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絶句 (절구, p.50)
林茂鳥聲樂 숲이 무성하니 새우는 소리 즐겁고
谷深人事稀 골짜기 깊으니 사람 왕래 드므네
夢廻寒瀑落 떨어지는 차가운 폭포에 꿈은 감돌고
目送斷雲飛 떠도는 조각구름에 눈(目)을 실어 보내네
⑧ 禪餘得句書示同袍 (선여득구서시동포, p.84)
塵刹都盧在一庵 티끌과 정토가 모두 한 암자에 있나니
不離方丈遍詢南 방장을 떠나지 않고도 남방을 두루 순방했네
善財何用勤劬甚 선재동자(求道者)는 무엇 때문에 각고하면서
百十城中枉歷參 백 십성을 두루 순방했던가?
⑨ 臂短歌 (비단가, p.130)
世人之臂長復長 세인의 팔은 길고 또 길어
東推西推無歇辰 동․서로 구하기에 쉴 때가 없네
山僧之臂短復短 산승의 팔은 짧고 또 짧아
平生不解推向人 평생 남을 향해 구할 수 없네
大凡世上臂短者 무릇 세상에 팔 짧은 이에겐
人皆白首長如新 사람들의 모든 흰머리도 새롭게 나니
而況今昨始相識 하물며 어제 오늘 서로 안 사이
肯顧林下窮且貧 숲 속의 빈궁한 나를 돌아보겠나
我臂旣短未推人 내 팔은 이미 짧아 구하지 못하나
人臂推我誠無因 내가 사람 구하는 것 진실로 인연 없으랴?
鳴呼安得吾臂化爲千尺與萬尺 아! 어찌 내 팔이 천자 만자나 되어
坐使四海之內皆吾親 앉아서 천하 사람들 모두 내게 친하게 하리
⑩ 拙語布懷示表兄之禪老 (졸어포회시표형지선로, p.131)
졸어 즉, 서툰 말로 품은 뜻을 표형(表兄)인 선노(禪老)에게 보였다. 역자는 표형을 부모의 형제 등 관계에서 태어난 종형(持以示吾兄)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사촌(四寸) 또는 팔촌(八寸) 형제를 말하는데, 그에게는 다른 친척이 없다. 그러니 외종 또는 내종 가운데 노스님을 지칭한 것이 아닐까. 작품연대는 60세라고 밝혔으니, 1785-6년쯤일 것이다.
歲月如逝水 세월은 흘러가는 물과 같아
刹那不少止 순간순간 그치지 않나니
若以無常觀 만약 무상으로 본다면
朝夕保亦難 아침저녁 보전키 어렵네
縱復免殤夭 비록 어려서 죽은 것을 면해도
古來七十少 예부터 70세 살기는 드물고
況我早衰嬴 하물며 나는 일찍 쇠약했나니
七十安可期 70세를 어찌 기약하리
儻或登七旬 혹시 70세를 산다 해도
前去纔十春 앞으로 겨우 10년 뿐이니
餘齡能幾時 남은 생명이 그 얼마인가?
不卜亦自知 헤아리지 않아도 또한 스스로 안다네
何苦徇時俗 어찌 시속을 따라 고생하면서
營營不知足 악착같이 만족함을 모르리
黙坐細思惟 묵묵히 앉아서 자세히 생각하니
掩泣難勝悲 얼굴가려 울면서 슬픔을 견딜 수 없어라
安得好山谷 어찌 훌륭한 산골짜기를 얻어
深栖伴麋鹿 깊이 숨어 살면서 사슴과 짝하고
耳畔絶是非 귓가에는 시비가 끊어져서
目前無順違 눈앞엔 순위가 없어지리
翛然常獨行 요연(빠른 모양)히 항상 홀로 다니면서
放曠終吾生 자유로이 내 삶을 마치리
尋常抱此志 언제나 이 뜻을 품어
寤寐曾不二 자나 깨나 일찍 변하지 않았네
天明心下燭 하늘은 마음의 촛불을 밝혀주니
寧不從我欲 어찌 나의 소망 쫓지 않으리
憂來書寸情 근심 일면 조그마한 이 심정 글로 써서
持以示吾兄 이것을 나의 형에게 보이네
⑪ 山居 二首 (산거이수, p 143)
飢湌一鉢靑蔬飯 주리면 한 발우의 푸른 나물밥 먹고
渴飮三甌紫筍茶 목마르면 세 잔의 자순차를 마시지
只个生涯有餘樂 다만 한 생애에 남은 즐거움이 있나니
不將枯淡愽豪華 담담함 지키며 호화로움 부러워 않는 것
雨飄華蘂堆蒼蘚 비에 나부낀 꽃술 푸른 이끼에 쌓이고
風颺茶煙鏁碧蘿 바람에 휘날린 차 연기 푸른 담쟁이에 걸려 있네
手有笻技肩有衲 손에는 지팡이 어깨엔 가사 걸치나니
山家活計尙嫌多 산가의 생활계획 오히려 꺼림도 많아라
⑫ 演棗柏論 (연조백론, p.143)
「演棗伯論次 有偈示同梵諸德」(조백론을 설명하던 차에 게송(偈頌)을 지어 동범제덕에게 보였다. 조백론은 당나라 開元 때 황실의 자손출신(635-730)이라는 인물이 신화엄경(新華嚴經) 40권을 쓰면서 매일 대추 열 개와 잣떡 한 개로 끼니를 때우며 썼다 해서 비롯된 말이다. 그를 가리켜 開元居士 또는 조백(棗柏)대사라 불렀다. 충지는 순선(純禪)에 이르지 못하고 문자 정도를 희롱하는 것을 일컬어「演棗柏論」이라 붙인 것이다.
曹溪水漲毘盧海 조계의 물이 비로의 바다를 넘치게 하고
小室山開解脫門 소실산에 해탈문이 열렸나니
脚下踢廻摩竭國 발아래 마갈타국을 차서 돌이키고
手中斷取給孤園 손 안에 습고독원을 끊어 가졌네
百城差別詢皆遍 일백 성의 차별을 모두 돌며 묻고
九會莊嚴儼尙存 구회의 장엄은 엄연히 존재하나니
箇裏若能深得妙 그 가운데 만약 깊이 묘한 뜻 얻으면
便知禪講本同源 선강(禪講)이 본래 한 근원임을 알리
⑬ 棗柏論 (조백론, p.144)
「棗伯論 演畢之日 鷄峯 投以長句四韻 次答之」(조백론에 대한 강(講)을 마치던 날 계봉(定慧寺)에서 장구 4운을 주니, 이에 차운하여 답함)
痛信斯門己有年 이 법문(法門) 깊이 믿는지 이미 여러 해
將期畢命廣弘宣 이 목숨 다 할 때까지 널리 포교하기 기약했나니
敎兒獅子機雖妙 새끼 가르치는 사자의 지혜 묘하건만
負乘牛王力未全 법을 짊어진 우왕의 힘은 온전하지 못하네
痴習難廻蠅叩紙 어리석은 습관 잡기 어려워 파리가 창호지 두드린데
渴心猶似驥犇川 타는 마음은 준마가 냇가로 달리는 것 같고
互爲主伴從今始 서로 주반(主賓)이 되는 것 지금부터 비롯되거니
伴夏同熏豈小緣 夏安居하며 같이 수행하거니 그 인연 어찌 적으리
⑭ 侍者求偈書以贈之 (시자구게서인증지, p.163)
吾常呼汝汝斯應 내가 늘 너를 부르면 너는 대답했고
汝或訊吾吾輒酬 네가 혹 내게 물으면 나는 대답했지
莫道此間無佛法 이 사이에 불법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從來不隔一絲頭 종래부터 한 오라기 실만큼도 간격이 없네
(144-017일차 연재에서 계속)
첫댓글 (144-016일차 연재)
(장흥위씨 천년세고선집, 圓山 위정철 저)
16일차에서는 원감국사님의 '禪.敎觀
(선.교관)' 을 엿볼 수 있는 한시 " 17편 중 '절구', '비단가' 등 수준높은 8편" 이 밴드에 게재됩니다.
특히 비단가의 경우 '팔 짧음'을 노래했지만, 이는 원의 간섭기 시절에 소출을 빼앗기고 배고픔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구할 수 없는 '힘과 능력의 한계'를 한탄하는 매우 차원높은 비유법으로 사료됩니다.
※ 주) 읽는이의 편의를 위하여 게재자가 시의 단락을 구분하고 일부 제목에 음을 달았습니다
(본문내용- 원감국사 관련 계속)/ 무곡
장흥위씨 - 원감국사 ‘비단가(臂短歌)’와 悲願 / 원산 위정철(게재자 위상환)
https://jhwi.or.kr/freeboard/13019
비단가 관련 투고글도 함께 게재하고자 합니다(원산 위정철 투고글입니다)
팔이 짧다는 비유법으로
세상의 민생고 등을 구제하지 못함을 탄식하는 내용의 국사님의 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무곡
원감국사 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