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진득하니 앉아 두세 시간 영화를 즐겨보지 않지만 이 영화는 꽤 흥미롭고 진지했다.
나는 솔직히 책 읽는 시간은 아깝지 않지만 두세 시간을 투자하여 영화를 보는 시간은 참 아깝다고 생각한다.
일본 영화인 ‘남극의 쉐프’는 남극 연구기지에서 생활하는 연구원의 식사를 책임지는 어느 쉐프의 이야기이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경험을 하기를 로망 한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의 수렵 채집 생활의 피가 남아 전해지기 때문일까?
그래서 ‘정글의 법칙’이나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이 40대 아저씨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직접 경험을 하지는 못하지만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었다.
지구에서 가장 춥고 살기 열악한 해발 3810m, 평균기온 –54도의 극한의 남극 기지에서 8명의 남극관측 대원들은(모두 남성) 1년 반 동안 함께 생활한다.
그 생활을 소소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가 나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까닭은 큰 재미와 과장을 자제하며, 소소한 일상과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박장대소 보다는 피식 피식 웃게 된다.
그게 좋았다.
자극적이지 않고 과장되지 않아 좋았다.
사는 게 그런 것 아닌가?
험난한 파도의 굴곡보다는 잔파도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그런 평범한 삶속에서의 평범의 연속들...
그럼 삶의 단편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쉐프는 대원들의 식사를 담당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한적인 식재료와 열악한 환경에서도(식재료 보관의 어려움) 쉐프로서의 자존심을 지켜가며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는 모습에서 프로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에 대한 물음의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보면 ‘먹기 위해 산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먹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즐거움을 충분히 대리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 안락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나의 삶을 감사할 수 있다.
살다보면 사는 게 지루하고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시 이 영화를 보리라.
그렇게 나의 영화 리스트에 당당히 저장될 영화이다.
언제 어디에서, 이 영화의 어느 장면을 플레이 하더라도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되리라.
특히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문턱에서 날이 더 추워지면 따뜻한 방에 앉아 이 영화를 보며 남극으로 떠나리라.
그래서 남극의 쉐프가 제공하는 따뜻한 식사 한 끼 먹는 행복한 상상 해보리.
#그냥에세이, #남극의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