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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아침공기를 맘껏 들이키며 이순신광장에서 중앙통으로 간다. 여수에 오면 다들 가보는 곳이 향일암, 진남관, 충민사, 흥국사, 오동도 등이다. 사실 여수시민들은 뭐 그리 볼것이 있느냐 하기도 하고 여수에 살지만 아직 진남관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봤다. 사실 서울에 산다고 63빌딩이나 남산타워, 국립중앙박물관 등 서울의 명소를 안가본 사람들도 허다하다. 물론 시간도 없겠지만 항상 곁에 보고 지나치니 그 중요함과 가치를 쉽게 몸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가까우니 그만큼 소홀하게 되는것이 아닐런지. 수원사는 나도 매일 수원성을 지나치고 행궁을 바라보지만 그곳을 여행하며 사진으로 많이 담아가는 사람들은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훨씬 많다. 여수에 오는 여행객이라면 한번쯤 들러보는 곳이 이곳 진남관이렸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포스가 느껴진다. 바람은 잠잠하고 햇살은 맑고 따스하나 공기는 썰렁하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한점 없는 여수만의 풍치를 느끼게 해준다. 진남관은 여수의 대표적 유적이자 이순신장군이 좌수사로 임진왜란을 준비하고 전투상황실로도 사용했던 곳이다. 바닷가 이순신광장에서 여수역 방면으로 언덕을 100여m 정도 올라가면 웅장한 2층의 망해루가 시선을 끈다.
망해루는 2층으로 된 누각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누각이란 뜻인데, 옛날에는 바로 바다가 보였을 것이고 이곳에서 바닷가의 동향을 군인들이 살피는 전망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지금도 이곳에 올라가면 여수앞바다와 돌산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진남관의 안내판. 큰 기대를 했다면 조금은 실망을 안고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이 임진왜란의 중요한 본부구실을 한 곳이고 국보로 지정된 최대의 목조건물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방문한 값어치는 될것이다. 관내는 비교적 단순하다. 망해루를 지나 계단을 따라 오르면 왼편으로 여수고을의 현감이나 지방관 등의 공적을 기록해 놓은 17개의 공적비 군락이 있고 오른편에는 임진왜란 유물전시관이 위쪽으로 오르면 통제관을 지나 진남관에 이르게 된다. 입장료는 물론 없고 해설을 원하면 입구에서 문화해설사를 요청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망해루는 언제나 여수 앞바다를 너그러운 눈빛으로 찬찬히 굽어보고 있다.
망해루 오르는길에 바라본 이순신광장의 모습.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통행인들이 뜸하고 거리는 한산하다. 해가 좀 하늘높이 오르고 시간이 지나면 여수의 한때도 열리겠지.
망해루를 지나니 3단의 계단위로 통제문이 보인다. 통제문은 이곳에 삼도수군통제사의 본영이 있던 자리인지라 그 통제영의 문이란 뜻에서 통제문이라 일컬은 것이다. 통제문은 3개의 입구로 되어있는데 양옆으로 들어가면 된다. 진남관의 거대한 지붕이 서서히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통제문의 모습. 현판의 글자가 좀 특이하다. 보통 힘이넘치는 글씨체로 하는데 이곳은 섬세한 글씨로 현판을 꾸몄다. 단청과 기둥에는 새로 보수공사를 했는지 새것의 모습이 보인다.
진남관은 국보 304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으로 사용하던 곳에 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599년 삼도수군통제사 이시언장군이 건립한 객사건물이다. 지금의 건물은 여러번의 화재와 낙뢰로 말미암아 소실되고 다시 중수하기를 여러번 거쳤다. 이곳은 역대 임금의 궐패를 봉안해 매월 1일과 15일에 제를 올렸는데, 길이가 55m, 큰 나무 기둥이 68개나 되는 큰 건물이다. 서울 경복궁의 경회루, 종묘, 통영의 세병관, 합천 팔만대장경 장경각 등과 어깨를 견주는 한국의 대표 목조건축물이다. 건물은 주심포양식과 익공계의 수법을 아울러 사용하였는데, 특히 열을 맞추어 서있는 둥근 나무기둥들이 마치 이집트 신전을 연상케한다. 현판글씨가 힘이 넘친다. 비슷한 규모와 내력을 가진 통영에 있는 삼도수군통제영의 세병관도 국보 305호로 나란히 지정되어 있다.
가까이 가보니 생각보다 엄청 건물이 길다. 단층의 목조건물로는 국내 최대라는데 가운데가 텅 비어있어 세월의 허망함과 건물의 웅장함이 동시에 가슴속을 파고드는 듯하다. 이곳에서 그 옛날 군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지략을 세웠을까. 여수해가 바라보이는 건물 한복판에서 왜적을 어떻게 물리치고 공격과 방어의 최선책을 찾기에 골몰했을 그들을 떠올려본다. 원래 처음에는 진해루라 불렸는데, 임란후인 1599년 다시 일본이 전열을 재정비해 침입한 정유재란으로 한줌 잿더미로 변한 터에 대규모의 객사를 만들고 남쪽 왜구를 물리치고 진압하여 나라를 평안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진남관이란 명칭을 붙였다한다. 예전 전라좌수영에는 약 78동의 건물들이 있었다 하는데 지금은 유일하게 진남관만이 존재하고 있다. 그 많던 건물들은 어디로 간것일까. 근대화시대, 일제시대, 6.25전쟁을 거치면서 하나 둘 쓰러져 간것일까. 진남관은 근대에 와서 보통학교와 상업중학교 등으로 사용되다가 보수를 하고 국보로 지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소중한 건물을 학교로 사용했었다니, 그 당시에는 건물의 유물적가치보다는 삶과 교육이 더 절실했었겠다.역시 문화와 유적의 올바른 가치도 일단 먹고 사는일이 해결돼야 비로소 바라보일테지.
진남관에서 바라본 여수는 언제나 평화스럽다. 왜적 퇴치와 든든한 좌수영의 본거지인 이곳 전라좌수영을 여수민들은 항상 바라보며 삶을 이어왔을 것이다.
진남관에서 바라본 여수시내. 여수는 시내 곳곳에 높지않지만 산이 있어 한눈에 시내가 바라보이지 않는다. 산을 넘으면 또다른 여수가 있고 들판을 건너면 마을이 다리를 건너면 섬이 있는 아주 복잡한 지형이다. 그만큼 아기자기한 맛이 있기도 하다. 알면 알수록 양파껍질처럼 한겹 한겹 그 속내를 살포시 들어내는 여수!
진남관을 보고 아래로 내려와 임진왜란 유물전시관으로 들어가본다. 마치 공주 무령왕릉에 있는 지하전시관으로 들어가는 느낌도 살짝 난다.
임진왜란의 과정과 그 당시에 썻던 무기류, 전쟁장면, 거북선의 건조, 각종 문서등을 볼 수 있다.
전라좌수영을 재현한 모형모를 볼 수 있는데, 가운데 커다란 진남관이 위치하고 있고 바다를 면하여 둘레를 방어하기 위해 해안을 따라 성곽을 쌓아올린 모습이 보인다. 그 당시에는 대단한 규모였을 것이다. 지금으로 따져본다면, 해군 3함대급이나 해군작전사령부와 비슷할 테니까. 바닷가에는 군선을 건조하기 위해 만든 선소도 보이는데, 이곳의 자취는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물론 돌산도나 소호에는 선소의 흔적을 지금도 볼 수 있다.
이곳 전라좌수영은 1479년 순천(지금 여수)내례포에 수군만호영이 설치되면서 기존 해남의 수영을 전라우수영이라 불리면서부터란다. 그러니 해남에는 전라우수영이 여수에는 전라좌수영을 설치한것인데, 해남이 좌수영, 여수가 우수영으로 불려야 맞는것이 아닌가. 1593년부터 1601년까지는 삼도수군통제영의 본영이기도 했고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해군 군사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곳이다.
이순신 장군과 그외의 장군 및 병사들이 입었던 군복과 투구, 칼 등을 재현해 전시해 놓고 있다. 임진왜란의 전개와 방어에 대한 문헌의 기록과 왕래한 서신들도 볼 수 있다.
거북선 내부에서 일하고 있는 수군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밥지을 부뚜막도 있고 무기도 점검하고 노를 젓는 모습들도 보인다.
이른시간이라 관람객이 없어선지 편하게 구경했다. 하나 하나 자세히 그 역사를 알아가면서 임진왜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한 기분이다.
보물로 지정된 장검도 전시돼 있다. 오른쪽의 것은 나무를 자를때 사용하는 톱같다.
좁은 해협에 쇠사슬을 수중으로 내려 적이 침입했을때 쇠사슬을 양쪽에서 들어올려 적선을 수장시켰던 수전병법을 설명해주는 모형들. 이런 비슷한 방법으로 고려시대의 강감찬 장군도 거란의 침입을 물리쳤던 일도 있었지. 진남관과 유물전시관을 관람하는 코스는 많은 볼거리와 유물보다는 임란과 이순신, 전라좌수영의 역사를 배우는 중요한 야외교실 같은 곳이다. 여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이곳 진남관에서의 의미있는 시간이 된것같다. 이제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시내로 나가본다. 교동시장을 거쳐 구석구석 거닐어본다. 하늘은 더욱 푸르러졌고 바람은 짠 바다내음을 실고와서 나의 콧속에 던져버린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싫지만은 않은 1월의 여수다. 물론 저녁에는 좀 추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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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수 일때문에 많이 갔었는데 여긴 전혀 몰랐네요...^^;;
올 봄에 여수갈건데 꼭 들러봐야겟어요~
네~~ 봄에 꼭 한번 들러보세요..봄에 가심 더 좋을꺼에요..지두 상반기에 다시 한번 가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