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벌초하러 본가에 갔다 오느라 왕복 9시간 운전 후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까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아..좀 더 잘까..? 오늘도 벌초 차량들 땜에 많이 막히겠지..? 허리가 왤케 아프지..?
갤러리를 갈까 말까 잠깐, 아주 잠깐 고민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꼭 가야만 될거 같은 생각에 - 하이원, 한화금융 때 못 가서 이번에도 못 가면 한 달을 빠지는거라 - 이내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여주로 향합니다.
길도 생각보다 덜 막히고 청명한 가을하늘을 보면서 운전하다 보니 잠도 깨고 머리도 맑아지는 것이 몸이 금방 다 나은거 같더군요.
기아 한국오픈 이후로 근 석 달 만에 다시 만난 김 프로 오빠와 조우하여 클럽하우스에서 대기중이신 김 프로 어머님과 삼촌팬님, 푸우아찌님(아..이 분들의 김 프로님 열혈 사랑이란..ㅎㅎ)과도 인사를 나누고 그간의 안부를 묻습니다.
도착했을 때 김 프로님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퍼팅 연습하러 자리를 막 뜬 직후였습니다. 아..덜 밍기적거렸더라면 더 일찍 볼 수도 있었을텐데..아쉬움..ㅎㅎ
사실 이날 하루 종일 화두는 10월에 있을 LPGA 하나금융 챔피언십 출전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지 였습니다. 이번 대회까지 상금액 기준으로 12위까지 주어지는데 김 프로님 11위, 그 뒤를 장수연, 김해림, 이민영 프로가 포진하고 있어서 마지막날 스코어에 따라 순위가 요동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니, 한 홀 마치고나서 확인하기 바쁘고 경우의 수를 계속 따져 보게 되더군요. 한국축구 월드컵 때만 따져 볼 게 아니에요 ㅎㅎ
이번 대회 갤러리 하면서 klpga 경기위원장과 코스 매니지먼트 팀에게 처음으로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10언더를 넘기게 하지 않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있으셨다 하더라도, 이 날의 핀 위치는 정말 아니었습니다.
갤러리 입장에서는 많은 버디 트라이와 함께 버디 혹은 그 이상의 짜릿함을 맛 볼 수 있는, 그래서 환호성 질러 가면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그런 걸 원했는데, 이 날은 선수들도 파 하기 급급하고 실력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운에 많이 좌우되는 세팅이었습니다.
물론 이 날 안신애 프로가 보기 프리 5언더 기록하긴 했습니다만(안 프로는 소위 그분이 오신 날이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변별력 있는 핀 세팅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오죽 하면 선수들도 끝나고 협회에 따져야 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왔을까요.
암튼, 그래서 그런지 홀 별 상황을 몰입하면서 보기보다는 홀아웃 하고 이동하면서 다른 분들과 계속 폰 들여다 보면서 김민선이 쭉 가줘야 돼, 이민영은 그냥 있어야 되고, 김해림은 왜 스코어 업뎃이 늦지? 보기 했나? 그럼 좋은 시그널인데, 장수연은 좀어렵겠구나, 등등..속삭이듯 수다에 더 재미를 붙였네요.
뭐,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김 프로님은 결국 공동 13위로 마무리하였고, 누적상금 랭킹도 불과 25만원 정도 차이로 13위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홀까지도 12위 유지가 거의 유력한 상황이어서 다소 들떠 있던 차에 김민선 프로의 버디 펏 실패로 공동 5위 실패, 이민영 프로의 버디 펏 성공으로 공동 1위, 그리고 최가람 프로의 파 펏 성공까지..
가장 바라지 않던 상황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나니까 다들 할말을 잃고 가만히 폰만 만지작거리게 되네요.
굳이 알고싶지 않은 다른 선수들의 상금액까지 외울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때 그게 들어갔더라면, 누가 더블만 안했더라면, 또 누가 펏을 먼저 하지만 않았더라면..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더더욱 아쉬운 가정법만이 한숨과 함께 섞여 나옵니다.
그 와중에 서연정 프로 어머님과 고모분들이 바로 옆에서 연장전을 지켜보고 계시길래 서 프로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아쉬웠으나 서 프로의 경기력 또한 칭찬 받아 마땅한 훌륭한 플레이였습니다.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이번 대회를 차분히 정리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다음 대회 잘 준비하시게끔 훈훈하게 식사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김 프로 어머님, 맛있는 저녁 감사합니다.^^
p.s 초보 갤러리 티 팍팍 내는건지 주말 내내 강행군으로 허리에 결국 탈이 나서 침 맞고 한약 신세네요.
얼른 나아야 이번 주도 갤러리 갈텐데..ㅎㅎ
첫댓글 ㅋㅋ 이렇게 재밌게 쓰시면 다른분들이 현장갤러리 안오고 이 후기만 기다리는게 아닌지...ㅋㅋㅋ 아무튼 아쉽지만 이번대회에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ㅎㅎ겨우 이틀 지났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더 희미해지기 전에 후다닥 썼슴다. 그래서인지 별 내용이없는 후기가 된거 같기도..
-_-
ㅋ 모두 집에 가시고.. 푸우하고 넘 분하고 안타까워서 여주에 남아서 소주에 다 타서 마셔버렸어요..ㅋㅋ
모든게 아쉼뿐 입니다
소속사 김민선이 미울정도 ㅎ
잊어야 지요
스스로 이겨내겠죠? ㅋ 김프로님 강하잖아요? 더 강하고 단단해 지리라 믿고 있습니다..
ㅎㅎ잠시 12위로 계산하여
잠시 행복 햇답니다
수고들 많이 하셧네요
감사합니다 ㅎㅎ근데 좋아서 하는거라..^^;
고생많으셨어요~ 빨리 쾌차하시길 빌겠습니다 ^^
네 내일 침 한번 더 맞으면 다 나을거 같습니다 ㅎㅎ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