같은 것은 그가 나르도록 하고 ...”
“싫어요. 도련님은 내 마음을 몰라주셔. 난 도련님이 좋아서 이러는 거예요”
그러면서 금련은 눈을 살짝 곱게 흘긴다.
다음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