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엽(李志葉) 시인의 약력>
본명은 이경영(李景瑛)이며 성균관대 영문과를 거쳐 동대학원 국문학과 마침. 문학박사.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 고료 신인상에 시 「촛불」外,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조 「일어서는 바다」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시집으로『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고요아침),『씨앗의 힘』(세계사),『샤갈의 마을』(청하), 『다섯 계단의 어둠』(청하), 시조집으로『해남에서 온 편지』(태학사),『떠도는 삼각형』(동학사)『북으로 가는 길 』(고요아침) 이 있으며, 연구서로 『한국 현대문학의 사적 이해』(시와 사람),『한국 전후시연구』(태학사),『21세기 한국의 시학』(책 만드는 집)『현대시 창작강의』(고요아침)이 있음. 성균문학상, 평화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중앙시조대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현재 계간『열린시학』『시조시학』편집주간,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조선일보》,《중앙일보》신춘문예 심사위원.
이지엽(李志葉) 시인의 <한국의 가을>에서는 동양의 정서가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다. 강강수월래와 어머니가 중첩되면서 풍성한 보름달이 떠오르는 가슴속에서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단풍든 잎을 하나씩 떨어뜨리고 남아있는 붉은 감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서 한민족 공통의 정서가 느껴진다. 우리의 정서가 듬뿍 느껴지는 이지엽 시인의 <한국의 가을>은 눈으로 읽는 혹은, 마음으로 읽는 한 폭의 동양화라고나 할까?
<한국의 가을>
우리나라 가을에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강물 끌고 달은 가응가응 수월래 떠오르고
단풍 든 마음 하나 둘 어머니 곁에 모입니다
아가 힘들지야 여윈 등을 토닥이는 밤
무릎 꺾인 사랑들이 물소리에 귀 맑힙니다
붉은 감 한 톨에도 천 년, 푸른 바람이 지납니다
저 사람 때문에
누구 때문에 일이 이렇게 엉망이 된 거야?
추호의 의심할 바 없이 나는 그를 지목했다
엄지는 하늘을 가리키고
검지는 늘 굼뜨기만 한 그를 의기양양하게 가리킨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
나머지 세 손가락, 분명 구부렸는데
그 구부린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바로 나였다
# 쫒아가서 벼락을 맞으면, 네 탓일까 내 탓일까 벼락 탓일까요? 사람들은 어떤 일이 터지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를 따져보게 되지요. 어떤 사건의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찿는 것을 귀인(attribution)이라고 한답니다.
Weiner(1972)는 어떤 행동의 결과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후속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알아보았지요. 즉, 행동의 원인을 개인 내부에서 찿는 가, 외부에서 찿는 가에 대한 인과소재(locus of causality)의 차원과 그 원인이 얼마나 안정적인가를 알아보는 안정성(stability)의 차원, 그리고 그 원인이 통제가 가능한가를 알아보는 통제가능성(controllability)의 차원에 의해 결과 행동을 알아볼 수 있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귀인의 결과는 정서 반응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예컨대, 어떤 원인을 자신의 내부귀인으로 돌리면, 양심적이지만 지나치게 되면, 수치심과 우울증을 동반할 수 도 있다는 군요. 또한 모든 사건을 외부귀인으로만 돌리게 되면 뻔뻔해지고,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성향으로 흘러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누구 때문에 일이 이렇게 엉망이 된 거야?/추호의 의심할 바 없이 나는 그를 지목했다/엄지는 하늘을 가리키고/검지는 늘 굼뜨기만 한 그를 의기양양하게 가리”켜, 문제의 원인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고 신중하게 알아보기보다는 이렇게 외부귀인을 쓰는 것이 현실 속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지요. “그런데 이상한 일/나머지 세 손가락, 분명 구부렸는데/그 구부린 손가락이/가리킨 곳은/바로 나”일 수 도 있거든요. 그 원인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안정적이고 변하지 않는 상태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선 “인과소재(locus of causality), 안정성(stability), 통제가능성(controllability)”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지혜로운 태도가 필요하겠지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