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일제 잔재 '개밥'의 추억...역사 속으로
운영자2008-09-29 추천 0댓글 0조회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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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일제 잔재 '개밥'의 추억...역사 속으로
법무부, 발밑 배식구를 허리 높이로 조정키로
CBS사회부 심나리 기자
8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 구치소에 수감됐던 최 모(42)씨는 구치소의 식사 시간 기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마치 개가 밥을 얻어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수용자들과 인권단체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이같은 '개밥' 논란이 차츰 사그라들 전망이다.
교도소와 구치소 수용자들의 배식구가 발밑에서 허리 높이로 개선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 수용자 배식구 허리 높이로
법무부 교정본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법무시설기준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현재 수용시설 복도의 바닥으로부터 45cm 높이에 있는 배식구를 허리높이인 80cm로 높여 음식물을 받을 때 허리를 숙여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고 인권 신장에 기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법무시설기준규칙 개정안은 현재 내부 검토를 거쳐 잠정 결론이 난 상태로, 다음달쯤 여타 개정안과 함께 일괄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식구 개선작업은 앞으로 신축될 교정시설이 우선 적용된다. 이와 관련, 법무부 교정본부 복지후생팀 관계자는 "오는 2010년 완공 예정인 서울 영등포구치소와 영등포교도소 신축건물에 첫 적용키 위해 현재 설계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또 새롭게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정읍, 상주, 속초 교도소와 시설 노후화로 인해 신축이 필요한 광주, 장흥 교도소에도 잇따라 개선된 배식구가 설치될 예정이다.
■ '개밥' 배식구 100년 역사...일제 잔재 청산 의미
이같은 배식구 개선 작업은 일제시대부터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교정시설의 역사를 새롭게 쓴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909년 사법권을 일본에게 빼앗긴 이후 감옥사무를 비롯한 모든 법무는 일제 총독부 산하에 귀속됐으며, 이에 따라 일본의 교정시설이 국내 교정시설의 표준이 됐다.
서울지방교정청 조명형 총무과장은 "일본의 영향으로 배식구 위치도 자연스레 일본을 따랐지만 인권의 측면을 고려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 과장은 "그동안 둘러본 미국, 유럽 등지의 교도소들은 모두 배식구 위치를 허리 높이 정도로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도 최근에는 배식구 위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우 배식구의 위치가 허리 높이에 있을 경우 수용자가 팔을 밖으로 내밀어 자물쇠를 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동안 개선이 미뤄졌지만 최근 잠금 장치가 디지털화되면서 더 이상 배식구 개선 작업을 미룰 명분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배식구 개선 작업이 좀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밥'의 기억을 돌이킨 최씨는 "배식구가 위로 올라가는 것은 인권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긴 하지만 얼굴을 마주 보며 밥을 받을 수 있도록 창문과 배식구의 넓이를 더 크게 해야 진정한 인권 개선의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aslily@cbs.co.kr
출처/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