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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몸치의 댄스일기11 [발가벗고 댄스연습]
2003년 5월 7일 하루 종일 비
어제(5월 6일) 나의 생계 삶터인 영월군 주천면에 있는 공사현장으로 내려왔다.
하루 정도 있다가 올라갈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처리할 겹친 업무와 서울에서 답사손님이 내려오겠다는 전화가 와서 며칠 더 머물러야 할 것 같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왔는데...
하루 종일 앞이 안보일 정도로 폭우가 내려서 현장의 토목공사는 또 중단했고, 땅이 마를 때까지 지연되어 내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게 생겼다.
예전 같으면 초조함과 불안감으로 짜증이 나서 내 자신이 견딜 수 없었을 테지만, 댄스를 시작한 요즘은 마음이 많이 여유로워졌고 그저 즐겁기만 하다. 사업이야 망하든 말든... ㅎㅎ..
어제 저녁에도 숙소에서 (숙소래야 시골집의 문 칸 골방을 월세내고, 여기 내려오면 가끔 한 번씩 잠만 자는 곳) 초저녁부터 처박혀있으려니 왠지 몸이 근질거렸다.
무엇보다 발목과 장딴지가 뻐근해서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댄스연습을 하다가 하루라도 빠뜨리고 안하면 이상하게 몸이 쑤시고 찌뿌둥하고, 특히 발목이 뻐근해서 큰일 났다.
난 이제 댄스연습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나만의 운동방법으로 발전했다.
난 시골구옥의 좁은 골방에서도 박스베이직을 연습할 수 있나 알아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모션을 취해봤다.
충분히 좁은 공간에서도 박스베이직 연습은 가능할 것 같았다.
가로 세로 약 1m 정도의 공간만 확보되면 충분히 연습할 수 있었다. 그 공간면적은 기껏 1평정도면 되니까...
난 추리닝을 입은 상태로 슬슬 박스연습을 시동 걸었다.
조금만 했는데도 땀이 나기 시작해서 추리닝 상의를 벗어야 했다.
그래도 또 좀 하니까 땀도 나고 추리닝 바지가 거치적거려서 몹시 불편했다.
그래서 추리닝 하의도 벗어 버리고, 팬티와 러닝셔츠 차림으로 했다.
그래도 역시 땀이 비 오듯 해서 (방안에 보일러를 틀어놓은 탓도 있음.) 러닝셔츠를 벗어버리고, 팬티차림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옆에 켜진 TV SBS에서 8시 뉴스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팬티 차림으로 하니까 홀가분해서 좋았다.
그렇게 해서 SBS 8시 뉴스가 끝나기에 얼른 채널을 MBC로 돌려서 계속 박스베이직 연습을 연속했다. 이제 MBC에서 9시 뉴스가 시작되면 꼭 1시간을 채울 수 있는 시간 체크가 용이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필라에서 연습하던 것처럼 그렇게 연속적으로 (TV 채널을 바꾸는 몇 초는 빼고) MBC 9시뉴스가 시작되고, 9시 뉴스의 말미의 날씨 방송이 끝날 때까지 박스베이직을 연습했다.
예상보다 좁은 공간에서도 박스베이직은 충분히 연습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운동량도 충분할 것 같았고, 뻑적지근하던 발목도 풀려서 가뿐한 것 같아서 연습을 종료했다.
근데, 연습에 열중할 때는 몰랐는데, 딱 끝내고 나니까 이게 웬일인가!
얼굴이며 상체가 땀으로 흠뻑 젖은 건 의식하고 있었는데 글쎄, 달랑 입고 있던 (물론 양말은 신고 있었음) 팬티가 그야말로 물에 던져진 걸레처럼 온통 땀으로 푹 젖어 있는 게 아닌가...!
난, 목표 연습량(운동량)을 채웠기 때문에 후다닥 팬티를 벗어서 세숫대야에 던져 넣고, 골방구석의 박스 연습할 때 발이 닿는 곳에 위치한 수도꼭지를 틀고, 팬티를 훌훌 헹궈서 방바닥에 널어 두었더니 다음날 아침에 바싹 말라 있었다.
위의 상황은 어제 (5월 6일) 일이었다.
오늘은 (5월 7일) 뉴스에도 보도된 바와 같이 전국이 장대폭우로 하루 종일 비도 내렸고, 영월군청의 산림형질변경허가 담당자를 만나러 갔다가 바람맞고 와서 기분도 몹시 언짢았다.
비도 계속 오고, 기분도 그렇고 그래서 제천이나 원주시내로 나가서 술이나 한 잔 빨면서 울적한 기분이나 풀까, 아니면 홍천으로 가서 은밀히 알고 있는 그곳으로 갈까.... 흐흐... 누구한테도 탄로 나면 안 되는데...ㅋㅋ...
뒤숭생숭 갈등 마음이 흔들리는데...ㅋㅋ..
그런 짓 다해봐야, 술 먹고 다음날 머리만 아프고, 속도 울렁거리고, 돈만 깨지고 쓰잘데기 없는 짓인 것 같아서... (크크.. 나도 이제야 철이 좀 들어가나 보다...ㅎㅎ)
사실은 그것보다 골방에 들어가서 어제처럼 박스스텝이나 연습하여 운동을 하면 몸도 개운하고 기분도 상쾌해질 것 같다는 판단이 나를 그런 퇴폐적인 곳으로의 유혹을 막았다. ㅋㅋ..
그래서 방 주인댁 할머니가 차려준 저녁을 얻어먹고 나오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당부했다. 내 방에 오시지 말라고...
혹시라도 "조 사장, 놀러와." 하고 언제나처럼 벌컥 내 방문을 열까 봐서였다.
내 숙소인 골방은 마당에서 바로 문을 열 수 있고, 안에서 잠그는 고리도 없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구옥이었기 때문이다.
주인댁 노부부는 자녀들이 다 출가해서 도시로 나가고 두 분만 사시는데, 외로우신지 내가 한 번씩 와서 자고 가는 걸 너무 좋아 하신다. 그래서 내가 있는 날이면 밤에도 느닷없이 불쑥불쑥 문을 열고 부르러 온다.
고구마를 쪄놓았거나 할아버지가 소주라도 한 잔 할 때는 꼭 나를 부르기 때문이다.
어제는 아무 준비 없이 시작했는데, 오늘은 약간 준비를 했다.
저녁 먹은 지 얼마 안됐는데도 비가 주룩주룩 오는 데 가게로 가서 캔맥주, 레몬2개, 콜라1병, 제크 크래커를 사왔다. 땀을 많이 흘린 운동을 끝내고 먹기 위한 주전부리감을 잔뜩 사들고 왔다.
어제도 연습을 끝내고 시원한 맥주1캔이 무척 그리웠지만 나가기 싫어서 그냥 포기했는데, 못내 아쉬웠다.
내 골방으로 들어와서 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할 태세를 갖추었다.
어제의 경험을 분석해보면...
필라에서 연습할 때는 윗 상의는 땀으로 젖었지만 팬티는 안 젖었다.
근데, 왜 어제는 팬티가 그렇게 흠뻑 젖었는가를 생각해보니까,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상의 러닝셔츠를 벗었기 때문이었다.
얼굴과 상체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상의를 입고 있었다면 러닝셔츠에서 흡수가 되어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을 텐데, 상의를 아무것도 안 입으니까 모든 땀방울이 그대로 아래로 흘러내려서 팬티가 흠뻑 젖었다는 결론이었다.
필라같은 데는 공공장소니까 러닝 외에도 티셔츠라도 걸쳤지만, 나 혼자 있는 방안에서 그것도 보일러까지 튼 방인데 옷을 입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더구나 하루 정도 있다 갈 예정으로 양말만 한 켤레 달랑 챙기고 속옷은 안 챙겨왔다. 물론 간이로 내가 빨아 입으면 되지만....
그래서 오늘은 요령을 터득해서 상의 러닝까지 안 입고 할 것 같으면...
난, 양말만 신고 내 몸에서 모든 천조각을 제거해버리고 박스베이직을 시작했다.
[경고:
이 부분부터 숙녀 회원님들이 보시고 혹시라도 글쓴이가 음탕한 의도나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오해하지 마시기 바람.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묘사하려다 보니, 어떤 미친 넘이 발가벗은 나체 상태로 댄스 연습하는 장면이 나오니까...ㅋㅋ]
양말도 안 신으면 맨 발바닥으로는 장판 바닥에 발이 밀착되어 스텝연습이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양말은 신어야 했다.
그리곤 팬티도 벗고, 상의도 다 벗고 그야말로 알몸상태로 난 어제했던 것처럼 골방에서 약 1평의 공간을 치워놓고 박스베이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이상할 것 같았는데, 해보니까 무지하게 편한 게 매우 좋았다. 사실 옷을 걸치고 연습하면 땀이 나서 옷이 몸에 달라붙기도 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게 당연하니까.
난 편하고 좋았지만, 만약 이 광경을 누가 우연히 보았다면....
그래서 미리 주인댁 노부부에게 귀띔해 둔 것이다.
혼자서 방안에서 운동하니까, 창문에 이상한 그림자가 비치더라도 문 열지 말라고.
우연히 무얼 하나 하고 문이라도 열까봐서.
그렇게 발가벗고 저녁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2시간 정도(실제 연습시간은 1시간 40분 정도임. 중간에 두 번 담배 피고, 발 바꾸고. 왼발 먼저 오른발 먼저.)를 하니까 온몸의 땀이 그대로 주룩주룩 흘러내려서 장판 바닥에 연신 떨어졌다. 그걸 양말로 쭉 밀어서 닦아내고. 그러다보니 양말이 물걸레처럼 젖어 버렸다.
근데, 남성분들은 이미 이 상황이 어떤 장면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사우나 가서 샤워꼭지를 틀고 위에서부터 우리 몸에 물이 떨어지면 가슴을 타고, 배꼽을 지나, 어디를 거쳐서 앞으로 쭉 오줌 누는 것처럼 나가지 않는가.
옷을 입고 할 때는 옷에서 땀이 흡수되어 몰랐는데 발가벗고 운동을 하니까, 꼭 샤워할 때처럼 상체의 땀이 흘러내려 거기(?)를 타고, 내가 스텝을 밟는 발끝보다 몇 발짝 멀리 땀방울이 튀어 나가지 뭔가.
내 전진 스텝 발끝이 닿는 곳은 방이 좁다보니 바로 벽이어서, 내 땀은 그곳(?)에 모여서 관을 타고 벽지에 계속 튀어가서 벽을 타고 흘러 내렸다. 꼭 벽에다 일부러 오줌 싸놓은 것처럼... ㅋㅋ..
그렇게 운동을 끝내고 수도꼭지를 틀어서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서 바가지로 온몸에 끼얹으니까 기분이 매우 상쾌하고 몸도 가뿐했다.
운동을 할 때는 몰랐는데, 끝내고 생각하니 내가 생각해도 좀 우스꽝스럽고 가관인 것 같았다.
누가 봐도 난 몸이 매우 빼빼 말라서 옷을 입고 있어도 마른 체격인데, 심지어 요즘도 나무젓가락 같다느니, 살이 좀 쪄야 되겠다느니, 하는 말들을 많이 듣는 입장인데.
발가벗고 형광등 밑에서 요상한(남들이 봤다면) 발광을 했으니까, 누가 우연히 봤더라면, 그 모습이 어땠을까.
내가 그 모습을 상상해 봐도 좀 그렇다.
꼭 의과대학에 전시용으로 세워둔 인체 전신골격, 즉 해골. 아니면 만화 주인공 [졸라맨].
박스베이직 한다고 앞발 뒷발 쭉쭉 뻗는 모습이 해골이나 졸라맨이 활동하는 꼴.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이 훔쳐봤다면 웬 미친 넘이 지랄발광 하는 걸로 밖에, 변명할 방법이 없었을 게다...ㅋㅋ
옷을 입고하든 발가벗고 하든 이렇게 운동을 하고 나니까, 참으로 몸도 마음도 개운했다. 잡념도 사라져서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땀을 많이 흘렸는데도 스텝운동을 한두 시간씩 하고나면 다리나 발목이 오히려 더 시원하고 가뿐해서 좋은데, 홀딩자세를 취한 팔을 안 무너지려고 의도하니까 연습할 동안 어깻죽지가 가장 힘 들었다. 그것보다 박자 카운트하는 게 더 힘이 들었다.
[완, 투우..., 쓰리..., 앤...] 이걸 끊이지 않고 연습하는 내내 하니까 입안이 마르고 무지하게 힘들었다.
오늘도 운동을 끝내고, 물을 끼얹고, 준비해둔 캔맥주 1개와 레몬 1개를 까먹으니까,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비가 와서 일이야 되든 말든...
모레 (5월 9일) 비가 안 오면 현장에 묘지를 파 낼 계획이어서 내일도 못가고 여기서 대기해야 할 것 같다.
내일도 여기서 묵게 되면 또 오늘처럼 같은 방법으로 연습해야지. 양말만 신고 러닝셔츠와 팬티는 홀랑 벗어버리고... ㅋㅋ
운동을 끝내고 나서 작은 아들이 전화로 어버이날(내일) 꽃 사다놨다고 아빠 빨랑 집으로 오란다. 녀석, 기특한 생각이 들어서 흐믓.
그치만 난 갈 수 없는 신세다.
[현장에서 연습일기 끝]
참고로,
내가 왜 강원도에 내려가서 일을 하는가, 궁금하신 [댄사모] 회원 분들을 위해.
내 직업은,
좋게 말하든, 나쁘게 말하든. (메어치나, 둘러치나..)
[부동산업자] 입니다.
지방 토지를 전문으로 개발 가공하여 분양하는. 주로 [전원주택지]와 [펜션부지]를 취급하는.
제 본명은 : 조태현(1958년생 개띠)
[댄사모] 댓글
Hera
ㅎㅎㅎ 아고 배꼽이야~ 떼굴떼굴~ 증말 재밌는 딴스 일기네유~ 강변마을님 머지않아 고수가 되시겠네여~~~~ 03.05.10 09:28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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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1. 15 다음카페 [사즐모]에 “예전글”이란 제목으로 재탕으로 올렸던 댓글.
댓글
실크로~드 07.01.15 08:21 첫댓글
청노루님이 부동산업자,ㅎㅎ 요즘 제가 관심이 제일로 많은 전원주택 전문가군요. 노후에 살 전원주택을 ?고있는데, 지금 전국을 뒤지고 있어도 어디에 장만해야 할지..... 왜? 요즘 갈채에서는 통 뵐 수가 없네요. 저도 이제 연습 장소를 옮겼습니다.
쟁 이 07.01.15 08:41
묘지를 파다가 보면은 기가 막힌 약재나 나옵니다. 잘 간수하셧다가 요긴하게 사용 하소서.
겨울나그네 07.01.15 09:49
저의 체격이 너무 말라서 다리가 새다리여요.... 왈츠 하기가 어려운 체격이지요....님의 글을 보고 용기를 내봅니다요....ㅎㅎ
에뜨랑제 07.01.15 13:09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무쪼록 왈츠에 일가견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보라매 07.01.15 13:10
역시 남다른 열정 노력 이 오늘의 님을 만들었군요. 결코 쉽지 않은 용기 박수를 보냅니다!!!
두둥실 07.01.15 14:02
히야~~~~ 거스기를 통한 땀방울이 발 스텝보다 몇 앞서서 떨어진다면......그냥 있는데도...무슨 방망이가 달렸나욤?........ㅋㅋㅋㅋㅋㅋ
미류 07.01.15 21:03
청노루님 글을 읽고 저두 박스연습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인데 힘들고 잘 않되네요... 참 대단하십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슬픈날의 왈츠 07.01.17 00:16
미류님도.....왈츠 열공할 때.......더운데 시원하게스리...... 훌러덩 벗고 추삼!
초이들꽃 07.01.15 21:14
~~ㅋㅋ 왈츠란 그토록의 많은 인내와 노력으로 많은 땀을 흘려야만 한다니.. 에공...대단하신 청노루님.... 긴 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러 갑니다... 열심히 하신보람..... 웃음으로 활짝 피어내시길 기대해봅니다..^^*~
슬픈날의 왈츠 07.01.16 00:15
슬픈 왈츠가 꼬옥 청노루님이 누구신지....디따리 궁금해서 ......꼬옥 한 번 만나보고 싶사옵니다.-- 어쩌면 발가벗고 연습을 글케 하십니깡~~ 참으로 대단하시옵니다........그 열정이면 무얼 못하리오!....단 시일내에......사즐모 최고의 고수로 자리매김 하실 것으로 사료 되옵니다.... 즐땐 하시옵소서~!........우뚝 서실날에.....슬픈왈츠랑 .....슬픈 표정으로 왈츠 한곡 땡기심이 어떨지요!...........
눈동자2 07.01.16 22:49
청노루님의 왈츠 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왈츠 댄스가즘을 느낍니다. 얼마나 왈츠 사랑하시면 @@벗고 댄스를~~~~지금의 멋진 모습 조각 같은 왈츠 정자세가 이런 인고의 세월에서 나오나 봅니다. 다음편 꼭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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