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동시는 어떤 것인가? <내용> ☻ 일상생활 속의 흥미 있는 경험이 담겨 있다. 콩 타작을 하였다./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콩 잡아라 콩 잡아라/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콩 잡으러 가는데/어, 어, 저 콩 좀 봐라./쥐 구멍으로 쏙 들어가네.//콩 , 너는 죽었다. -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 ☻ 어린이다운 상상력과 순수한 마음이 들어 있다. 별을 보았다.//깊은 밤/혼자/바라보는 별 하나.//저 별은/하늘 아이들이/사는 집의/쬐그만/초인종//문득/가만히//누르고 싶었다. -이준관, 「별」 <표현> ☻ 개성이 뚜렷하고 단순 명쾌하다. 귀뚜라미와 나와/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귀뚤귀뚤/귀뚤귀뚤//아무에게도 아르켜 주지 말고/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귀뚤귀뚤/귀뚤귀뚤// 귀뚜라미와 나와/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윤동주, 「귀뚜라미와 나와」 <주제> ☻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방금/손수레가/지나간 자리//바퀴에 밟힌 들풀이/푸득푸득/구겨진 잎을 편다. -권영상, 「들풀」 <독자> ☻ 즐거움을 주는 재미와 익살이 들어 있다. 소가 /아기염소에게 그랬대요.//"쬐그만 게/건방지게 수염은?/또 그 뿔은 뭐람?"//그러자 아기염소가 뭐랬게요?//"쳇/아저씬 부끄럽지 않아요?/그 덩치에 아직도/'엄마 엄마'게......" -손동연, 「소와 염소」 ☻ 읽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차가 뚝 끊긴 길,/아이가 찻길로 내려서자/아버지의 손이 아이를 꼭 잡고/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린다.//순간 아버지가/벼랑 막고 선/큰 참나무처럼 보였다.//아버지,/앞으로도 많은 날/아이의 손을/꼭 잡아 주세요.//마침내 아이 혼자서도/세상의 모든 빨간 신호등을/기다렸다가 건널 때까지//파란 등이 켜졌다/빌딩 사이 하늘을 천천히 건너는 구름. -전병호, 「아버지의 손」 ☻ 읽는 이의 정서를 풍부하게 길러준다. 어젯밤엔/별빛 고운 하늘이더니/오늘 아침은 저리도 푸르다.//누구일까//아침이 오기전에/긴 장대붓으로/저리도 푸르게/칠해 놓은 사람은.//붓자국 하나 없이/저리도 깨끗하게/칠해 놓은 사람은. -하청호, 「하늘」 ♣ 좋은 동시를 쓰려면? 좋은 동시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동시를 쓰는 데 소재나 글감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하거나 겪은 것을 쓴 시, 자연 풍경을 보고 쓴 시, 상상력을 발휘해서 쓴 시, 동물과 식물에 관한 시 등 여러 모습의 동시가 있을 수 있다.
☺ 무엇이든 관심을 갖고 바라본다. 동시를 쓰라고 하면 천장만 바라보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러냐고 하면 글감이 없어서 그런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모든 것이 다 글감이다. 학교생활과 함께한 운동장, 책상, 교실, 가방, 책, 친구, 선생님은 물론이고, 길을 가면서 보는 자동차, 가로수, 시냇물 등의 자연, 그리고 집에서 겪는 여러 일들이 다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숱하게 쌓여 있는데도 그냥 무심히 지나치기 때문에 글감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주위의 모든 사물과 대화를 나누면서, 또 친구로 삼으면서 동시를 써 보도록 하자. ☺ 솔직하고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다. 사실이나 체험을 바탕으로 쓰는 산문은 흔히 글의 흐름이나 효과를 위해서 허구를 가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동시는 순수한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에 억지로 기교를 부리거나 거짓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런 데 얽매여 쓰다 보면 결국 읽는 사람한테 감동을 주지 못한다. 동시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나타내려면 글감이나 소재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자연과 사물을 살아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모든 자연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만 받아 들이면 우리는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없고,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동시 또한 쓸 수 없다. 자연이나 사물을 단순히 과학의 측면으로 바라보면 어떻게 될까. 나무는 그저 나무일 뿐이고, 별 또한 우주에 떠 있는 하나의 행성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데서 무슨 마음의 움직임이 일어나 동시를 쓰겠는가? 동시를 쓰는 사람은 자연이나 사물과 대화를 하면서 그 대화의 내용을 시로 만드는 것이다. ☺ 그림을 그리는 마음으로 쓴다. 우리가 상상화를 그릴 때는 마음 속에 먼저 그림을 그린 뒤에 그것을 도화지에 옮겨 그린다. 동시도 마찬가지다. 사물이나 자연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장면을 마음 속에 그리고 잘못된 곳은 고쳐 그린다. 그런 다음 한 장의 그림이 완성되면 그때 그것을 시로 표현해 본다. ☺ 새로운 방향으로 보고 느낀다. 꽃병을 앞에 놓고 본 내용을 표현하라면 대개 도자기로만 본다. 꽃병을 생명이 없는 도자기로만 본다면 거기서 무슨 대화가 이루어지며, 또 거기서 무슨 시상이 떠오르겠는가? 남이 미처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나만의 발상으로 새로운 방향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보고 느낀 바를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좋은 동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 되도록이면 많이 읽고 많이 쓴다. 좋은 동시를 많이 읽어 본받을 점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모방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창작을 하는 데 모방이 필요하긴 하지만,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모방의 단계를 넘어 창작의 단계로 접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흉내내거나 베껴 놓고 마치 자신의 작품인 양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잘 된 작품을 많이 읽어서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전달하는 데 적절한 표현을 찾도록 하자. ☺ 꾸밈없이 쓰되 되도록이면 짧게 쓴다. 마음에도 없는 표현을 쓰거나 어른의 시를 흉내내면서 멋만 부린 시는 좋은 동시라고 할 수 없다. 산문과 동시는 표현 방법이 분명히 다르다. 동시는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짧고 제한된 언어로 표현하는 데 그 참맛이 있다. 그러므로 같은 표현이라도 되도록이면 짧으면서 깊이를 줄 수 있는 말을 찾아서 쓰는 것이 좋다.
☺ 글자 수나 연과 행 같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을 맞추는 데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감정이 빠진 동시가 되기 쉽다. 아기가 걷기 위해서는 걸음마를 하듯이, 좋은 동시를 쓰는 데도 오랜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어렵게만 생각하면 길은 더 멀어진다. 편안한 마음으로 동시와 친구가 된다는 생각으로 생각과 느낌을 잘 정리해 보자. ★ 함께 읽는 동시 감자꽃 권태응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먼길 윤석중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달밤 강소천 달밤 보름 달밤. 우리 집 새하얀 담벽에 달님이 고옵게 그려놓은 나무 나뭇가지. 달걀 윤부현 껄쭉껄쭉한 새 도화지. 예쁘게 말아 논 그 안에는 푸른 바다가 하나 가득 출렁이고 있었다. 꽃씨 최계락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어 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 떼도 숨어 있다. 봄눈 유희윤 “금방 가야 할 걸 뭐 하러 내려왔니?” 엄마는 시골에 홀로 계신 외할머니의 봄눈입니다. 눈물 글썽한 봄눈입니다. 내 동생 가포초등학교 4학년 김동환 내 동생은 얍삽하다. 우리 엄마가 무슨 일 시키면 똥 누고 싶다면서 똥 누러 간다. 내 동생은 찌증난다. 내가 뭐 해라 하면 “으아” 하면서 도망간다. 내 동생은 좋은 점이 하나밖에 없다. 자전거를 같이 타는 것밖에 없다. ★ 내가 쓴 동시 구름 오랜만에 산에 올라 구름을 만났어요 비닐 봉지 가득 넣어 두고 싶은데요 학교에 닿기도 전에 물이 되면 어떡해요 수수밭 그 가을 수수밭엔 키 큰 바람이 산단다 종일을 서성거리는 바람이 혼자 산단다 밤이면 우수수 우는 늙은 바람이 산단다 까치 발자국 밤새 눈이 왔다 산밭 까치 발자국 콩콩콩 눈길을 걸어 돌개울을 건너갔다 외딴집 빈 장독대에 한나절을 놀다 갔다 저만치 바람 속에 흔들리는 둥우리 하나 놀다가 돌아갈 젠 하늘 길을 질러갔다 디뎌 간 하늘에 남은 하얀 까치 발자국 이름만 불러도 풀잎, 이름만 불러도 노래하는 얼굴 깨꽃, 이름만 불러도 작고 예쁜 입술 이슬, 이름만 불러도 글썽이는 눈물 쪽배, 이름만 불러도 흔들리는 마음 소나기 삼형제 비슬산 고갯길을 홀로 넘다가 소나기 삼형제를 만났습니다 에움길 모롱이에 숨어 있다가 산기슭 옹당못물 길어다 붓는 소나기 삼형제를 만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