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표를 위하여14 - (산맥) 분류기준의 모호함
분류기준의 모호함
현행 산맥 개념은 본질적으로 분류기준의 모호함 즉 주관적 판단을 배재할 원칙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의 선을 잣대로 삼았으니 그럴 밖에 없겠다 그 결과 발생하는 혼란의 예를 몇가지만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교과서와 ‘한국지지’의 그림이 같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지지에서는 속리산에서 분지한다고 쓰여있는 노령산맥이 고등학교 지리부도(교학사 30쪽)에서는 분명하게 덕유산부터 그려져 있다
2. 교과서끼리도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따라 그림이 서로 다르다
3. 한국지지 책안에서도 글 따로 그림 따로이다 게다가 낭림산맥은 본문 해설조차 누락되어 있다
4. 공적 책임이 덜한 여타 책이나 지도상의 혼란은 일일이 열거할 것도 없다 예를 들어 지나방향이라는 광주산맥이 어떤 지도에서는(그래도 정부에서 감수한 지도이다) 지나방향에 수직으로 그러니까 동해안에 평행하게 달리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현행 인문지리서의 대표라 할 만한 ‘한국의 발견(뿌리깊은나무 刊)'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어떤 지질학자는 소백산맥의 속리산과 추풍령을 잇는 줄기에서 화강암이 나타나고 지질구조에도 연속성이 없기 때문에 문경새재까지를 소백산맥으로 한전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소백산맥은 속리산과 추풍령 사이에서 산맥으로서는 이상하게 방향이 변하고 있어 민주지산과 지리산을 이어주는 그 남서부의 산줄기들은 덕유산맥이라 함이 좋을 것 같다“
위 논란 부분은 사실상 소백산맥에서도 핵심 자리이다 속리산 이후를 덕유산맥으로 빼낸 소백산맥이란 있으나마나인데도 그런 주장이 나온다 요지는 어떤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가리자는게 아니라 현행 산맥개념이 갖고 있는 갈등의 한 편린을 보여주고자 함 뿐이다 그 뿐인가 어떤이는 섬진강을 끼고 앉은 지리산과 백운산의 갈등에 고민하다 지리산맥을 따로 독립하자는 의견도 냈다 호남 땅에만 해도 그 외에 부흥산맥 성수산맥해서 우리나라는 산맥이 많기도 많다
위에서 또 한가지 “산맥으로서는 ‘이상하게’ 방향이 변하고 있어” 라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표현 속에는 ‘산맥은 어쨌거나 직선에 가깝게 뻗어가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포함되어 있다 자연이라면 구불구불한게 훨씬 ‘자유로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이 그려 주었던 그 직선’의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는 발상으로 생각되는 대목이다
“한국의 발견” 책에 노령산맥 혹은 소백산맥이라고 명시된 산들의 그림9에 위치대로 표시해 보았다 △는 노령, ▲는 소백, △▲는 하나의 산을 두고 책의 어디에는 노령 또 다른 곳에서는 소백이라 쓰여져 있는 것이다 표시된 산들은 중복되지 않는 선으로 이어 산맥을 표시해 보라 가능하겠는가?
(그림9) 소백산맥, 노령산맥의 줄기는?
△노령의 산, ▲소백의 산, △▲노령 및 소백의 산
글쓴이는 광주가 고향이다 어렸을 적부터 “노령의 큰 산줄기”라고 하는 교가를 부르며 자라 왔다 지금도 광주 사는 사람 열에 아홉은 무등산이 노령산맥이라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지지’를 보면 분명 무등산은 소백산맥이라 적혀 있다
하나의 산이 노령도 되고 소백도 될 바에는 산맥 분류란게 다 무슨 소용일까 또한 전라도의 산이란 산이 모두 “너도 노령, 나도 노령” 할 바에는 그 이름에 무슨 의미가 있어 외우게 하고 시험에 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