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주일 늦은 오후시간, 이곳저곳 예배의 뒷자리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밖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누구인가 궁금해 목양실 문을 열고 나가봅니다. 두 딸입니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쌍둥이 딸이 교회를 찾아 온 것입니다. "어, 딸들 어서와~ 아빠 한번 안아보자!“ 차례로 어린아이 껴안듯 꼭 안아 주었습니다. 잠시 집에 들려 짐을 풀고, 고3 아들에게 문자를 넣었습니다. 아들은 도서관에서 1학기 기말시험을 준비 중인가 봅니다. 저와 아내 그리고 두 딸 넷이서 인근 혁신도시에 갔습니다. 여느 부모와 같이 멀리 떨어져 지낸 딸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주고자 하는 마음은 동일하나 봅니다. 딸들은 숙녀에게 필요한 작은 화장도구를 산 모양입니다. 아내가 계산하고 인근 식당으로 옮겨 딸들이 좋아한 베트남식 음식을 먹기로 했습니다. 딸들은 이것저것 몇 가지를 섞어서 음식을 주문한 모양입니다. 접시에 담긴 야채와 차가운 국수, 육수에 담긴 따뜻한 국수, 깊은 그릇에 담긴 볶은 밥, 길쭉한 만두 그리고 작은 그릇에 담긴 각 가지 소스와 육수가 이색적입니다. 어떻게 먹느냐고 물었더니 딸들이 먹는 방식을 가르쳐 줍니다. 요 음식은 쏘스를 찍어먹고, 저 음식은 육수에 넣었다 건져 먹는다는 것입니다. 처음 먹어 본 음식이지만 맛보단 두 딸과 요즘 젊은 친구들의 취향을 알 수 있어서 좋은 식탁의 시간입니다.
식사 후에 진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남강 변을 걷고 싶다고 해서 강변을 걸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운동기구를 돌리는 사람들, 열심히 걷고 뛰는 사람들 속에 우리 가족도 끼었습니다.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걸었습니다. 어느 한곳의 목적지 보단 그냥 걸었습니다. 함께함이 좋았습니다. 자전거를 대여해 준 곳이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타는 작은 자전거부터 성인이 타는 자전거, 모양과 종류도 다양합니다. 크고 작은 사이즈에서 2인이 함께 타는 자전거까지 엄청난 량의 자전거가 지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우리 가족은 자전거 네 대를 빌렸습니다. 운전대 중앙에 작은 전등불을 붙이고 먼저 출발하니, 두 딸이 줄을 잇고 끝자락에 아내의 자전거가 따라옵니다. 때마침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반갑게 인사하며 지나갑니다. 속도와 거리를 유지하며 한 참을 달렸습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뒤에 가족이 따라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안전하게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자꾸 뒤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뒤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빠 이제 돌아가요!" 자전거를 돌리니 순번이 거꾸로 입니다. 아내가 앞장서게 되고 딸들의 뒤를 이어 제가 끝자락입니다. 앞에 섰을 땐 잘 보이지 않던 가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앞에 섰을 땐 가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니 뒤를 따르니 너무도 잘 들립니다.
선두에 섰던 아내가 노래를 부릅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 나셔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 하셔요 어물어물 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습니다. 초등시절 학교에서 배우고, 불렀던 노래를 어른이 되어 불렀습니다. 함께 탔던 자전거를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아내가 딸들에게 제안합니다. 다음에 다시 와서 자전거를 타자고... 그 땐 아들도 그리고 우리 성도들도 함께 자전거를 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보다 더 긴 자전거 길을 만들어 이날은 ‘믿는 사람들은 군병 같으니’ 라는 찬송가로 우리 대장되신 예수님을 따라 함께 노래 부르고 싶습니다.
섬김이 박희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