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에 출발. 차도 별로 없는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발도행 회원들의 군산 구불길 걷는 날입니다. 서울에서는 7시에 출발하여
10시부터 일정이 시작되는 건데, 저는 점심식사하기로 한 낙원 한정식집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차에서 한 숨 자고 일어나 동네 한바퀴 돌고서야 일행을 만났습니다. 낙원은 겉으로 보기에 소박해 보입니다.
동네 한바퀴 할 때 본 명화극장입니다. 옛날의 명성을 뒤로하고 이제는 문을 닫은..우리 통영의 봉래극장과 포트극장이 생각났습니다. ..시네마에 밀려 극장은 문을 닫는 시대..
한정식집이라 반찬이 많습니다. 육.해의 재료들이 맛깔스러워 보입니다. 회와 수육, 육사시미(발도행 님이 극찬하신 맛인데,
고기랑 안 친한 제 몫까지 발도행 님 드렸습니다^^) 굴이 싱싱해서 제가 거의 다 먹었고요.. 쭈꾸미 숙회도 맛있고, 나물
(특히 고사리)이 맛있습니다.
문어와는 또다른 맛이긴 한데, 알배기는 아닙니다. 알배기 쭈꾸미 먹고 싶어라....지난 번 남해가서도 못 먹었는데..
얘도 저랑 안 친해요..
계속해서 나오는 맛있는 반찬에 또 카메라를 잊고 먹기에 열중해서,..낙지볶음을 다 먹고서야 또 아!차! 했습니다. 낙지볶음에
이어 불고기도 이런 돌판에 지글지글 얹어져 나왔고, 청국장을 끝으로 상차림이 끝나자 먼저 먹어치운 반찬들 리필을
여기저기서 외칩니다^^
초토화된 밥상..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동호회입니다. 통영에서 왔다하니 다들 반겨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
저도 발도행 회원인지라..
아침에 손수건과 수첩, 리플릿을 챙겨 갔지요. 식당에서 나올 때 한 개씩 나눠드렸는데, 우리 손수건을 목에 두르시며 아주
좋아 하십니다. 통영에 대한 호감도가 워낙 높아서, 다음에 이 분들을 통영에서 뵈었으면 합니다만...^^;;
걸어서 오후 일정을 시작합니다. 군산 구불지기 아이디 추남님입니다. 히라쓰 가옥으로 이동했는데, 일제강점기 군산이 돈이
흔했던 곳이라지요. 포목상으로 돈을 번 일본인 히라쓰라는 사람이 지은 집이랍니다. 일본에서 나무를 실어와서 지었다는데,
겉으로 보기엔 그리 커 보이지 않더니, 들어가니 1,2층의 구조로 방도 많고 아기자기 예쁜 집이었습니다.
일본 영화에서 봄직한 정원이 보입니다. 방에서 나와 복도 건너 유리문으로 내다보이는 정원입니다.
히라쓰 가옥 앞에 스탬프 넣어두는 우체통이 있습니다. 짓궂은 여행객들이 여기저기 스탬프를 찍어서 보기 좀 흉하지요..사용하는 사람의 몫은 항상 아쉽습니다.
우리 손수건이 두건으로도 변신을 합니다. 저는 그저 흐믓하기만 합니다 ㅋㅋ
히라쓰 가옥을 담당하시는 해설사분의 설명을 듣습니다. 예쁜 기생을 안으려면 평양으로 가고, 돈방석에 앉으려면 군산으로
가랬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군산에 돈이 흔했다는..일본 놈들이 우리 전라도 곡창지대 쌀을 수탈해가는 기지였으니..여기서
배를 띄어 우리 통영을 거쳐 일본으로 갔을 겁니다..군산은 일제강점기 일본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모양입니다. 여기저기 흔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다시 걷습니다. 지나가는 길가에 대문위 화분이 재미있어 찍어봅니다. 다 말라죽어 푸른 기운은 없으나..좀 있으면 주인의 손길이 닿겠지요..
동국사에 도착. 일제강점기에 군산에 오신 일본 스님이 창건한 절입니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일본식 절이랍니다.
지붕의 모습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릅니다. 한눈에 봐도 일본식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건, 우리에게 일본의 문화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탓이겠지요.
그러나 일제강점기도 엄연한 우리의 역사이니 이 역시 문화재가 됩니다.
자기 집을 이고 다니는 거북이는 자기 집만으로도 버거울텐데, 그 위에 또 돌을 얹고 있습니다. 거북이에게 돌을 얹은 사람들... 도대체 뭔 마음일까요..불쌍한 거북이..돌 떨어질까봐 움직이지도 못하고..
동국사를 돌아나오는 길에..올라가면서 잠깐 훔쳐보고 지나친 곳에 들어가 봅니다. 예술품 전시장입니다.
군산의 젊은 예술인들이 십시일반 만든 창작공간이라는데, 올 한 해 전시 일정은 꽈~~악 찼답니다.^^
설치 작품입니다. 당신의 행복 무게는? 순간 올라가보려다가 워낙 많은 분들이 지켜보셔서 참았습니다....행복의 무게를 더 늘리려면..살을 더 찌워야 하나?????
우리 회원님들은 예술품에도 조예가 깊으십니다..
바로 옆 가게입니다. 가게는 어둡고, 밖에는 다라이 몇 개 밖에 없어서 호기심에 들여다 보게 되었는데, 할머니 두 분이 나물을 놓고 팔고 계십니다. 이제는 아무 것도 없는 가게터인가 봅니다. 달래며 머위, 씀바귀, 취가 반가워 값을 물어봅니다. 2천원씩..우리 통영은 3천원씩인데,..얼른 달래와 머위잎을 사서 배낭에 넣습니다. 따라오신 언니 몇 분이 저도요 저도요를 외치며 사십니다. 어머..이게 이천원이에요? 오천원 받아도 되겠는데...하십니다..
걸으며 지나는 곳곳에 예쁜 집들이 보입니다. 이 집은 카페를 하려고 준비중인가 봅니다. 색이 예뻐서 찍어봅니다.
옛 시가지 냄새가 나는 곳인데, 군데군데 예쁜 커피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차 마시러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이런 집이 통영에도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같은 길에 있는 집인데, 적산가옥을 리모델링 한 곳입니다.
1945년 문을 연 이래 계속 영업하고 있는 빵집입니다. 역사깊은 빵집. 3년 전 이곳에서 팥빙수를 먹었는데, 안에 빵도 빵이려니와 스파게티 종류나 샌드위치 등의 간단한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여섯 명이 동그랗게 둘러 앉아 쟁반에 수북이 담은 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갖가지 종류의 빵과 그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 군산 구불지기의 말로는 단팥빵과 야채빵이 제일 잘 나간다고..자긴 그것만 먹는답니다. 팥은 여기서 직접 만드는데, 빵보다 팥소가 더 많습니다. 그렇게 많이 달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맛있습니다. 야채빵은 그냥 빵인데, 안에 크림이나 팥소가 아닌 고로께(크로켓) 안에 들음직한 샐러드가 들어있더군요,. 튀기지 않은 고로께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려나..무지하게 맛있습니다. 발도행 팀이 회원들 몫으로 이성당에서 단팥빵과 야채빵을 각 한 개씩 주기로 해서 저도 받아 돌아오는 길에 먹었는데, 음,,진짜 맛있습니다. 그런 줄 알았으면 야채빵을 좀 많이 사올건데...다음에 다시 가야 할 곳이 또 생겼습니다. ^^
고운 할머니 한 분이 혼자 앉아 빵을 드십니다. 아마도 점심 식사 대신이겠지요. 여기 분들에겐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일 겁니다. 우리 통영엔 브랜드 빵집만 즐비하고, 찾는 사람도 젊은 사람 위주라서 이런 모습은 좀체 보기 어렵습니다..
다시 군산세관으로 이동합니다. 작으마한 세관의 모습이나 이 작은 세관에서 벌인 어마어마한 일들이 이 안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양곡 수탈의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턱없이 좁은 군산항을 축항하면서 그 기념행사로..쌀가마 탑을 쌓았습니다. 우리 백성은 굶주림에 시달릴 그 때 말입니다..
일본으로 실어나를 쌀가마니의 모습입니다. 이 쌀가마를 배까지 짊어지고 나른 사람들은 굶주린 우리 백성이었을겁니다.
세관원 복장을 입어보는 체험도 합니다.
월명공원 아래 위치한 흥천사로 이동. 이곳도 일본식으로 지어진 것을 개축한 것이라 합니다. 비구스님들의 사찰입니다. .
서울 윤중로 벚꽃축제도 끝났는데, 군산이 더 춥답니다. 꽃망울이 아직 터지지 않은 벚나무들이 서 있고, 햇살 좋은 곳에만 활짝 피어있습니다
어디서건 걷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계단이 참 낮지요. 이 월명산이 군산의 주산이라서 정상에 당집이 있었답니다. 일제시대 때는 당집을 헐고 신사를 지었다지요. 일본인들이 신사참배를 하려면 이 길을 올라야 했는데, 일본 여자들이 기모노를 입고 게다를 신고 이 계단을 오르려면 아무래도 높으면 곤란했을겁니다. 종종걸음밖에 안 되는 기모노 때문에 낮아진 계단...
월명산에 오르면 군산 앞바다도 보입니다.
조각공원으로 가는 길. 아직 피지 못한 벚꽃들의 꽃망울로 붉은 빛을 머금은 나무들입니다.
여기도 스탬프가 있습니다. 아까 군산세관 전시관에도 있었습니다.
단체사진 찍는다고 우리는 전부 계단에 앉고 사진찍으실 세 분만 계단 아래 서 계신 상황입니다.
단체 사진 찍고 저는 다시 통영으로 가야 해서 "통영에서 뵙겠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돌아내려옵니다.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택시를 잡겠다고 조금 더 걷다보니 아까 동네 한 바퀴 한 곳이더군요. 쉽게 길을 찾아 차를 타고 달려 전주 톨게이트로 향합니다. 군산은 톨게이트가 없나? 네비가 전주로만 인도합니다..
또 달리고 달려 6시 반에 통영 도착. 달래를 초간장에 무치고, 머위는 초장에 무쳐서 맛있게 저녁을 차립니다. 오늘은 군산의 봄을 맛봅니다^^
첫댓글 가만 앉아서 군산을 다 본 듯합니다.
봄이 가득합니다.
군산의 탁류 길... 구석구석 잘 보셨네요. 정말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