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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국여행동호회 원문보기 글쓴이: 조창완
표음문자인 한글은 참 행복하다. 어떤 나라의 발음체계가 와도 바로 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권이나 중국어 병음에서 구별하기 힘든 몇 개의 발음이 있지만 그래도 표의문자인 중국어에 비할 것이 아니다.
게다가 중국은 한자에 대한 자긍심이 있기 때문에 외국어 표기가 원칙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결국 외국기업은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중국 진출에 있어서 가장 첫 번째로 부닥치는 것이 작명이다. 중국은 외국 회사라고 하더라도 중국어 표기에 맞추어서 등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명을 중국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중국내 외국기업의 작명은 사업 성패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커코우커러(可口可樂 코카콜라)로 대표되는 성공적인 작명은 중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 마케팅에 활기를 불어넣기 때문이다.
그럼 성공적인 작명을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우선 두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자기 나라의 발음과 중국어 발음이 유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마이땅라오(麥當勞 맥도널드)나 컨더지(肯德基 kfc)는 작명의 뜻은 괜찮지만 원 발음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코카콜라의 작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한자 자체의 뜻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내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중요한 기업은 원 발음보다는 중국인들이 그 뜻을 좋아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지아러푸(家樂福 까르푸)는 발음도 유사 하지만 ‘가정의 즐거움과 복’이라는 뜻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 유명 브랜드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우리기업도 중국에 진출하면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리 없다. 더러 성공적인 작명으로 빠르게 자리 잡은 기업도 있고, 작명을 소홀히 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있다. 우선 대기업의 케이스를 보자. 삼성이나 LG, 현대, SK 등은 영어 브랜드나 한자를 그대로 발음하는 방식을 택했다. 때문에 싼싱, 엘르지, 씨엔타이, 에스케이로 그대로 읽힌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사실 소극적인 자세다. 서양 기업들도 자국의 영어브랜드가 있지만 상당수 중국식 작명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경우가 있다. 가령 HP는 은혜를 널리 베푼다는 뜻에 후이푸(惠普), GM도 전혀 발음이 다르지만 원회사명(제너럴 모터스)에서 의미를 따와 널리 쓰인다는 통용(通用)으로 작명하는 등 현지 작명에 많은 공을 들였다. 물론 우리기업 가운데에서도 잘 된 작명들이 있다. cj는 뛰어나길 바란다는 뜻에 씨지에(希杰)로, 오리온 초코파이는 '좋은 벗'이라는 의미의 ‘하오리요(好?友)’ 작명해 성공을 거뒀다.
우리 기업 가운데 중국에서 성공한 작명으로 꼽히는 사례를 몇 개 보자. 우선 이마트의 중국 명은 이마이더(易買得 이마트)다. 쉽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면서도 원 회사 이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마트는 상하이에 첫 점포를 내고 처음에는 약간 고전했지만 차차 정착해 다른 점포를 냈으며 톈진에도 점포를 개설했고, 베이징에도 점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30여 점포가 진출해 있다.
다른 하나는 cj의 뚜레주르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뚜레주르의 중국명은 뚜어르즈르(多樂之日)로 원 발음과 유사하면서도 ‘즐거움이 많은 날’이라는 좋은 발음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싸이월드는 '나와 경쟁한다'는 뜻의 짜이워(寨我)라는 작명을 했다. 나름대로 괜찮은 작명이다.
그런데 작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한국이라는 브랜드에 맞게 철저하게 시장을 관리하고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필자는 얼마전 상하이 방문길에 우리나라에서 진출한 대형마트를 방문했다. 아이들에게 한국 기업의 진출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가게에 세 번째 들렀기 때문에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지하 3층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면서 필자는 실망을 느껴야 했다. 손님은 예전에 비해서 크게 줄지 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트 안의 상품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보였다.
우선 저녁에 먹기 위해 과일 가게에 들렀다. 매장에 쌓여있는 사탕쥐(沙糖桔 달콤한 작은 귤)는 많은 과일들이 물러터져 면밀히 골라야만 살 수 있어서 결국 포기했다. 다른 과일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결국 과일은 사지 못했고 한국산 커피믹스 정도만 챙겨서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이곳은 더 문제였다. 계산대는 컨베이어벨트가 없어서 손님이 직접 계산대 앞에서 꺼내 들고 나가야 했다. 이러다보니 끌고 온 카트는 엉망이 되어 바닥에 뒹굴었다. 한숨을 쉬면서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한국에 돌아와 그 기업의 최근 중국 내 성적을 보니 형편이 없었다. 이미 적자가 많이 쌓여서 고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형편없이 매장관리를 하는 기업이 세계 모든 기업이 경쟁하는 중국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 결과는 뻔한 일이다.
이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사업 초기에 백가쟁명하는 세계적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한국식의 기민한 경영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런 모습이 없었다. 아마 중국 사업을 책임지는 관리자가 한번이라도 그 현장을 돌아봤으면 그런 모습으로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모습은 정말 그랬다.
좋은 작명도 좋고, 브랜드 가치도 중요하지만 한 기업의 성패는 일관적인 서비스 수준의 유지다. 중국에 사는 사람들은 한가지 불문율이 있다. 식당 주인이 골프장에서 보이면 그 식당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들 식당주인이 골프를 치지 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골프같이 긴시간을 요구하는 운동을 즐기면 매장을 관리할 여가가 나지 않는다. 물론 시스템을 갖춘 경영자라면 자신이 부재한 상태에서도 좋은 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영세한 사업자가 많은 요식업은 이런 보완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룰이 생긴 것이다.
작명이나 다른 것들이 선택이라면 가장 필수적인 것은 정말 잘 하겠다는 초발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 번 잃어버린 이미지를 되찾기에 중국은 너무 경쟁자가 많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