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4 광주 15차 피케팅&짧은 재판후기 + 잠시 작별인사^^
이런저런 일들로 오랜만에 피켓을 들었습니다. 날은 봄날인데, 날'만' 봄날이었네요. 오늘 12시부터 법원 앞에서 피케팅을 했는데,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지 그동안 받을 인사와 그동안 받을 욕을 한번에 몰아서 받았습니다.
처음엔 대부분 그냥 지나쳐 가시고.. 몇몇분이 수고하시라, 식사는 하셨냐 안부를 물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삼십분쯤 지났나, 아저씨 셋이 나란히 걸어오시는데 저 먼 발치에서부터 피켓 문구를 읽으시더군요.
"세월호의~ 진~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진실? 하! C발!! 이것들이 이제 말만 갖다붙이면~~ 어이구~~", "그렇게 크게 말하면 안돼~~ 다 들리잖아~ 저그 아가씨 화나~~" 하면서 비웃으며 지나가는데.. 오랜만에 욕먹어서 그런지, 서러워서 그런지 입 안에서 꾸물거리는 욕지거리를 차마 내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속으로 집어삼켰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쯤 지났나, 검찰 잠바 입으신 아저씨 둘이 또 나와서는 "어디서 나오셨어요~?" 하고 묻곤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 이거 모르겠네.. 이렇게 막 해도 되는건지 안되는건지.."혼잣말을 하고는 둘이서 소근거리며 돌아갔습니다. 힘도 쭉쭉 빠지고 오늘은 좀 안되는 날인가 싶어 일찍 정리하고 들어갈까 하는 찰나에, 차 한대가 옆에 멈추더니 창문을 내리고(사실 또 한소리 들을까 엄청 긴장하고 있었어요),
"학생~!! 수고해요!!" 힘차게 외쳐주셨습니다. 그 한 마디에 들어갈까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고, "감사합니다!!" 하고 다시 한시간을 쭉 버텼습니다. 이렇게 가뭄에 단비같으신 분들이 좀 많아야 힘이 나겠는데 말입니다.
2시가 다가오자 부모님들이 오셔서 간단히 인사 나누고 인증샷 한 장 찍고, 좀 서있으니 장목사님도 오시고 저도 곧 들어왔네요.
재판 시작하고, 늘 그렇듯 법정에는 무거운 공기가 깔렸습니다. 저는 눈앞에 해경을, 선장과 선원들을 두고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게 제일 어렵습니다. 무전기 버튼을 몇 번이나 2000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동시에 눌렀다가, 다시 2000분의 1의 확률로 동시에 떼서 퇴선명령 수신을 못 했을 수 있지 않느냐 하며 말도 안 되는 말들을 변호사는 말이라고 해 대고, 선장이 자필로 확인했다고, 문제 없다고 지장까지 찍었는데 이제와서 선장한테 도수 안 맞는 안경을 줘서 조서를 제대로 읽지 못 했다는 말을 하고..
휴정하는데 옆에서 한 아버님이 다른 사람한테 "속터지지? 재판이 원래 속터지는겨~" 하시는데 기분이 참.. 뭐라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네요. 다시 시작하고 나서도 그냥 비슷비슷한 진행에..
5시 조금 전에 끝났던걸로 기억합니다.
저한테 법원은 올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오게되는, 와야하는 곳이네요.
개학하기 전 길고 길었던 마지막 피케팅 후기를 마칩니다. 하지만 아직 작별인사가 남았습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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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본의아니게 요즘 리멤버0416 카페에 자주 못 들어왔는데, 거기에 작별인사까지 하려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영영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참 그렇네요.
별다른 이유는 아니고.. 고등학생이다보니 이제 개학이라서요ㅠㅠ 기숙사에 들어가면 금산 밖으로 나올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활동이 어려울 것 같아요. 피켓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집에 그냥 두는 것 보다는 하루라도 더 누군가에게 들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제가 학교에 있는 동안 광주 시민상주모임에 맡겨둡니다.
뭐 어디 외국 나가는 것도 아니고.. 작년처럼 광화문, 안산, 팽목 곳곳에서 뜬금없이 얼굴 비출테니 저 알아보시면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여름부터, 주말마다 광화문 올라가서 리본 만들던 가을을 지나 피케팅으로 불태운 겨울도 이제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목요일을 지나 금요일이 올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분들, 함께해 주실 분들 고맙습니다.
이렇게 길고 장황하게 썼는데 끝까지 읽어주신분 손~!!
만나뵈면 프리허그 해 드립니다...ㅋㅋ
첫댓글 오늘은 표정이 완전 울상이네여ㅠㅠ 이해해주세요
고마와요...
저 끝까지 다 읽었으니까 이담에 꼭 찐~한 허그 찜!!
오케이 은주님 일등!! 만나면 꼭 아는체 해요~~
규미양~~~애썼어요. 그동안 쭉~
법원앞에서 몇시간동안 만난사람들이 딱 대한민국 축소판이네요.정부를 적으로 싸우기에 너무커서 안보이니까 가엾은 유가족을 가지고 탓을 하지요. 그런데 우리는 보여요. 누구의 잘못인지. 그러니까 속좁고 눈좁은 사람들 한마디에 우리 상처받지마요!!! 학교생활충실히하고 방학때 또 만나요~~~건강하구요♡
감사합니다^^ 여름방학때 다시 만나요♥
저도 끝까지 읽었어요~ 그간 고생 많았습니다. 다시만날때까지 재미지게 생활하구요~ 저도 만나면 프리헉?^^
서희님 삼등으로 프리허그!!ㅋㅋㅋ
감사합니다^^ 당진을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