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30주년입니다.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하늘이 무심치 않다고나 할까요? 5.18은 마치 광주나 호남에 국한된 좁은 공간의 일로 치부되는 건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우리 광주시민 모두가 반성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5.18정신을 얼마나 실천해 왔으며, 정신구현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5.18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민주와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이며, 게엄군이 물러나고 모든 행정이 마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러운 사건 하나 발생하지 않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며, 시민 무두가 하나되어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항쟁의 정신은 시간이 갈수록 잊혀지고 마치 몇 사람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영웅은 필요합니다. 스토리텔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요. 훗날 역사적 사실을 서술할 때 주인공이 없으면 극이 재미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정권에 의해 항쟁의 의미와 진실이 희석돼서도 안 될 것입니다. 대통령이 오고 안 오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권이 항쟁의 역사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되살아난 독재의 악령을 연상시키는 MB정권이기에 5.18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겠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의 노래입니다. 그 노래를 기념식장에서 부르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기념식은 항쟁의 정신을 기리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누구나가 자유롭게 참여하고 그 날을 반추하는 어떠한 행동도 자유의지에 의해 표출되어야 합니다. 노래도 부르고, 어깨동무도 하고, 덩실덩실 춤도 추면서 구호도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념식을 따로 했습니다.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식과 5.18단체가 주관하는 기념식이 장소를 달리하여 열린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당연히 참석해겠지요. 오늘 신문을 보니 구 묘역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을 소개하지 않았다고 하여 사회자에게 항의했다는 기사가 실려있었습니다. 그것도 나름대로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의원이 그랬다고 써있더군요. 한심한 일입니다.
두 군데서 열리는 행사에 대해 어떻게 정치력을 발휘하여 하나로 통합하려는 노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엄숙하게 진행해야 될 행사에 자신들에 대한 소개가 뭐 그리 중요합니까? 소개하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알 텐데 말입니다. 엊그제 신문에 민주당의 지지율이 50% 이하라고 하던데 정말 실감이 납니다. 경선관리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민심을 대변하지 못하는 점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의원 대접만 받으려하는 행태가 시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습니까?
시민이 주인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 5.18 30주년을 맞이하여 저 자신부터 모두 반성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2시 광주댐 곁에 있는 호반산장에 손학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실사구시봉사단, 민심산악회, 학규마을 사람들 그리고 광주의 지지자들, 국회의원 선거 이후 춘천에서 칩거하며 민심을 깨우치기 위해 내공을 쌓고 있는 손 대표에게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입니다. 스스로를 반성하면서도 나서야 할 때는 반드시 나서서 MB독재와 싸우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잘 알아야 합니다. 진실과 허위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행동과 말이 함께 해야 합니다. 우리는 위선 속에 살고 있습니다. 말은 번지르게 하고 겉 모습은 그럴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기꾼이나 거지와 같은 행태를 하는 위선자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능력이 좀 부족하면 노력해서 채우면 되지만 인성 자체가 그릇된 사람에게는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됩니다. 이제 정권을 되찾아 오는 일은 말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그 사람을 지지하고 인정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청와대를 향해 가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고 처절한 자기 반성과 성찰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 진정성이 울림이 되어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손학규 대표는 주목받아야 할 대권주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