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처용" 김의경 대본 이영조 작곡. (1987) 국립오페라단 창단 7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 5월 22일~23일 명동 예술극장 ---------- 글. 엔리크 A. 아리아스 (전 시카고 리릭 오페라단 창단 회원)
신라의 전설적인 인물 처용을 주제로 한, 이 이야기는 인간을 사랑하는 신의 아들 처용이 퇴폐와 몰락의 길을 가는 신라를 구하려고 천상으로부터 지상에 내려오나 그 자신도 곧 인간 세계에 물들어 방탕하게 된다. 뒤늦게나마 깨달음을 통해 신라를 구하려 하나 너무 늦었음을 알게 된다. 처용은 역신의 힘을 빌려서라도 나라를 구하려 하며 역신을 그 대가로 지상에서 맺어진 처용의 아내 가실을 요구한다. 연인과 나라 사이에 번민하던 처용은 이를 허락 하나 가실은 자결로서 그 숙명을 맞으며 처용과 역신은 돌이킬 수 없는 신라의 운명과 함께 옥황상제의 심판대 앞에 모두 불려 나가게 된다. 이 이야기는 제우스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줌으로써 인간을 구하려 했던 프로메테우스나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파우스트 또는 베버의 “마탄의사수” 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따라서 극의 내용은 극히 상징적이고 여러 가지 의미의 윤리성을 띤 교훈적 메시지를 전한다. 하늘의 뜻은 인간의 그 어떤 의지에 의해서도 도전받을 수 없으며 또한 퇴폐와 방탕으로 오염된 사회는 새로운 질서를 위해 파멸될 수밖에 없다는 도덕적 윤리적 사상을 보여준다. 이는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 “니벨룽겐”의 전설이나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도 같은 사상을 읽을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와 마찬가지로 처용은 그 구원에 있어 좌절과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게 되어 있고 징벌의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 오페라는 고도의 작곡수법이 동원된 합창과 무용 그리고 반주의 기능을 넘어 독립성을 갖춘 오케스트라에 의해 장 마다 극적인 전환 점을 통해 대비를 이루는 형식미를 가지고 있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