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시 전문 계간지 포지션의 차주일 주간은 지난 14일 포지션 송년회에서 “시인들이 주도하는 기부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주일 주간은 ‘아푸파(afoofa)’라는 기획을 언급하며 모금에 함께하기를 독려했다.
포지션은 2013년 봄에 창간하여 통권 23호까지 출간한 시 전문 계간지이다. 차주일 시인이 편집주간을 맡고 있으며 편집위원으로는 고봉준, 김언, 남승언, 장이지 씨가 함께 한다. ‘포지션 콜로키움’을 열어 학술적 논의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14일 포지션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인근에 위치한 모차르트 카페에서 송년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차주일 주간은 ‘아푸파(afoofa)`를 소개했는데, 아푸파는 시인들이 주도적으로 기부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포지션에서 시작한 ‘시인 저금통’이다. 아푸파를 통해 모인 돈은 아프리카 현지의 활동가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아, 극빈층 아이들을 소개받아 직접 후원하는 형태로 기부된다. ‘아푸파’는 아프리카와 아픔, 어부바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로 ‘all for one, one for all’의 머리글자를 따 협동조합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차주일 포지션 주간은 뉴스페이퍼의 취재에 “저희 시인들은 감정을 원재료로 해서 주로 작품을 창작한다.”며 “기쁨보다는 슬픔 쪽의 감정들을 주로 많이 가져다 쓴다.”고 이야기했다.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감정을 빌려와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원재료의 값을 치른 적이 없다.”며 “우리는 그 감정들, 슬픔들에게 어떤 것을 되돌려주고 값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푸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또한 “내 진심을 남에게 빌려주는 행위를 기도라고 한다.”며 “우리 주위에 힘들고 걱정이 많은 분들을 위해 기도하면(진심을 빌려주면) 그분에게 무언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양균원 포지션 문학회 부회장(대진대학교 교수, 시인)은 축하 인사를 통해 “여기 계신 분들이 여러 문학회에 동시에 들고 계신 걸로 안다.”며 포지션 송년회가 가진 의미를 “여러 문학회와 소통하고 나누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포지션의 기부 문화가 다른 문학회로도 뻗어나가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날 포지션 송년회에 참여한 시인들은 도란도란 둘러앉아 시인들이 주도하는 기부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다졌다. 송년회는 ‘포지션 문학회’를 비롯한 칠십여 명의 문학인들이 모여 환담을 나누는 가운데 끝이 났으며, 행사 말미에는 시집 ‘둥근 바깥’을 출간한 마술사 시인 김영곤 작가의 마술 공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문학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에 어린 고통을 들여다보는 시인들이 ‘아푸파’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 ‘아푸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어린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