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일: 2024.05.23(목요일) 공기질 나쁨
탐방지: 대구광역시 중구 동산동 640(달구벌대로 지하 2000)청라언덕역-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의료선교박물관-동무생각노래비-2호선청라언덕역9출구
동선표
대구역에서
도시철도로 이동
설화명곡방면으로
반월당역 하차 2호선(문양방면)으로 갈아타기
청라언덕역 하차
9출구가 빠르다...
대구동산병원으로 진입..
정차중인 대구시민에게 길안내..
의료선교박물관
의료선교박물관 단체방문객
청라언덕 안내를 따르면 수월하다.
'동무생각' 노래비...
태준은 은상과 함께 노비산(옛 제비산) 언덕에서 월포의 일몰을 보면서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은상은 푸른 담쟁이넝쿨 가득한 청라언덕과 좁고 긴 90계단이 아름다운 태준의 고향 이야기를 들으면서 좋아했다. 태준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은상은 꿈결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곤 했다. “박 선생님의 이야기는 언제나 고운 시(詩)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날도 박태준은 이은상과 함께 노비산 언덕에 앉아 있었다. 암울한 조국의 현실이 둘의 마음 더욱 어둡게 하였다. 침울한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문득 은상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런데 박 선생님, 선생님의 첫사랑은 어떤 분이셨나요?”라고 물었다. 은상의 뜬금없는 질문에 태준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첫사랑은 뭐, 한번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는 걸요.” “첫사랑이 다 그렇지요. 그러니까 영영 가슴속에 박제 되는 사랑이고요.” “제가 다니던 계성학교(註. 기독교계) 가까이에 있는 신명학교(註.기독교계)의 여학생이었어요. 함께 교회에 다녔는데, 한번은 그 여학생이 자두를 한 바구니 가져와 교회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전 그 자두가 저한테까지 올까 하며 가슴을 조이며 있었지요. 그러다가 결국 나는 화장실로 달아나 버렸어요. 혹시 자두를 못 받게 된다면 내가 자리에 없었으니 주지 못했을 거라 위안하려고요. 그 후 돌아오니 오르간 위에 자두 두 알이 놓여 있었어요. 깨끗한 손수건이 자두 위에 덮여 있었지요. 그 자두를 한참 책상 위에 두고 날마다 바라보았어요. 더는 둘 수 없을 만큼 썩고 말라버렸을 땐 꼭지를 따서 그 꼭지를 습자지에 싸서 보관했지요.” 교회로 가려면 청라언덕을 지나가야 했어요. 여학생은 저녁 예배를 드리러 그 길을 지나곤 했는데 전 오르간 연습을 하다가도 그 시간이 되면 언덕으로 가 그 여학생이 지나가는 걸 바라보았어요. 손수건을 전해주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언젠가는 다가올 그 시간을 아껴두고 싶었거든요. 어느 날 굳은 결심을 하고 그녀를 기다렸어요. ‘자두 고마웠어요’라는 말을 수백 번도 더 연습했지요. 라일락 이파리가 잔뜩 두꺼워진 칠월 하순이었는데, 그즈음 그런 말이 유행하고 있었어요. ‘사랑의 맛을 알려면 라일락 이파리를 씹어보라’라는...하지만 라일락 이파리가 어떤 맛인지는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문득 저는 그 맛이 궁금해졌어요. 사랑의 맛이 궁금해졌던 거지요. 손을 뻗어 연한 잎 하나를 떼서 입안에 넣었는데. 아! 그 맛이란! 그건 먹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맛이었어요. 정말이지 죽을 것 같은 맛이었는데 뱉어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 그 기다림이 허사가 되고 말 것 같았거든요. 그때였어요. 멀리 그녀의 모습이 보였어요. 기다림은 그렇게 길었는데 그녀의 걸음은 어찌나 빨랐던지 내가 이파리를 다 씹어 삼키기도 전 그녀는 내 코 앞에 마주 있었지요. 아직도 입안에 가득한 그 맛 때문에 혀가 얼얼하고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했지요. 그때 제가 어떻게 한 줄 아세요? 바보스럽게도 ‘라일락 고마웠어요’라고 말하고 말았어요. 어휴, 그렇게 골백번 연습한 말을 두고 라일락이 고맙다니요.”
순진한 아이처럼 귓불이 붉어진 태준을 바라보며 은상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이고, 도대체 그 이파리 맛이 어땠게요?” “그건 이 선생님이 직접 맛보셔야 알아요. 사랑의 맛이 그런 것이라는 걸 절감하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태준은 얼굴을 활짝 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이 어떻게 한 줄 아세요? 절 보며 웃었어요. 제게 눈을 맞추고 소리 없이 빙그레 웃었답니다.” 그 후 그녀는 말 한마디 없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버렸어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은상이 갑자기 생각난 듯 수첩을 꺼내 무언가 끄적이기 시작했다. “박 선생님, 선생님 곡에다가 그 여학생의 이야기를 담으세요. 그러면 그 소녀와의 사랑을 노래 속에서나마 이룰 수 있지 않겠어요? 제가 가사를 써 드릴 테니 곡을 붙여보시겠어요?” 잠시 후 은상은 태준의 고향 추억과 눈 앞에 펼쳐진 월포 바닷가의 풍경을 담은 시를건네주었다. 수첩을 받아든 태준의 눈동자가 따스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촉촉이 젖어들었다. “정말 아름다운 노랫말이군요.”
노승렬|작성시간22.08.30|조회수28
청라언덕역 9출구
2호선 청라언덕역에서 1호선 반월당역하차 안심역 방향으로 동대구역 하차
동대구역 3출구로...
지난번 밤의 동대구역을 환한 대낮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