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적 아버지의 일로 인해서 초등학교 3, 4학년을 해남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내가 살던 곳은 해남읍인데 아무리 해남의 중심부라 하지만 인구가 5만명도 채 안되는 곳이라 영화관도 없고 초등학교 2개 중학교 2개 고등학교 1개가 전부였다. 이렇게 들으면 주말에 친구들과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우슬 체육관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고 영화를 보고 싶을 때는 문화예술회관에 들러 영화도 보았다. 내가 살던 곳은 학교와 꽤 멀어서 초등학생의 걸음으로는 상당히 오랜시간이 걸렸다 때문에 나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하였는데 학교로 갈 수 있는 길이 하나 뿐이 아니였어서 친구들과 학교로 갈 수 있는 길을 모두 찾아서 다녔다. 내가 다니던 동초등학교는 운동장이 순천에서 다니던 학교보다 훨씬 넓어서 많은 학생들이 사용해도 공간의 부족함 없이 사용 할 수 있었으나, 체육시간에 체육복을 입지 않은 경우에는 6바퀴를 뛰어야 하는 큰 불상사도 일어났다. 또 여름방학 때에는 친구들과 두륜산 대흥사라는 절에 가서도 뛰어놀았다 대흥사는 꽤 넓었고 절이 아주 잘 보존되어 있었다. 대흥사 옆에는 계곡이 흘렀는데 가재가 아주 많이 살 정도로 맑았고 대흥사를 가는 날은 거의 항상 더웠지만 계곡 덕에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대흥사에서 친구들과 잠자리를 잡으면서 놀고 있었는데 어느 스님께서 잠자리도 하나의 생명이라서 눈으로만 보라고 하였던 기억 또한 난다.
순천에 살다가 해남으로 이사 갈 적에는 이사를 가기 싫어했었고 해남에서 순천으로 다시 간다고 했을 때는 좋아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초등학교 때 해남에서 2년을 살다가 온 덕분인지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순천도 물론 큰 도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해남은 순천에 비해서도 굉장히 작고 해남읍에서 조금만 나가도 건물이 없고 논 밭이 많았다. 초등학교가 2개 뿐이라서 그런지 순천고등학교에 배정되었을 때 김건우라는 익숙한 이름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같은 동초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세상이 참 좁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사람들은 해남을 떠올리면 땅끝마을이 임팩트가 강해서 그런지 땅끝마을과 고구마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땅끝마을과 고구마 모두 좋지만 만약 해남에 가게 된다면 두륜산을 등반하면서 대흥사도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첫댓글 현민아. 내용도 좋고 아주 잘 썼구나. 다만, 제목은 좀더 생각해서 멋진 제목을 달았으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