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북 김천에서 열린 '제39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 고교축구대회' 청구고와 4강전에서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를 십분활용하며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있는 동북고 안효준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고대하던 전국대회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2016시즌 전국대회 첫 무대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짙었다. 그러나 고교축구 무대 마지막인 한 해를 맞이하는 길목에서 팀과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았다는 사실은 위안이다. ‘전통의 명가’ 동북고 윙포워드 안효준(3학년)의 얘기다.
안효준은 윙포워드, 윙백 등을 고루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자원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파워풀한 움직임과 뛰어난 테크닉, 축구 센스 등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안효준은 동북고 진학 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기량이 출중한 선배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팀에 활력소 노릇을 다해내며 주변 동료들에 높은 신뢰도를 쌓았다.
고학년 층이 풍족했던 지난 시즌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기 쉽지 않았던 안효준은 선배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올 시즌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 1월 전지훈련을 통해 순도 높은 결정력과 뛰어난 연계 플레이 등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한 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고교축구 2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동료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 위치 선정 등에 확실히 눈을 뜨면서 플레이의 질이 높아졌고, 경기 흐름을 단번에 뒤집는 '타짜' 기질도 바위처럼 묵직하고 단단하게 다졌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팀의 '질식수비'까지 덧칠하는 등 팀 내 공헌도도 으뜸이다.
장명진 감독과의 만남은 안효준에게 큰 행운이었다. 장 감독이 추구하는 '킥&러시'에서 빠른 패스웍 위주의 팀 컬러는 안효준의 장기를 살려 내는데 안성맞춤이었다. 2016시즌 첫 대회인 문화체육부장관기 준우승을 차지한 안효준은 파트너인 김영준, 김의원(이상 3학년), 윤태웅(2학년) 등과 함께 활발한 연계 플레이로 동북고의 활화산 같은 화력쇼를 책임지며 '미친 존재감'을 자랑했다.
특정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프리롤'의 임무를 충실히 소화하며 김영준, 윤태웅 등과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연출했고, 한 번 걸리면 주저 없이 유효 슈팅으로 연결하는 '캐논슛'의 위력은 엄청난 폭발력을 뿜어냈다. 최전방 측면 윙포워드 뿐만 아니라 최전방 공격수와 미드필더 등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뛰어난 축구 센스는 동북고의 조직 축구 업그레이드에 소중한 물이었다. 선수들과 활발한 소통을 아끼지 않는 장 감독의 굳건한 믿음도 안효준의 꾸준함을 이끈 원동력이다.
"이전까지는 우리 팀이 수비 뒤 이어지는 역습에 의존하는 패턴을 띄었는데 최근에는 감독님이 빠른 패스웍 위주로 팀 컬러를 바꾸었다. 개인적으로 동료 선수들과 주고받는 움직임을 선호하는 편이라 플레이의 다양성을 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매 경기 (김)영준, (윤)태웅, (김)의원이 등 공격라인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고, 어느 자리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와 함께 감독님께서도 많은 신뢰를 보내주셔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안효준에게는 채워지지 않은 갈증이 따로 있다. 이는 다름 아닌 권역우승에 이어 왕중왕전과 전국대회 우승컵이다. 지난해 선배들이 뒤심부족으로 매번 중도에 탈락하는 것을 지켜봤기에 올 시즌은 기필코 정상 정복을 이루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안효준은 지난 문화체육부장관기 8강 KHT 일동고 전에서 쐐기골로 팀 승리의 주춧돌을 놓는 등 팀에 '감초' 역할을 다했으나 정작 4강 청구고와 결승 보인고 전에선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보인고와 결승전에서 김영준, 윤태웅과 함께 최전방에 짝을 이룬 안효준은 평소에 비해 볼 터치와 움직임 등이 다소 무거운 모습을 보여주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보인고의 적극적인 압박에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볼을 받는데 급급했고, 득점에 대한 조급증으로 인해 잔 실수도 평소보다 많았다. 후반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와 반전을 꾀했지만, 슈팅 찬스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나타내며 흐름을 끊어버렸다. 우승이라는 목표 아래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 질주했지만, 한 번 깨진 리듬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상하 밸런스가 잘 갖춰진 우월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여기에 빠른 스피드를 장착한 안효준의 플레이는 지금보다 파워가 겸비되는 대학축구 무대에 더 빛을 바랄 것으로 기대된다. ⓒ 사진 이 기 동 기자
"사실 지난 문화체육부장관기 우승은 정말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였다. 3학년이 되면서 첫 전국대회였고, 3학년 선수들끼리 마지막까지 한 번 해보자고 의기투합을 했다. 상대의 견제가 워낙 심한 와중에도 결승까지 잘 왔다고 생각하지만, 결승전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할 따름이다."
전국대회 준우승을 끝으로 안효준은 이제 권역리그를 통해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고 있다. 서울 서부권역에 속한 동북고는 ‘터줏대감‘ 언남고와 오랜 라이벌 팀인 한양공고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언남고와는 FC서울 유스에서 일반학원 팀으로 돌아온 이후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터라 올해는 반드시 ’타도 언남고‘를 외치고 있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님들이 올해는 반드시 언남고를 꺾어야 한다고 수차례 이야기하고 있다. 전국대회 준우승 팀의 자존심과 선수단 모두 반드시 언남고를 꺾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우리 팀은 수비가 워낙 좋은 팀이다. 최근 공격력도 좋아지고 있다. 전국대회를 통해 모든 선수들의 기량도 한 계단 올라서면서 자신감도 넘친다. 언남고를 뛰어넘어 우리가 목표하는 전반기리그 전승 우승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
동북고는 지난 2일 용마폭포공원에서 ‘2016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 서울 서부권역 1라운드 강북FC U-18 전에서 무려 6골을 쏟아붓는 화력쇼를 펼친 끝에 서전을 멋지게 장식했다. 공수 모두에서 완벽한 축구를 구사했고, 물이 오를대로 오른 플레이를 마음껏 펼쳐냈다. 오는 9일 2라운드 한양공고와 전통의 라이벌전을 준비한다.
“한양공고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선생님들께서 어떤 상황에서라도 한양공고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한다. 우리 팀과는 과거부터 오랜 라이벌 팀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팀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모든 선수들이 자신감이 넘친다. 우리가 먼저 선제골을 넣는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내 위치가 공격인 만큼 득점에 대한 욕심을 내 볼 생각이다.”
올 시즌 안효준에게 있어 최고의 고민은 대학진학이다. 최근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면서 전국대회 준우승 입상은 수시입학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하지만 자신의 개인기량이 뒤따르지 않으면 대학 지도자들에게 자신을 어필하기에 부족하다. 이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안효준은 최근 대학 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서 죽을힘을 다해 뛰고 있다.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했을 때 느낀 부분이 개인 기량과 몸싸움, 피지컬 등이 고교보다 월등하다는 점이다. 실력으로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진학은 학원축구의 마지막 목표인 만큼 남은 전국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면서 제 개인적으로 지도자들이 인정하는 높은 기량의 실력을 연마해 당당하게 대학 문을 두들기고 싶다. 지금보다 배 이상의 에너지를 짜내서 목표를 이루고 싶다.” - 이상 동북고 안효준
장명진 감독은 안효준의 평가에 대해 "좀 더 부드러운 플레이가 필요하다. 현재 피지컬적인 부분과 과감한 돌파 능력은 탁월하다. 동료 선수들과의 연계 플레이와 상대 뒷공간을 파고드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더 업그레이드 시킨다면 현재보다 훨씬 나은 선수로 평가 받을 수 있다. 리그경기를 통해 지금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대학진학 이후 기대 이상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 선수다."며 칭찬과 함께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