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궁금하진 않겠지만 지금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있습니다. 이 동네 밀롱가는 금토일 위주라 밀롱가 탐방은 못하고 있지만 러시아에서 시차 부적응으로 부족했던 잠도 보충하고 빈둥대고 있답니다.
내일 아침에는 버스로 4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옆 나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로 갑니다.
원래는 우크라이나 탱고 마라톤 참가 예정이었는데 러시아와 전쟁중이라 비행기 노선도 지랄맞고 기차는 13시간을 타야하는데 국경 통과가 아주 지랄 맞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또한 얼마전 스킨헤드 같은 놈들에게 조롱을 당하였는데 우크라이나에도 비슷한 놈들이 있다하여 쫄리기도하여 우크라이나는 가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미 입금한 탱고 마라톤 참가비 85유로 또한 포기했습니다.
그러던 중 리가 탱고 마라톤 정보를 얻어서 사전등록을 완료했고 역시 페이팔로 참가비 55유로를 결제했답니다.
역시 궁금하진 않겠지만 아점으로는 사슴국밥을 먹으러 갔는데 밥이 없어서 사슴국빵을 먹었지요. 국물이 2유로 빵이 2유로이고 여행중에 먹었던 음식중에 가장 싸고 가장 맛있었답니다.
뭔가 길드에 가입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
그럼 오프닝 밀롱가 후기 갑니다
시작
밀롱가 장소는 중급 정도의 레스토랑을 빌려서 진행되었다. 밀롱가 입장료는 무료였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가 있는데 사먹지 않는다고 눈치를 주는 분위기는 아니였다. 레스토랑 이름이 종이비행기 식당이다.
궁금하지 않겠지만 아래 C로 시작하는 글씨는 싸몰렛(종이비행기)이라 읽는다. 러시아 여행 몇일만 하면 못 읽는 글씨는 없다. 나름 쉬움.
나름 잘난첰?
밀롱가 가는 골목이 나름 무섭게 생겼는데 떡대가 어마어마한 양복을 입으신 불곰국 엉아가 먼저 인사를 하길래 Cosmo tango 냐고 했더니 본인이 오거나이저이고 이름이 Serge 라고 하면서 '니가 그 올가 파트너 한국놈임?' 하면서 악수를 청한다. 나중에 알게 되는데 이 친구 스페인어를 굉장히 잘하고 마에스트로 워크샵에서 통역도 하더라.
밀롱가는 마지막 3커플이 춤을 추면 그게 마지막 딴따라고 하였다.
남자끼리 셀카라 둘다 표정이 별로다.
자리를 안내 받고 좀 있다가 어떤 남자사람이 와서 이름이 드미트리라고 하면서 인사를 한다.
드미 : 안녕. 난 올가의 도시락이야. 좀 있으면 올가 올거야. 난 이집트를 오가면서 기름장사를 하고 주말에는 꼬맹이들에게 별자리에 대해서 가르치는 선생질을 하고 있어.
드미트리는 깔루가에 있는 동안 나에게 도움도 많이 주고 정말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올가가 왔고 인사를 했는데 외모도 외모지만 파아랗고 커다란 눈에서 묘한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 계속 쳐다보면 그 눈속에 풍덩 빠져버릴 것만 같아서 대화를 하면서 가끔씩 시선을 피했다.
말이 많고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과는 다르게 항상 웃는 인상이었으며 유쾌한 성격이었다.
역시나 영어 실력이 정말 쩔었는데 직업 특성 때문인지 말이 엄청 빨라서 좀만 천천히 얘기해 달라고 했다. 알았다며 천천히 얘기를 했지만 나중에는 다시 원래의 그 빠른 속도로 돌아왔다.
올가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지만 서양 사람들에게는 재앙이라 할 수 있는 갤럭시의 셀카로 인하여 올가 사진이 너무 찐따 같이 나와서 올리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30분 동안 러시아 악단의 공연이 있었고 이 후 30분 동안 아르헨티나 악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끝나는가 싶더니 두팀이 합세하여 반도네온을 2명이 연주하고 피아노 한개를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걸로 끝인줄 알았더니 러시아 남자댄서가 가방에서 반도네온을 꺼내서 함께 연주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엄청난 반전이었다.
그리고 피아니스트가 예뻤다.
그렇게 콘서트가 끝나고 밀롱가가 시작 되었다.
첫딴따부터 나의 믿음직스러운 도시락 올가와 춤을 췄다.
드디어 러시아에서의 첫 딴따!!!
첫 곡은 처음 탱고를 시작할 때 만큼 많이 긴장을 했고 떨리기도 했다. 올가는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파란눈 만큼 뭔가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다.
포토그래퍼의 사진을 보니 대부분은 남자의 얼굴이 없다. ㅡ.,ㅡ^
그리고 다음 딴따에서 올가와 함께 온 친구와 췄는데 이름이 올가라고 했다.
응?????
시스터냐고 했더니 친구란다.
그리고 수 많은 다른 올가들과 춤을 췄다 ㅋㅋㅋ
모스크바에서 온 여러명의 올가들도 있었고 처음 들어보는 도시에서 온 올가들도 있었다
I am Andante. What is your name?
I am Olga. Nice to meet you.
Olga? Too many Olgas!!!! Are you 진짜 올가?
진짜 올가한테 물어봤더니...
엥??
파트너 올가한테 물어봤더니 흔한 이름이란다.
그리고 내일은 브랸스크에서 올가의 친구 5명의 올가들(Olgas??)이 더 올것이라 했다.
그리고 또 많은 엘레나들과 춤을 췄다. 나 엘레나 단원이었는데...
솔직히 느낌 강렬했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누가 올가이고 누가 엘레나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도 페북 친구중에 올가와 엘레나가 많아서 햇갈린다.
성비는 대략 3:1은 되는 듯 했다. 물론 남자가 더 적었다 ㅋㅋㅋㅋ
끝까지 한딴따도 못추는 여자들이 좀 있기도 했는데 서울 촌놈에게는 정말 문화 충격이었다.
잠시 내가 느낀 러시아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러시아 사람들 특유의 찡그리는 인상이 있는데 깔루가에 올 때 도움주던 사람들 모두 인상쓰면서 도와줄건 다 도와주었던 기억이 있다.
먼저 놀자고 하지는 않지만 베타적이지는 않아서 먼저 다가가면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러시아 여자들 너무 예쁜데 가까이서 보면 진짜 예쁘다. 밀롱가에는 20대 땅게라들도 많았다.
아무튼 이런 성향을 모르고 시크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땅게라들에게 춤 신청을 해야하나 망설이다가 진짜 도도하고 예쁜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라.
한 곡 끝나고 are you ok? 했더니 엄지첰!!
딴따 끝나니깐 양손 엄지첰!!!!!
기분이 엄청 좋았다. 아마 천국이 있다면 이 곳이 아닐까 싶다. 갑자기 휴직을 2달만 신청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신나서 4시간을 달리고 쉬고 있는데 아르헨티나 피아니스트가 엄지척을 해준다
기분 좋아서 찰캌
그리고 또 신나게 달렸다.
배가 고파서 뭐 좀 먹으려 했더니 역시나 영어 메뉴는 없었다. 드미트리한테 고기 먹고 싶다고 했더니 돼지 스테이크를 시켜줬는데 맛이 좋았다.
오렌지 주스도 먹고 싶다고 했더니 걸레 짜는 시늉을 하더라. 진짜 열심히 짜서 얼굴이 빨개졌다.
맞다고 하면서 너무 웃겨서 막 웃었다 ㅋㅋㅋ
후레시냐고 물어보지 짜싴ㅋㅋㅋ
이렇게 먹고 만원정도 냈고 밀롱가 입장료가 공짜니깐 또 뭔가가 너무 재밌었다.
슬슬 배도 부르고 시차부적응에 불면증까지 겹쳐서 그런지 피곤이 밀려왔다. 그리고 다음 날은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 워크샵 수업이라 빨리(새벽 2시쯤) 숙소에 와서 잤다.
끝!!
첫댓글 오~~ 안단테 선배님의 본격적인 밀롱가 여정이 시작되나요? ㅎㅎ
아브라소 하고 계신 안단테 선배님~ 영화 속 멋진 남자 주인공 같으세요~~
굿~~
사슴국빵 사슴빵 , 사슴빵이
제일 싸고 맛있다니 ㅎㅎ 반전 밥 없다 할줄 알았는데요.
수많은 올가와 엘레나들이 있고 다가가면 배타적이지
않은 저도시로 여행을 떠나고 싶네요 ㅎㅎ
ㅎㅎ 맞아요.. 제가 만났던 올가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가 여행후기가 더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