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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세미나에 참석해서 듣고 있는데 어떤 분이 연사에게 펜벤다졸에 대해서 물어보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그걸 보니 펜벤다졸이 정말 논란이 되긴 하는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었고 그저 나의 생각이 아니라 어떤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하여 논의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글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가운데 있는 것이 펜벤다졸의 구조입니다(1). 이건 뭐 이렇구나 하는 정도로 넘어가면 될 듯 합니다.
우선 펜벤다졸에 대해 옹호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고 있는 논문을 살펴 보겠습니다.
이 논문이 되겠습니다(2). 어떤 분은 유튜브에서 네이처에 나온 논문이라고 하시는데 이건 네이처를 출판하는 회사에서 발행하는 다른 저널이지 네이처 저널이 아닙니다. 물론 이 저널도 상당히 훌륭한 저널이 맞지만 결코 네이처급은 되지 못합니다. 그러니 네이처에 나온 논문이라고 하는 건 잘못된 것이란 걸 먼저 언급을 해 봅니다.
이들 논문에서 처음 실시한 것은 정말 펜벤다졸이 세포골격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실험을 한 것입니다. Con인 대조군과 비교하여 FZ인 펜벤다졸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밑의 그래프를 보면 정말 작은 차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논문에서도 mild한 억제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펜벤다졸이 기생충의 세포골격을 죽이는 것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폐암세포를 대상으로 해보니 그렇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세포 골격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세포 독성은 보이기 때문에 암을 잘 죽인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4개의 폐암 세포주를 대상으로 하였더니 H1299나 H522와 같은 세포주에서는 큰 영향을 주지 못 했지만 H460이나 A549와 같은 세포주에서는 펜벤다졸에 영향을 받아서 죽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그림 b). 또한 그림 d에서는 펜벤다졸이 비교적 암세포만 죽이고 정상 세포는 덜 죽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입니다. 이걸 반대로 설명을 하면 정상세포도 당연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항암제를 연구하는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항암제가 비교적 암세포에 가서 잘 축적되어 암이 잘 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에서 보면 항암제가 상대적으로 정상세포에 영향을 덜 주면서 암세포를 사멸한다고 하는 것이죠. 그런데 분명히 언급해야 할 것은 정상세포도 당연하게 영향을 받으며 그것이 바로 부작용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항암제에서 부작용이 없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펜벤다졸도 그 약성을 보면 분명히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걸 데이터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심지어 이들은 펜벤다졸이 암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연구를 하였는데도 말입니다.
또한 이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암에서 펜벤다졸이 다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겠습니다. 같은 폐암 세포주이지만 어떤 세포는 듣지 않고 어떤 세포주는 약효가 듣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약효가 비교적 잘 듣는 H460와 A549를 갖고 동물실험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논문에서 말하는 걸 정리하면 펜벤다졸이 폐암 세포주에서 암 억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과 동시에 모든 암에서 다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암세포주에서만 암 억제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정상세포 또한 함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논문의 데이터를 보면서 살펴보니 어떠한가요? 펜벤다졸이 암치료제로 사용이 될 수 있다는 논문으로 보시나요 아니면 그저 그 가능성만 언급한 논문이라 할 수 있을까요? 네 그 후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암에 대한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논문은 너무나도 많이 존재합니다. 그 논문들을 인용하며 마치 바로 암환자에게 사용해도 될 것처럼 말을 한다고 하면 지금 당장 인삼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보일 것입니다. 단순하게 논문을 fenbendazole, cancer로 검색해보면 지금 30개 정도 논문이 검색이 됩니다. (물론 검색 결과로 나온 논문이 전부다 관련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ginseng, cancer로 검색하면 천 개가 넘는 1268개의 논문이 검색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삼이 암 관련하여 많은 연구를 진행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니 특정 약물이 암 치료에 좋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논문을 제시해도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아 가능성은 있구나 하는 정도만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죠.
다음으로 살펴 볼 논문도 펜벤다졸에 대해서 옹호하는 분들이 인용하는 논문이 되겠습니다.
제목만 보면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게다가 예일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든 결과입니다. (3)
이 논문을 비롯해서 여러 논문에서 펜벤다졸을 입으로 복용했을 때 흡수율이 낮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몸으로 흡수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장내 기생충을 잘 죽인다는 것이죠. 이것으로 봤을 때 현재 많은 암환자분들이 펜벤다졸을 약국에서 구입해서 먹고 있는 그러한 방식이 암치료에 있어서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할 것이란 것은 쉽게 짐작이 됩니다. 암세포는 장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속에 있는 것이고 효과를 보려면 흡수가 되어서 암세포에 가서 죽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먹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또한 그 점을 이 논문에서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마우스 실험에서 입으로 복용했을 경우 암 억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도 데이터를 함 보겠습니다.
암 치료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데이터를 보면 동물 실험에서 펜벤다졸을 먹이지 않고 직접 혈관주사하였는데 대조군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무슨 연구를 한 것일까요?
다시 초록을 보고 이들 연구진이 내린 결론을 보니 실험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들 연구진은 펜벤다졸이 암치료에 있어서 가치가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논문 제목만 봤을 때는 펜벤다졸이 새로운 암치료제로 보이는 듯 했지만 실상 논문 내용을 보면 암치료제로 가치가 없다는 걸 밝히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 펜벤다졸의 사용에 대해 옹호하는 분들이 이 논문을 언급한다면 그건 제목만 봤다는 걸 알 수 있겠습니다.
자 다른 논문을 한번 볼까요?
이 역시 제목만 봤을 때 비타민과 함께 먹으니 효과가 있더라로 보입니다(4). 그렇다면 데이터는 어떠할까요?
이 논문에서 나온 동물실험 데이터를 보면 펜벤다졸을 먹게 되면 오히려 대조군보다 암의 성장이 더 높다고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펜벤다졸과 비타민을 먹였더니 암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란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있는 분들은 그냥 먹어서는 안 되고 비타민과 함께 복용해야 그나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소리가 되는 듯 합니다. 이걸 보면 펜벤다졸이 그렇게 열광할 정도로 암 치료 효과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사실 펜벤다졸을 복용해서 암이 치료가 되었다고 하는 분들은 대부분 펜벤다졸만 복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요즘 암을 치료하는데 있어 접근 방식은 펜벤다졸과 같은 약물을 이용하기 보다는 표적항암제라고 해서 특정 암을 표적해서 죽이는 항암제가 많이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단순 약물치료보다 좋은 치료 결과를 내기 때문에 표적항암제의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중이고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에 연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허가되어 판매되는 항암제도 많습니다. 펜벤다졸의 암치료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단독 사용하였을 때 실제로 암을 잘 죽이는지 봐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보니 단독 사용에 오히려 암이 더 늘어났다고 하니 펜벤다졸이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겠네요. 구충제로 남게 된 이유, 그것도 사람이 아닌 가축의 구충제로 남게 된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다. 복용해서는 흡수가 잘 되지 않아서 효과가 나타나지도 않지만 이렇게 암의 성장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부작용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니 말입니다.
다음 논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논문은 아예 암의 성장을 증가시킨다는 제목을 달고 나온 논문이 되겠습니다(1). 이전 논문과 유사하게 암의 성장을 돕는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 초록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끝내고 있습니다. “the present results indicate that fenbendazole may be a liver tumor promoter.”
논문에서 보여주고 있는 데이터는 동물실험을 통해 나온 조직분석 데이터인데 논문 초록에서 암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물질이라고 정의를 하니 굳이 데이터를 따로 분석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참고로 이 논문에서도 실험쥐에 입으로 복용을 시켜서 나온 결과입니다.
자 이렇게 해서 펜벤다졸과 암과 연관이 있다고 하는 논문을 찾아서 한번 보았습니다. 중복된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논문은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논문이 많지 않아서 살펴보는 시간이 많이 절약되었고 이 글도 간단히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논문을 찾아 본 결과 괜한 열풍만 있을 뿐 약효는 그다지 신뢰할 만 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봅니다.
많은 암환자분들은 조급한 마음에 다른 사람이 근거도 없이 뭐 먹으니 좋아졌다라고 하는 말을 너무 쉽게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암환자가 엄청 많은 상황이니 이상한 방법으로 치료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아야만 합니다. 단적인 예를 들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만 봐도 산속에 들어서 혼자 살면서 몇 년 지냈더니 말기암이 다 나아서 이젠 정상이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이 나옵니다. 왜 그런 분들이 치료가 되었다는 것은 믿지 않는지요? 개인적으로 펜벤다졸과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방식 두 가지 중 단 한 가지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자연인이다’의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을 전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그 생각이 더 굳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산속에 혼자 들어가 사는 것이 오히려 암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매일 산속을 다니면서 운동을 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삶을 살면서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깁니다. 그런 상황에서 환자 몸의 면역세포가 다시 제대로 작동하면서 암을 죽이게 되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펜벤다졸보다는 설득력이 더 있어 보이지 않나요? 전 그렇게 보입니다만..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의사들 중 일부가 펜벤다졸의 사용에 대해 옹호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서 인기에 추구하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현재 의사들 중에 펜벤다졸의 약효를 인정하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이런 논문을 보게 된다면 과연 펜벤다졸의 약효를 인정하게 될까요? 저는 이 논문들을 찾아보기도 전부터 펜벤다졸에 대해서 우려하는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들리고 있고 세미나에서 의사 한 분이 항암 세포치료제에 대해 강의를 한 연사에게 펜벤다졸에 대해 질문하는 걸 보니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사실 세미나에서 발표를 한 연사 분은 한국분이 아니었는데 그 분에게 펜벤다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란 질문을 다른 분이 하셨을 때 솔직히 창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과학을 한다면 그런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죠. (질문한 분이 과학하는 분이 아니라 의사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국 연사분은 펜벤다졸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냥 우리나라에서만 광풍이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이전 관련 글에도 언급을 하였는데 제가 이런저런 말을 한들 선택은 환자 자신들이기 때문에 전혀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펜벤다졸을 먹지 못하게 하려는 음모라고 주장을 하면서 펜벤다졸을 더 신봉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우려를 의식해서 펜벤다졸의 암치료 능력을 보여주는 논문과 그렇지 않은 논문을 보여주었고, 일부 의사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펜벤다졸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언급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논문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의사들에게도 일침을 가하고 싶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저의 이 글을 보시고 펜벤다졸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길 희망한다는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용문헌
(1) Liver tumor promoting effects of fenbendazole in rats. Shoda T, Onodera H, Takeda M, Uneyama C, Imazawa T, Takegawa K, Yasuhara K, Watanabe T, Hirose M, Mitsumori K. Toxicol Pathol. 1999 Sep-Oct;27(5):553-62.
(2) Fenbendazole acts as a moderate microtubule destabilizing agent and causes cancer cell death by modulating multiple cellular pathways. Dogra N, Kumar A, Mukhopadhyay T. Sci Rep. 2018 Aug 9;8(1):11926. doi: 10.1038/s41598-018-30158-6.
(3) Fenbendazole as a potential anticancer drug. Duan Q, Liu Y, Rockwell S. Anticancer Res. 2013 Feb;33(2):355-62.
(4) Unexpected antitumorigenic effect of fenbendazole when combined with supplementary vitamins. Gao P, Dang CV, Watson J. J Am Assoc Lab Anim Sci. 2008 Nov;47(6):37-40.
첫댓글 '자연으로 돌아 가야 하나~~'싶네요. 결국엔 '면역력'을 높혀야 하는 건가요?😊
기본적으로 정상인의 몸에서는 항상 면역세포들이 작동하여 외부 침입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막고, 내부적으로 생성되는 암세포도 막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면역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 암이 성장하여 결국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이죠. 그래서 암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면역세포를 배양해서 이식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입니다. 약물치료는 암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효과를 얻지만 정상 세포도 함께 죽는 부작용이 있어서 의사의 판단하에 조절해서 받아야만 합니다. 세포치료제는 비교적 독성이 강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것도 치료 효과가 높을 경우 치명적 부작용을 유래하기도 해서 암치료가 어려운 점이 많습니
제가 암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은 바로 건강한 타인의 면역세포를 환자에게 넣어줘서 그 세포들이 암세포를 공격해서 죽이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해서 암세포를 죽이면 환자가 조금 더 건강해져서 넣어준 면역세포와 함께 해서 암을 치료하게 되는 선순환의 과정으로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긴 한데 대략 이렇게 설명해도 무방해서 보통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합니다. 너무 어려우면 설득이 쉽지 않거든요.)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몇 명의 말기암 환자에게서 괜찮은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본격적으로 연구를 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