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진도 완도엘 가고 싶어 여행길에 나섰다
그런데 길을 나서다보니 기왕 가는김에 구석구석 뒤져보고 싶어졌나보다
사실 회사일을 잠시 접었기에 시간상 여유가 있는 상황인지라 맘 먹기도 쉬웠으리라.
마침 서초구에서 횡성과 태안에 휴양소를 운영하고 있는걸 알게됐고 급작스럽게 태안을 예약하고는 우선 충북 영동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느낀 두가지
하나는 이곳만의 자랑인 난계 국악당
난계 박연의 고향 영동에서만 볼 수 있는 국악의 모든 것
마침 영동 포도축제를 맞이하여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을 위하여 특별공연이 무료로 열리고 있었는데
첨으로 다양한 국악의 진수를 보았던 가슴찡한 여운이 있었던 시간이었다.
돈이 많아서 이럴때 연주자들 식사비라도 듬뿍 줄 수 있었으면 했다..마음만.*&*&*&*(인게 무척 아쉬웠다...는 뜻임)
TV에서는 훨씬 더 나은 연주실력과 무대장치가 있었을텐데..
역시 라이브가 최고다
참!!
별주부전을 주제로 한
난감하네...라는 국악 가요, 이런게 많이 계발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함 들어보시라 ㅋ~
둘째는 옥계폭포
이곳은 가 보려고 여러번 별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기회를 놓친곳이다
반드시 뭔가 있을것 같았다
있었다
폭포가 다 그렇지만 특별히 에로틱했다
그리고는 예약해둔 태안 서초휴양소로 향했다.
지난해 맨아래 꽃지에서 위쪽 연포까지 대충 둘러봤기에 별 기대나 흥분은 없었다
하지만 다르다고 생각하면 다르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이곳에 안 오겠다는 배수의 진을치고 모든 해안선과 섬의 끝자락을 보고 싶었다
일정을 잡아도 사흘이면 충분했기에 2박3일 예정으로 구석탐방에 나섰다.
태안과 안면도에서 느낀 3가지
첫째, 맛도 없으면서 가격이 무척 비싸다는것
의례 관광지란 그렇지만 알면서도 어쩔수가 없는가보다
특히 안면도 땅끝 영목항에서 점심으로 먹었던 거금 9천원찌라 바지락칼국수는 세상에서 제일 가성비가 낮은 음식으로 죽을때까지 기억될것이다 ㅡ.ㅡ
둘째, 해운대는 가라
꽂지 해수욕장과 만리포 해수욕장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채 나무젓가락을 양끝에 끼워둔 듯 다물어지질 않는다.
고개를 크게 도리질해야 이쪽과 저쪽이 다 보인다
물론 모래해변도 넓고 고우며 경사도 완만하다
넉넉한 이곳을 보고 있으면 해운대는 완전 콩나물 북새통 피난민 난리통이다
셋째, 바다가 너무 무서웠다
마지막날은 어제까지 징그럽게 무덥던 날씨가 갑자기 돌변하더니 강풍경보가 거의 전국에 내려졌다
마치 죠스 수백마리가 한꺼번에 덤비듯 입을 너무크게 벌린 채 성난 파도가 밀려왔다
날씨마저 흐려 바닷물이 검게보여 빨려들어가는 착각이 들었다
갑자기 팽목항 아이들이 생각났다
바닷속 숙소에서 자기 키보다 훨씬 높이 들어찬 바닷물을 창을 통해 보면서 얼마나 기겁했을까
두고두고 몸서리쳐진다
이곳은 백리포 해수욕장
파도가 부서져 백사장을 휩쓸고 있는 걸 저 멀리 언덕위에서 잡은거다
발을떼면 날아갈 듯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숨쉬기가 힘들 만큼
신두리 해안 사구를 가보셨나요?
내겐 아직 신비로 남아있던 곳이다.
마침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백리포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이 많은 모래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걸까?
사막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거지?
답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이 좁은 골이 블랙홀이었다
바닷가 고운모래가 쉴 새 없이 이 곳으로 세차게 빨려들어와 언덕으로 모래를 실어날랐다.
다음엔 전라도 광주
이곳은 5번정도 와 봤는데 중요한 망월동 참배와 무등산 등반을 못해봤다
무등산 서석대는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5시간 정도...패스, 다음기회에
해서 망월동 518 민주묘지(공식 명칭임)로 향했다
묘지 전체가 아주 클 것으로 생각했는데 묘지만은 생각보다 심하게 작았다
같이 참배하자고 고개를 오랫동안 숙였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방명록을 쓸 용기도 나지 않았다
518 그때가 수없이 오버랩됐다
데모 꽤나 했다
한국은행 옆 당시 서울시경찰국(시경)를 지나면서도 욕을 해댔던 기억이 생생하다
경찰이 있어도 고개를 돌리고 욕을 해댔다.
이때 같이 놀던 6명이 단체로...
맨날 12시가 되어야 서울역 근처에 있는 친구집에 도망치듯 뛰었다.통금이 있던 시절이었다
이제 빚을 좀 갚았다
이젠 목포다
첨 이곳에 왔을땐 겁을 무척 집어먹었다
1990년 여수에 발령을 받고 내려갔더니 그 곳 사람들 하는 말이
여수에서 돈 자랑말고, 순천에서 인물 자랑말고,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해서 첨 벌교에 가서는 차에서 내리지도 못했다
그런데 목포는 더 무서웠었다
그리고 20년도 더 지난 지금 다시 와보는거다
유달산엘 꼭 가보고 싶어서..
올라갔다
곳곳이 비경이요~
가는 곳마다 쉼터였다.
이번 여행 최고의 수확이었다.^^
<하산 길 누각에서 본 노적봉>
진도로 향했다
애초 목적은 진도대교를 건너보는 것이었다
헌데 이정표에 팽목항...이라고 계속 적혀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진도항이 팽목항이었다
팽목리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조심스러웠다
분향소에 들어가면서도 들어가도 되는지 두리번두리번했다
세상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않은 일이 너무도 많다
이 많은 아이들이 모두 한순간에 이세상에서 사라졌다니
그것도 백주 대낮에 해경이 있는 곳에서....
아무런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그날은 그채로 진도에 머물기로 했다.
다른곳으로 이동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날 완도로 향했다
주로 해안도로와 방조제만을 따라 가다보니 일정이 더뎠다
완도를 거쳐 신지도로 넘어갔는데 장흥에서 뻗은 반도 끝 고금도와 거의 맞닿아 있었다.
마침 연도교가 건설중이었는데 상판 하나를 남겨놓고 있었다
이것만 연결되면 저 먼길을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거다
대충 잡아보니 돌아가면 120킬로정도로 보였다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차 안에서 1박을 한 뒤 다음날 맞은편으로 가보기로 했다
급히 아침을 먹고 열심히 해안선을 따라 달렸다
이른 오후에 도착하니
아뿔싸!!!
상판이 연결되어 있었다
불과 몇시간만에 다리가 이어졌던거다...헐.....이럴수가 ?!?!?!?!
다시 북으로, 장흥으로 올라갔다
기억이 너무 좋은 곳이다
내 맘의 고향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이곳에 들렀다가 그놈의 마늘때문에 크게 다투었는데
장흥 토요장터에서 산 고기를 우드랜드에서 구워 먹으며 눈 녹듯이 서로 화가 풀려 한참을 웃던 생각이 난다
장흥 우드랜드..억불산 자락에 자리잡은 편백나무 숲, 정상까지 전동 휠체어로도 올라간다
이번에도 기억이 너무 좋다.
마침 도착한 날이 <토요장터>가 열리는 날이어서 맛있는 장흥고기를 저녁으로 배터지게 먹고
다음날 아침 슬렁슬렁 허름한 시장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데..
이게 전부
5천원
게다가 끝내주는 맛은 덤
밥을 한그릇 더 시켜먹고 15가지나되는 반찬을 거의 모두 비웠다
지나치게 포식했다..아침부터
나중에 한 얘기지만 밥 한그릇 더 먹을수 있었는데..ㅎㅎ
그 다음날은 고흥반도
여기서 멈칫했다
반도끝으로 가려면 소록도를 거쳐야하는데..가능한 일인가?
아무튼 가보자
웬걸
소록도엔 주차가 가능하고 공원이 조성되어있었다
1942년 일본인 원장이 한센인 6천명을 강제동원하여 만들었다는....
이곳은 사진 한 장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먼저 <감금실>
여긴 검시실이다
말하자면 죽은 한센인의 사인을 규명하는 곳
검시실...이런시설에서 인간을 검시하다니
개돼지도 아니고
아니 개돼지 취급했을것이다
1935년 건립된 이 검시실에서 모든 사망환자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곳에서 사망원인에 대해 해부절차를 마친뒤
간단한 장례식을 거쳐 섬 내 화장장에서 화장한 후 납골당에 유골로 안치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소록도의 환자들에게 '3번죽는다'라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첫번째는 한센병 발병, 두번째는 죽은 후 시신 해부, 세번째는 장례 후 화장이다
이 곳에서는 섬 전체에서 소독약품같은 묘한 냄새가 계속 흘러나왔다
외곽으로 갈수록 그 냄새는 옅여졌다
분명 상시 소독을 하는 것 같았다
호흡기 전염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니 단체면회도 10여미터 떨어져서 얼굴만 바라보고는 돌아온다는것 아닌가
그리고는 숨가쁘게 달려 나로도
우주기지가 있는 유일한 곳
해 지기전에 도착해야 볼 수 있을거란 전제하에 열심히도 달렸다
웬걸
나로도 발사기지는 볼 수 없었다
위병소에 물었다
발사기지를 볼 수 있는 위치는 거의 없다는 대답만 들려왔다
반대편 해변에서 일부 관찰 가능....
볼 수 있을거란 기대를 가지고들 많이 오시는데 모두 실망하고 돌아가신단다
하지만 볼게 하나 있다
천문관?
4D 우주천문 다큐가 40분간 상영된단다
아..오늘은 시간이 지났고, 내일은 월요일 휴관이란다..젠장
언제 또 이 먼길을 오나..진한 아쉬움이 몰려온다.
10년 후 손주를 데리고 운전해가며 올 수 있을까?
첫댓글 영화같은 여행~~
감동입니다!!
아름다운 발걸음을 통해 충전된 에너지!
삶과 시간속에 잘 견지해 나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