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대전둘레산길 걷기
1. 일자: 2024. 8. 1 (목)
2. 장소 : 보문산
3. 행로와 시간
[금동고개(09:45)→ (철탑) → 오도산(11:45) → 아사동 전망대(13:19) → 보문산 시루봉(13:45~14:00) → 고촉사(14:20) → 청년광장(14:40) → (길 헤멤) → 주차장(15:10) / 10.5km]
* Health 기록은 고촉사까지 8.48km만 됨
[출발 전 기록]
대전 보문산은 오래 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곳인데, 인연이 닿아 ㅈ산악회에 신청을 하고, 신문기사 글을 읽으며 길의 대강을 알아간다.
"대전의 경계를 크게 휘둘러 병풍처럼 펼쳐진 대전둘레산길은 보문산에서 시작해 오도산, 만인산, 마들령, 식장산, 계족산, 금병산, 갑하산, 빈계산, 구봉산을 지나 다시 보문산 아래로 돌아오는 133km의 트레킹로이다. '둘레산길' 이란 이름은 처음 듣는다. 대세가 산길인지 둘레길인지 이름 만으론 알 수 없다. 1구간은 보문산이 중심인데 청년광장을 출발해 고촉사, 시루봉, 보문사지 갈림, 구완터널 위, 오도산, 금동고개로 이어진다. 거리는 9.3km, 약 5시간을 예상한다. 고촉사 오름길부터 본격적인 시작인데 경사도가 만만찮다. 고촉사에서 대전 도심을 조망하고,숨 고르며 걷다 보면 보문산 최고봉인 시루봉(457m)에 닿는다. 보문정에 서면 확 트인 조망이 눈에 들어온다. 보문산성 장대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망이 압권이다. 보문산을 넘어 고속도로 구완터널 위를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 로 오도산 등정이 시작된다. 나무계단이 끝 없이 펼쳐진다. 올라온 길을 더듬어 살펴보면서 쉬엄쉬엄 가다 보면 금세 오도산(336m) 정상과 마주한다. 날머리는 금동고개이다." 유익한 정보이다.
버스에 오른다. 평일 산행이라 그런지 어르신들이 대다수다. 산행은 역방향으로 간단다. 그 이유는 보리밥집 때문이란다. 대장에겐 먹는 게 중요한가 보다. 9.3km에 6시간 30분을 준다.
너무 길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좋다는 보문산 숲길과의 만남이 기대된다.
[금동고개 ~ 오도산]
09:45 들머리에 선다. 국가숲길이라 칭하기엔 들머리가 너무 외지다. 거친 오르막 돌길을 오른다. 잠시 평탄해 지더니 다시 진득한 된비알이 이어진다. 2km도 못 왔는데 1시간이 지난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속도로 줄이고 여러 번 쉬어 간다. 서둘러 갈 그 어떤 이유도 없다.
등로에 이정목이 자주 눈에 들어오는데 보문산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다는 정보 중심이다. 근데 여긴 어딘데? 하는 의문이 걷는 내내 들었다. 철탑을 지나고 하늘이 잠시 열린다. 대전도 산으로 둘러쌓인 도시라는 걸 금방 알아차린다. 길이 순해지고 숲이 이어진다. 여러 나무들이 뒤섞인 나름 풍성한 숲길이지만 그리 인상적이진 않다. 잡목이 엉켜 계통이 없다. 간간이 전망을 볼 수 있는 개활지가 나타나더니 다시 올라쳐 오도산에 오른다. 2시간을 걸었다. 먼저 정자가 나타나고, 조금 더 가니 바위전망대, 이어서 오두산 이정목이 등장한다. 그 흔한 정상석 하나 없다. 대전시는 이 길에 그리 큰 애정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도산 ~ 청년광장]
긴 계단을 내려선다. 고속도로 위인 구완터널은 어딘지도 모르게 지났고, 방금 전 시루봉 약 2km라는 이정표를 본 것 같은데 2.9km가 남았다는 표식을 다시 본다. 힘이 빠진다. 이게 뭐지? 임도를 만난다. 숨었던 해가 나니 더위에 숨이 막힌다. 벤치에 쉬어 간다. 또 긴 오르막을 오른다. 이번 건 좀 세다. 아사동전망대는 꽤 멀었다. 고도가 400m대로 올라선다. 애써 오른 전망데크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사위가 트였으나,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그나마 이어지는 보문산길이 평판하고 숲이 우거져 따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어 위안이 되었다. 그토록 과하게 안내하던 보문산 시루봉에는 정자만 덩그러니 있고, 이곳이 산정이라는 그 어느 표식도 없다. 물어보니 정상석은 1km 떨어진 보문산성에 있다 한다. 이런 젠장, 뭐야, 이정목 마다 남은 거리를 안내하더니만 ㅋㅋ.
정자에 앉아 쉬어 간다. 긴 계단을 내려선다. 고촉사와 보문산성 갈림에서 좌측으로 길을 튼다. 무척 긴 계단을 내려서니 사찰 지붕이 보인다. 절도 더위를 먹었나 보다. 햇살에 지치고 메마른 풍경만이 주변을 감돈다. 고촉사의 이름이 유래된 촛대바위를 보고, 절마당에 늘어진 눙소화를 사진에 담고 날머리로 향한다.
긴 포장도로가 1km 넘게 이어진다. 그 길 끝에서 날머리 청년광장을 찾아 이리저리 20분 이상을 헤맨다. 버스가 정차된 위치를 기사에게 물으니 횡설수설한다. 도로를 500m 이상 걸어내려 가서야 붉은색 버스를 발견한다. 나중에 알았다. 대전둘레산길 이정표가 도로 양옆을 가리키던 곳이 청년광장이고, 주차장이 너무 넓어 기사가 위치 주소를 특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전은 기본 배려가 부족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곳이 자기 이름을 건 둘레산길의 시점인 청년광장이라는 걸 표시만 해 두었어도, 퇴약볕에 길을 헤매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이 아쉽다. 주위를 걷던 많은 이들에게 청년광장의 위치를 물었으나, 제대로 아는 이가 없었다. 관청이 하는 일이 이래도 되나 싶다. 적어도 도시 이름을 건 길이라면 이용자 입장에서 좀 더 세심히 설펴야 하지 않겠는가? 길을 헤맨 건 나만이 아니기에 말한다.
[에필로그]
버스에 오른다. 지친다. 다시 걸어 보리밥집에 갔다 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버스에 남는다. 출발 전 대전들레산길과 보문산에 갖었던 좋은 감정은 이제는 사라졌다.
그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인상적인 풍광이 적다. 보문산에서 조망하는 대전 시가지 전경은 너무 멀었고, 그저 그런 산너울 정도가 전부다. 이는 예전 식장산 산행에서도 같았다.
길 안내목이 쓸데없이 많은데 정작 여기가 어딘가 하는 기본 정보는 없다.
국가숲길이라 자랑하는데, 들/날머리에 먹거리가 전무하다. 산꾼을 불러들일 매력도 적다.
고촉사도 그저 평범한 사찰이었다.
버스를 오가며 바라본 대전 시가지 풍경도 그저 그랬다.
다시 찾을 이유가 없다.
한여름, 먼 길 와서 그리 달갑지 않은 경험을 하고 귀경했다. 그래도 휴가가 주는 시간 여유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