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미세먼지’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삶은 참 많이 바뀌었다. 계절과 상관없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실내 환기나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구매하는 데에도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다. 단순히 황사를 겪을 때와는 사뭇 무게가 다른 풍경이다. 국내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당장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를 되찾을 수 없다면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 미세먼지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법을 알아보자.
황사와 미세먼지는 어떻게 다를까?
황사와 미세먼지는 일단 별명만 들어도 위험성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우리가 황사를 ‘봄의 불청객’이라고 불렀다면, 미세먼지는 ‘조용한 살인자’, ‘은밀한 살인자’라고 부른다. 황사가 단지 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수준이었다면, 미세먼지는 우리를 죽이는 살인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황사와 미세먼지는 발생 원인도 성분도 서로 다르다. 황사는 말 그대로 황사(黃沙), 즉 중국에서 불어오는 모래와 흙먼지를 일컫는 것으로 토양성분이 주를 이룬다. 다만 우리나라로 날아오면서 오염 물질이 섞이면 문제가 된다. 반면 미세먼지는 보통 공장이나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황산염과 질산염 등 대기오염물질과 탄소,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주성분이다.
미세먼지가 진짜 위험한 이유는 바로 크기에 있다. 미세한 먼지라는 이름처럼, 입자가 머리카락의 1/5~1/30 크기로 아주 작아 호흡 시 코를 통해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침투해 폐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고 조기 사망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더욱 무서운 점은, 미세먼지가 폐에만 침투하는 것이 아니라 혈관으로 침투해 심혈관질환이나 뇌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여성은 낮은 지역에 사는 여성에 비해 치매 발생률이 90%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치매나 우울증 등 뇌신경계 질환을 유발하며 영유아 및 태아의 지능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초미세먼지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미세먼지보다 더 입자가 작은 먼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름이 10㎛(1㎛ = 1000분의 1mm) 이하의 먼지를 미세먼지(PM10)라고 부르며, 이 중에서 지름 2.5㎛ 이하의 먼지를 초미세먼지(PM2.5)라고 부른다. 이 PM2.5의 초미세먼지는 약 7일 간 머무르면서 바람을 타고 주변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로서 미세먼지를 마시지 않기 위한 유일한 대처방안은 마스크뿐. 앞서 살펴본 것처럼 황사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각각 입자 크기가 다른 만큼 이들을 걸러내기 위한 마스크 종류도 서로 다르다.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마스크를 사용해야 할까?
미세먼지 마스크, KF규격 확인하기
마스크를 구매할 때에는 소재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면으로 된 방한용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막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부직포 소재로 된 것이라도, KF 규격이 표시돼 있지 않은 것은 효과를 보기 힘들다. KF(Korea Filter)란 한국식품의약안전청에서 인증하는 마스크 규격으로 KF80, KF94, KF99 세 단계가 있다. 뒤에 붙은 숫자는 차단효율을 나타내는데, KF80은 80%, KF94는 94%, KF99는 99%의 미세입자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때 미세입자는 KF80이 평균 0.6㎛, KF94와 99가 평균 0.4㎛의 크기다.
▲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황사마스크 (KF80)
일반적인 황사를 막기 위해서는 KF80 마스크를 써도 충분하지만,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KF94 이상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입자 크기는 대부분 1㎛ 이하이며,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우리 몸속 깊숙이 침투해 더욱 위험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실험 결과에 따르면 KF94 마스크는 96~100%의 미세입자를 걸러낸다고 한다. 다만 숫자가 높을수록 필터가 촘촘해 호흡이 어렵다.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 숨쉬기 힘들어 할 수 있으니, 처음부터 너무 높은 규격을 구매하지 않도록 하자.
▲ 파인텍 네퓨어 /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황사방역용 마스크 (KF94)
한편 외료진들이 주로 사용하는 마스크로 지난 메르스 사태 때 이슈가 되었던 N95 마스크가 있다. N95 마스크는 95%의 미세입자를 차단한다는 것으로 KF94 마스크와 비슷한 차단효율을 갖고 있다. 3M 제품이 유명한데, 밴드가 귀에 거는 형태가 아니라 머리에 쓰는 형태로 돼 있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 끈 중앙을 잘라서 같은 방향으로 다시 묶으면 귀에 거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KF 마스크는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제품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가격은 개당 700~1500원 정도. 마스크는 일회용이니 한 번에 여러 개 구매해두는 것이 좋다.
▲ 3M 마스크 (N95) / LG생활건강 뽀로로 황사마스크 소형 (KF80)
또한, 마스크를 착용할 때에는 조금 답답하더라도 코와 입 주변을 완전하게 밀착해 써야 한다. 아무리 성능 좋은 마스크를 착용한들,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면 마스크가 들뜬 부분으로 오염된 공기가 새어 들어와 무용지물이 된다.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성인에 비해 얼굴이 작아 소형을 구매해야 들뜨는 부분 없이 잘 맞는다. 마스크는 재사용이 불가능하니 절대 세탁하지 말고, 착용 후에는 겉면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전기를 이용해 미세입자를 걸러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잘못 만지면 차단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손 세정제와 소독제 사용하기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피부나 안구, 모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토피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증상이 악화될 수 있고, 미세먼지가 모공에 달라붙어 피부 트러블이나 피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미세먼지는 결막염을 유발하고 두피 모공을 막아 탈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한다면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샤워해 몸 전체를 씻어내야 한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워낙 작아 옷 사이로 침투하기 때문에 드러난 부분만을 씻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 손과 발은 물론 피부 클렌징을 꼼꼼하게 하고 머리를 감아 모공이나 모발에 묻은 미세먼지까지 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샤워를 할 수 없는 학교나 회사에서는 손을 자주 씻어주는 것이 좋다. 세균까지 제거해주는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거품 형태로 나와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 CJ라이온 아이깨끗해 손 세정제 / 3M 세니타이저 손 소독제 (에탄올 62%)
만약 손이 너무 건조하거나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는 것이 번거롭다면 휘발성 손 소독제를 사용해도 좋다. 참고로 손 소독제는 에탄올 함량이 너무 높지 않은 것으로 구매해야 부작용 없이 수시로 사용할 수 있다. 에탄올 함량이 60%만 돼도 세균 및 바이러스를 소독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손 소독제를 팔이나 목 등 다른 부분에 바르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외출 시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스마트폰 등 휴대용품이 찝찝하다면 일회용 알코올솜(알코올스왑) 등을 사용해 닦아주도록 하자. 물로 닦는 것보다 깔끔하고 소독효과가 있어 다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 FA 이올스왑 / 대성메디칼 BD 알콜스왑 (100매)
깨끗한 공기를 마셔요! 산소캔
미세먼지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면서 미세먼지 관련 제품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로 마스크, 손 소독제, 구강청결제 등이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조금 색다른 제품도 있다. 바로 산소캔이다. 신선한 공기를 휴대하면서 마실 수 있는 산소캔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이후 판매량이 2~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과거 물을 사먹기 시작할 때 농담처럼 했던 ‘이러다 공기도 사먹겠다’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 격렬한 운동 후 사용하는 산소캔 (사진 출처: 부스트옥시겐)
산소캔은 보통 깨끗한 산소가 들어있는 캔과 마스크가 일체형으로 돼 있다. 과거에는 주로 격렬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 지친 몸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사용했으며, 집중력 향상이나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인도 점차 사용하게 되었다. 또 아픈 반려견들을 위해서 사용되기도 했다. 산소캔에 들어있는 공기는 순도 90% 이상의 산소로, 우리가 평소 마시는 공기 중의 산소가 20% 수준인 데 비해 아주 높은 비율이다.
▲ 부스트옥시겐 휴대용 산소캔 650ml / 신양산소 클린오투 815ml
사실 산소캔은 미세먼지와는 큰 연관성이 없다고 한다. 깨끗한 공기를 계속해서 공급하는 것이 아니고 1~2분 간 고농도의 산소를 빠르게 공급해 일시적인 효과를 주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나마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면 한번쯤 구매해 보는 것도 좋다. 산소캔 용량은 120ml부터 10L까지 무척 다양한데, 한 번에 1~2초간 짧게 분사해도 되고 연속 분사해도 된다. 연속 분사 시 600ml를 기준으로 약 2분간 분사할 수 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박다정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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