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_ 글쓰기 모임
다듬다
그는 큼큼하며 목을 다듬었다.
“제가 오늘 발표드릴 내용은 인간의 뇌를
기계에 100% 이식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낙인
세상의 편견과 선입견이
바로 낙인 아닌가요?
흘러가다
그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갔다.
그 것은 마치 아래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워
그 자신도 눈치 채지 못했다.
담배
길가에 멈춰선 그녀는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를 꺼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힐끔 거리며 그녀를 쳐다봤고,
몇몇 어른들은 혀를 차며 지나갔다.
그녀는 태연히 불을 붙이고 담배 연기를 뱉어냈다.
마치 그녀 앞을 지나는 사람들과 장벽을 만들 듯이.
표정
그녀는 최대한 얼굴 근육을 당기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50번째 맞선이 그렇게 끝났다.
(feat.손소)
오래된
그는 오래된 미래 같은 사람이었다.
그의 행동 패턴이 쳇바퀴 돌듯 언제나 동일했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초록불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그는 남은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며 옆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도착하기 전에 빨간 불로 변할 것만 같았다.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놀라는 듯 '엇?' 이라며 소리를 내었지만 이내 발걸음은 같이 뛰기 시작했다.
고여 있다
그는 일반 사람들보다 더 큰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눈물들이 고여 있었다.
연애는 당기는 것
연애의 핵심은
상대방이 당길 때
당겨나가는 척 하는 것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지난날들을
후회하는 오래된 나였다.
시간이 빨리 가는 순간
지난 시간들 모두가 빨리 흘러간 시간이었지만
그 속도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빨라졌다.
지친다
“이제 지친다.”
“뭐?”
“늘 그 똑같은 거에 지친다고.”
_이렇듯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은 ‘힘이 드는게’ 아니라 늘 똑같이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태양
- 생각해보면 비의 결혼은 김태희가 요구했는지도 몰라.
- 왜?
- '태희양을 피하고 싶어서 ~ 아무리 달려 봐도 ~'
이렇게 노래 부르더니 결국 김태희랑 결혼했잖아.
달
“달...뒤편에서 실제 외계기지가 발견됐습니다.”
NASA 소속의 우주선 STS64호는 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어졌다.
벚꽃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겠어요?
벚꽃
벚꽃이 진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벚꽃이 1년 내내 피어 있다면
당신은 벚꽃이 핀다고 기뻐하지 않았을 거 에요.
기다림
“왜 아직까지 기다린 거 에요?”
그녀는 한참을 울더니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일어서며 말했다.
“아, 깜박 잠들었지 뭐야.”
검정
그는 검은 색을 표현할 수 없어
도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색이라고.
이별
그녀는 늘 이별 이전부터 이별을 두려워하며 슬퍼했다.
택시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 채
택시에 올라타선
앞 차를 따라 가주세요.
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어긋남
그녀와의 인연은 늘 비스듬하게 어긋났다.
그녀가 솔로일 때는 내가 연인이 있었고
그녀가 연인이 있을 때는 내가 홀로였다.
다가감과 멀어짐을 반복하는 것.
인연이란 하나의 원이 아니라
스프링과 같은 회전 나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