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도개와 서진도개
진돗개는 외형상 홑개와 겹개 그리고 중간적인 형태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두고 후두형 각골형 통골형으로 분류하기도 하나 여기서는 편의상 홑개, 겹개, 중간개로 표기하고자 한다. 이들의 외적인 형태는 이미 다른 사람들의 설명이 있었음으로 생략하기로 하고 이 장에서는 이러한 개들이 진도 현지의 지역에 따라 어떻게 분포되었으며 그러한 지역에 거주한 원로 분들이 보는 개들의 관점은 어떠한가를 다루고자 한다.
이 문제를 거론하기 앞서 진도에 대해서 약간 살펴보기로 하면,
진도는 한반도 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서 전국에서 세 번째 큰 섬으로서 육지군에 비하여 선돌, 고인돌이 많은 것을 보면 신석기시대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생활하였음이 입증되어 이 시기를 전후하여 "바구니섬"이라 부르게 되었다.
고려 원종 11년(1270년)에는 삼별초군의 항거로 인한 몽고군에 패하여 주민 1만여명이 포로로 잡혀가 황폐화 되었으며, 고려 말엽에는 왜구의 잦은 침략으로 100여년간(행정기관 80여년) 공도로 남아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그러므로 오늘날 진도에 사 사람들의 선조는 이 시대 이후에 들어온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은 이웃 영암과 해남 사람들이다. 조선조 태종 14년(1414)에 주민의 진도 입도를 허락하고 10년간 면세 조치를 취하였다가 9개월만에 육지로 다시 옮기는 등의 사연이 있으나, 현재 행정 조식상으로는 1읍 6개면과 유인도 49 무인도 212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역사를 갖고 있는 진도라는 섬에 우리의 천연기념물 53호인 진돗개가 있으며, 외적인 형태를 세분하면 겹개, 홑개, 중간개로 구분된다. 그러면 진돗개의 원산지인 진도에 이들의 외형적 형태가 거의 뚜렷할 정도로 겹개 홑개 중간개가 지역별로 존재하고 있었다면 어떤 관점으로 이해해야 될 것인가?
이 문제의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1960년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왜냐하면 60년대 이전까지는 그나마 자연적인 이동에 의해 유지되어 왔던 지역적인 특색이 그런 대로 남아 있었으나 그 후 당국의 적극적인 보호육성정책으로 인해 혼합되어 버렸기 때문에 현재의 기준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지역별로 편차를 보인 진돗개의 외적 형태를 알아보기 위해 1950년대부터 진돗개의 진도현지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 육지의 사냥전문가분들의 증언과 김정호 저 진도견(1979. 4.1) 에 수록을 증언을 토대로 스토리를 전개해 보고자 한다.
진도와 육지와의 교류는 최근(1985년) 연육교가 준공되기 전까지는 해남 황산에서 진도군 벽파진으로 목선에 의한 교류가 가장 많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부는 울돌목의 해류가 완만한 시간을 이용해서 녹진으로 교류하거나 개인적인 선박에 의해서 교류가 있었지만 주가 되는 것은 벽파진이었다.
지도를 살펴보면 벽파진을 위시하여 고군면과 군내면일대가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남부에는 조도와 임해면과 지산면의 일부가 위치하며 나머지 의신면과 지산면 진도읍은 중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육지 원로분들의 견해를 피력해보면,
흥미로운 것이 벽파진을 위시하여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지역일수록 겹개형에 가까운 진돗개가 많았고, 벽파진에서 멀어질수록 홑개형에 가까운 진돗개가 많이 분포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북부에 위치한 고군면의 개를 고군개 내지는 동 진도개라 하였으며, 서남부에 위치한 개를 서 진도개 그리고 조도면에 위치한 개를 조도개 내지는 피리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동진도와 서진도에 위치한 개들을 똑 같이 진돗개라하지 않고 동과 서를 세분하여 명명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인즉 다름 아닌 양자간의 외적이 형태가 지역에따라 많은 편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즉 동진도개는 요즘 말하는 겹개형에 가까워 이웃 해남개들의 외형과 가깝고 털의 모양새 또한 밀생도가 높고 긴 털이 많았으며 성품 또한 독하고 용맹스러운 면이 강했다고 하며, 반면 서진도 개라 하면 겹개와 홑개형의 중간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털의 모양새가 겹개형에 비해 단모형에 가까운 개가 많고 장이 길고 키가 컸으며, 달리기에 유리한 조건이었다고 한다. 또한 벽파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조도면에 있는 개들은 여우처럼 주둥이도 뾰쭉하며 골격의 구성도가 호리호리하여 일명 피리개라고도 하여 전형적인 홑개 형태에 가까운 개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성품 또한 영리하기는 하나 다소 수줍어하는 감이 있고 개중에는 아주 독종도 있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진도 현지 원로분들의 견해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의 견해도 있으나, 김정호 님의 저서에 수록된 여섯 원로 분들의 관점을 토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지역적으로 벽파진에 가까운 동북부에 거주한 분들은 군내면의 김재원님과 구춘홍님 두분이고 벽파진에서 먼 지역인 조도에 거주하신 분들은 소개 되지 않았다. 중간 지역에는 임회면의 임예삼님과 지산면의 장자섭님, 진도면의 채정민님, 의신면의 신균님이 소개되어 있다.
그러면 현지원로분의 개개인이 주장하고 있는 진돗개관을 외적형태 관점에서 살펴보면,구춘홍님은 얼굴은 고양이 얼굴, 발은 호랑이 발, 꼬리는 족재비 꼬리를 증언하고 있는데 이는 진돗개 겹개의 외형을 설명하고 있다. 즉 고양이 얼굴은 정면에서 보았을 때 안면이 둥근 형상이며, 홑개형의 긴 주둥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지는 주둥이 형태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랑이 발통인 옹조리형 발통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홑개형이 취하고 있는 토끼발통의 형태와는 다른 겹개형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김재원 님의 복개뚜껑의 머리통과 명주꾸리형의 주둥이 그리고 옹조리 발통 또한 겹개의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귓속의 털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귀도 작거나 너무 큰 것 보다는 적당한 크기의 두께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귓속 털의 많고 적음은 전체 피모량과도 연관지어 볼 때 빽빽한 이중모가 아닌가 생각한다.
세 번째로 임해면의 임예삼 님은 다리가 길고 허리가 길어야한다. 꼬리는 장대꼬리, 주둥이는 짧은 것 보다 긴 것, 눈은 둥근 것 보다 세모진 것 발은 말굽처럼 둥근 것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아 겹개나 홑개의 어느 한 쪽이 아닌 형질보다는 중간개로서 주둥이가 긴 개의 외형을 설명하고 있다.
네 번째로 지산면의 장자섭 님은 머리통이 야무지게 생겨야 한다는 것과 호랑이 발굽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아 겹개형을 설명한 것 같으나 다리는 힘줄이 솟아 올라야하고 대롱처럼 생겨야 한다든가 주둥이가 짧으면 콧줄이 짧고 물 때도 힘진 맛이 적다, 귀는 큰 놈이 좋지 적으면 간사하다는 표현으로 볼 때 홑개형에 가까운 외형을 함께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중간개를 설명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섯 번째 진도면의 채정민님은 장모와 숫캐는 눈이 작아야한다, 암캐는 눈이 좀 튀어 나온 듯 싶은 것이 좋다. 다리는 쭉 뻗어야하고 대쪽(죽장)세워 놓은 것 같아야하며 똥구멍 큰 놈, 벌름한 돼지 코, 널 등보다는 새우등을 우수한 개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 눈이 작은 것은 겹개형을 설명한 것 같으나 암캐의 눈이 튀어나온 듯한 눈이라든가 대쪽다리의 홑개형 외형을 함께 언급한 것으로 보아 겹개와 홑개의 복합적인 중간 개를 설명하고 있다.
여섯 번째
의신면의 신균 님은 다른 분들처럼 특징 있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으나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콧등살의 얄팍함이라든가, 앞다리의 슬비절 각의 여유라든가 발굽의 고양이 발, 똥구멍의 크기 등의 내용을 볼 때 이것도 중간개의 외형을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진도 현지의 원로 분들의 우수 견들에 대한 견해 중 공통분모라 할 정도로 강조되는 점은 발의 모양새를 호랑이 발통 즉 옹조리 발통형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겹개형의 특징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홑개형의 토끼발 형태와는 대조적인 개념이다. 또한 육지와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지역에 가까운 군내면의 구춘홍님은 고양이 얼굴이나 호랑이 발통을 피력함으로서 겹개와 다를 바 없는 외형을 제시하고 있고,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김재원님 또한 발가락의 삼각형모양 즉 홑개형의 발통을 배제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겹개의 외형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벽파진에서 멀어진 임해면의 임예삼님의 긴 주둥이, 지산면 장자섭님의 대롱같은 다리, 진도면 채정민님의 대쪽같은 다리등의 표현은 홑개형이 가미된 겹개의 외형을 설명하고 있다.
위와 같이 진도현지분들이 증언하는 우수 진돗개의 외적인 형태가 지역적으로 약간 다르게 설명되고 있다는 것은 육지 원로 분들이 바라본 "지역적으로 진돗개들의 외적인 형태에 특색이 있었다"라는 견해를 뒷받침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것을 종합해서 정리해 보면
첫째. 육지와의 교류가 많은 지역에 가까울수록 볼륨이 있는 형태의 겹개형이 많았다는 것. 둘째. 육지와의 교류가 많은 지역에서 멀어질수록 홑개형의 외적형태가 혼합되고 있다는 것. 셋째. 주둥이가 짧은 놈과 긴 놈, 귀가 작은 놈과 큰 놈, 다리와 허리가 긴 것과 짧은 것, 털의 길고 짧음, 모색의 여러 가지 등등 외적은 모양새를 다양하게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외적이 특성을 두고 주둥이는 긴 것이 좋고, 귀는 큰 것이 좋고, 다리와 허리는 긴 것이 좋다 등의 진도 현지 분들의 견해가 있는 반면에, 육지의 사냥꾼들은 크고 긴 체형은 빠르기는 하나 오래 달리는데 지구력이 부친다, 오소리 등의 맹수사냥에는 다부진 체형의 개들이 좋다, 이러한 개들은 덩치는 작아도 개들끼리 싸움이 붙었을 때도 물러서지 않고 심지어는 상대방의 목숨을 빼앗을 정도로 독하다하여 선호도의 차이를 볼 수 있지만, 개의 체형에 따라 부릴 줄 아는 식견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