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 교수의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것네- 이상화의 길을 따라』(2024년 7월 15일, 중문출판사, 242쪽)는 이상화라는 시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파헤치며, 그의 시 세계와 그 시를 감상하는 방법 등을 연구한 내용을 대중이 읽기 쉽도록 문장을 바꾸어서 펴낸 책이다. 상아탑 내에서 행해진 연구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개조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 실린 내용은 내가 강연했거나 논문과 단행본으로 발표한 글들입니다. 그러나 일반 독자의 읽기에 맞추기 위해 논문의 형식을 모두 해체하고 에세이식 산문의 문체로 바꾸어서 책을 완성했습니다. 그것은 나 자신의 뜻과 이 책을 발간하는 이상화 기념사업회의 생각이 합일된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기철 교수에게 이상화는 어떤 사람인가? 이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이어서 학위 논문의 주제로 이상화를 선택했을 때, 나는 아직 지금까지 읽어왔던 이상화의 다른 면모를 찾아내어 나의 뒤를 잇는 연구자나 독자들에게 그 참된 모습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했습니다. 그러나 한 시인의 시를 깊이 있게 파악하고 회부하고 전달하는 일은 수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자료의 빈핍이 선결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나는 발로 뛰면서 자료를 찾는 데 골몰했습니다.
어렵사리 찾은 자료들이 쌓이면서 그것을 분리하고 재배치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시의 가치와 그 진위를 가리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나는 그런 일련의 작업을 하는데 꼬박 5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논문을 완성하기 전에 내가 발굴하고 수집한 자료들을 모아 많은 이본을 대교하고 다시 수정 작업을 거쳐 이상화 시 전집을 낸 것이 1982년의 일이었습니다. 돌아보면 본격적인 이상화를 연구하고 그가 쓴 시 각 편의 의미를 문맥 안에서 살피는 일은 이전에는 별로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 후 나는 몇 군데의 요청으로 이상화에 관한 책 두 권을 더 내었고, 이어서 각종 강연과 논문을 쓰면서 내가 생각했던 이상화의 시를 부족하나마 보급하고 전달하는 일에 매진했습니다.”(<책머리에 붙임> 중에서)
이 책은 시인을 어떻게 연구를 해야 하나를 보일 뿐 아니라, 시의 한 단어를 읽는 데에도 여러 해석이 있음을 드러낸다. 한편, 이 책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이상화의 아버지 이시우와 이상화가 양자 들어간 백부 이일우는 대구 근대문화를 성립시키는 데 크게 활동을 한 사람들이다. 또한 독립운동을 한 형 이상정, 역사와 스포츠를 함께 했던 동생 이상백, 그리고 그와 동인으로 활동한 현진건, 오상순, 박종화 등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역사 안에서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책에는 부록으로 이근상 시인의 시 세계와 생애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