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려 흙 적시는 일 땅만보고 참으며 놀려야 할 손을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들판의 살구꽃까지 눈길 붙들어 멘다
이대로 주저 앉아 꽃만 보고 살 수 없을까 환한 꽃그늘 속에 눕는다
고향 하늘이 환하다 사람이 최고로 바라는 것은 삶의 안주 [安住] 다. 말 그대로 집에 편안히 앉아 세상을 굽어보는 것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꿈이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면 사람일까. 사람은 동물로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용망이 앞선다. 선척적으로 제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모험심을 발휘하여 다른 땅을 개척한다. 이 개척정신이 인류를 오늘에 이르게 한 핵심이다. 만약 어디론가 가고 싶은 욕망이 없었다면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모르고 멀리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개척은 고되다. 미지의 세계는 위험이 동반되고 힘이 많이 든다. 또한 두려움이 앞서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현대에 이르러 이같은 두려움이 많이 사라지고 문만 열면 신세상이 펼쳐지는 광경에 만족하지만 사람의 심리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 특히 은퇴 후에 겪는 무력감은 한 사람의 남은 생을 허무러뜨리는 요소다. 이것을 만회하기 위하여 새로운 것을 찾는데 요즘에 가장 인기 있는 일은 작은 전원생활이다. 이경구 시인도 마찬가지의 심경을 그렸다. 그렇지만 젊음을 잃고 농촌에 들어가 농사를 한다는 건 지구를 떠나 달에 착륙하는 것과 같다. 안주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하려는 목적에 전원을 찾았지만 쉽지 않고 젊음의 한때를 그린다. 그래도 왔으니 무엇인가를 해야되고 남보다는 잘할 수 없지만 뒤쳐지지는 않으려는 욕심에 일을 붙든다. 이때에 비로소 느낀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해도 편안 것은 없다고, 봄꽃이 만발한 산야를 바라보며 흥에 취하고 그대로 안주하고 싶은 게으름을 어찌할 수가 없다. 이대로 주저 앉아 꽃만 보고 살고 싶다는 투정을 하며 꽃그늘 에 누워 고향 하늘을 그린다. 아무것도 아니하고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의 편안을 바라고 그것으로 만족했으면 좋겠다는 시인의 고백이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