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배움터를 소개합니다.
부산온배움터를 소개하게 된 채상병입니다. 반갑습니다. 새로운 배움의 관계 속으로 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무엇보다 어떤 계기가 되었든 ‘배움’을 선택하신 선생님들께 먼저 깊은 존경과 응원의 마음 보내드립니다. 부산 온배움터는 배우는 마음을 가장 귀한 것으로 바라봅니다. 이 세상에서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마음만큼 순수하고 겸손하고 열린 마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자기 자랑이 넘치는 시대에 참된 것을 찾는 귀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 여깁니다. 어쩌면 그 마음이 이 세상을 밝히는 빛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중한 인연되길 바랍니다.
배움의 때는 쉽게 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배움이란 여러 고민들과 방황, 혹은 새로워지고 싶다는 소망 속에서 결행하게 되는 자기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길을 찾고 모색하는 가운데 자신이 가진 모든 정신적 역량이 총동원되어 결행하게 되는 생명의 약동이자 자기 한계를 인식하고 지금의 나를 뛰어넘어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자기 의지의 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소중한 배움이라는 것 앞에서 한국의 교육 현실을 잠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이들은 배움을 통해 성장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다른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자기 성장은 생명의 근본 욕구이고 그 성장을 통해 성숙을 이루어 다시 다른 생명을 잉태하고 보살피고 살리는 삶을 사는 것 자체가 성장의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교육은 어떤 이유로 배움을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교육이 이루어지는가? 이 교육을 통해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 수많은 교육프로그램과 영상이 넘쳐남에도 자기 삶의 변화로, 성숙으로 이어지는 것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 ‘배움’의 의미를 분명 살펴봐야 한다 여깁니다.
부산온배움터는 생명의 성장은 혼자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 보살피고 살리는 관계망, 즉 생태계를 이루며 자란다는 생명의 본질적 성격에 기초해 새로운 배움을 펼치는 곳입니다. 근본적으로 자연 생태계의 회복, 시람과 사람 간의 관계 회복, 그리고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근본에 두고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문명의 이기, 성장제일주의와 발전론적 역사관에 의해 훼손된 자연 생태계의 질서를 다시 회복하고, 그 자연이 뭇 생명을 살리듯 우리도 자연의 일부로서 다른 생명을 살피고 성장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을 기본에 둡니다. 산야초와 텃밭농사, 논농사, 전통 장 학교, 생태건축 수업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배웁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구체적으로 나와 가족, 이웃, 동료 간의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고자 합니다. 서로 돕고 살리는 삶이 자연을 본받는 삶이고 풍성하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경쟁과 승자독식, 서로를 도구화, 수단화하는 풍조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서로 돕고 살리는 삶은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하늘이라는 동학의 가르침처럼 서로가 존엄한 존재로 서로를 모시고 섬기는 마음의 자세를 배우는 것이 성숙한 삶에서 무척 중요하다 여깁니다. 이런 사회적 전환을 이끌어갈 지도력 생성을 위해 청년 사회 활동가 과정을 열고 있고 살리학숙이라는 배움의 청년공동체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사회에 대한 역사적 재인식을 위해 근현대사, 현대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과학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공부하는 현대물리학도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살림의 삶은 결국 마을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결론에 따라 마을공동체의 생성과정을 배우고 마을공동체 구성의 씨알이 되기 위한 바탕공부로 ‘마을공동체-살림학’ 과정을 열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배움을 열고 있습니다. 바쁘게 몰아치는 성장과 돈벌이로 인해 피폐해진 자기 영혼과 몸을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여깁니다. 자신이 자기를 착취하는 일들이 만연해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자기 자신을 상품화하는 삶은 필연적입니다. 이 상품화 과정에서 포장된 자기와 내면의 자기는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각종 중독들로 인해 삶과 관념의 괴리, 자기 지향과 실제 삶과의 괴리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위기, 몸의 위기를 회복하기 위한 수행이 필요하다 여깁니다. 자기 양생을 위한 태극권 수련을 격주 일요일마다 하고 있으며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양생의 도를 배우는 자연의학-침뜸 수업을 진행합니다. 그 외에도 사물을 관찰하고 자기 눈으로 본 바를 표현하는 펜드로잉, 차분하게 작은 바늘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유행을 따르지 않고 생명 살림 뜻에 맞는 옷살림 활동으로 살림옷짓기 과정을 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각 수업에서 여러분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고 친교하고 서로 살피는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여깁니다. 가장 훌륭한 가르침도 듣는 것이고 가장 뛰어난 배움도 듣는 것이라 여깁니다. 서로의 생명약동에 귀기울일 때 이 시간이 다시 못 올 귀한 시간으로 바뀌게 됨을 경험합니다. 온배움터에서 맺는 관계 자체가 서로를 살리고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게 하는 걸음이 될 수 있길 바래봅니다.
부산온배움터는 각 학기별 갈무리 시간을 배움잔치로 열고 있습니다. 봄학기의 갈무리는 살리장터란 이름으로 각 배움을 장터 행사로 펼쳐냅니다. 가을학기 갈무리는 동짓날 금요일 저녁에 ‘온배움의 밤’ 이를 줄여 ‘온밤’ 모임을 통해 펼칩니다. 또 올해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금요밥상이 열립니다. 밥 먹고 가십시오.
그리고 논농사를 함양과 연계해 1박 2일 매년 세 차례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내기, 피살이, 추수. 이 세 가지를 벼의 성장에 맞춰 진행합니다. 이 때 오시면 부산온배움터의 식구가 되어 찐하게 친교를 나눌 수 있습니다. 잊지 못할 지리산의 밤이 될 것입니다.
다양한 행사와 교육과정들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비록 하나의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참여하셔도 좋고 여기에 그치지 말고 부산온배움터라는 배움의 공동체 식구로 함께 하실 수 있길 바래봅니다. 여러 활동들에 참여하고 함께 기획하고 청소하고 봉사하는 등, 새로운 관계망 속에서 전에 경험하지 못한 풍성한 관계의 잔치로 인도되길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진정한 배움이 갈급해지는 시대입니다. 우리가 정부, 지자체의 지원이나 민간재단의 지원으로 운영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의 정신(얼)과 뜻이 물질보다 중하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 얼이 살아있기 위한 주체성, 우리의 철학을 지키고 꾸준히 펼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체념에 빠지지 않고 물질적 조건에 굴하지 않고 지역 사회 속에서 올곧게 선, 참된 배움의 뜻 펼치고자 합니다. 올 한해 배움을 선택하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존경의 마음 표하며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도약하는 2025년이 되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산온배움터 상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