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이다.
내일은 일어나자마자 남원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어서 마지막으로 남겨두었던 숙소 앞 경주엑스포로 향한다.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되기에 가방을 하나 챙겨들고 걸어간다.
들어서자마자 황룡사 9층 목탑을 음각한 건물인 경주타워가 가운데 떡하니 서 있다.
이 일대의 랜드마크라고나 할까?
보문단지에 랜드마크가 2개 있는데 하나는 황룡원이고 다음은 경주타워이다.
어서 전망대에 가고 싶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85m를 올라간다.
꼭대기 2개 층만 운영하고 있었다.
가장 높은 꼭대기는 전망대이고 그 아래층은 카페와 전시실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보문단지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동안의 경주에서의 생활이 풍경과 함께 눈앞을 스친다.
오늘밤이 경주에서의 마지막 밤이구나.
여행을 마치고 내일 아침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아쉽고도 서운했다.
여행은 항상 그런가보다.
설레임으로 시작하여, 일상이 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떠나야 하는...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가 그랬던가...
‘여행지에서는 그 곳에 사는 것처럼 여행을 하고, 사는 곳에서는 여행 온 것처럼 살아라.’ 라고...
여행을 길게 다니다 보니 이 말이 크게 와 닿는다.
경주엑스포는 여러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경주타워, 타임리스 미디어 아트, 솔거 미술관, 동해안 지질공원 자연사 박물관, 이스탄불 홍보관, 살롱 헤리티지, 어린이 놀이터, 첨성대 영상관을 방문하며 오후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두 가지가 있다.
미디어 아트에서는 성덕대왕 신종을 현대의 예술로 풀어내어 미디어 아트로 빛과 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보는 듯 했다.
과거의 유물을 소재로 하여(스토리텔링)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기술과 아이디어의 창의성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된 성덕대왕 신종의 종소리가 내 마음 깊은 곳을 울리며 우리 경주 생활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솔거 미술관에서는 남원의 김병종 미술관이 생각났다.
두 미술관은 참 많이 닮아 있었다.
한적한 지방의 소도시에 있는 두 미술관에서는 시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있었다.
오늘은 김대성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특히 한쪽 전체 벽면을 가득 채운 불국사라는 작품이 인상이 깊었다.
나와 아내는 그림 앞을 한동안 떠날 수 없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우리 문화재를 사랑하고 경주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엄청난 에너지와 노력이 들어간 작품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남원에 가면 이 솔거미술관을 생각하며 시간을 내어 김병종 미술관을 찾으리라.
남원에서 경주를 생각하고 추억하리.
[초3의 일기]
오늘이 경주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처음 왔을 땐 ‘언제 집 가나.’하고 생각했는데 벌써 오늘이 마지막이다. 처음에는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었는데 막상 떠나려니 아쉽다. 이 곳 경주에서 많이 배우고 추억을 많이 쌓고 간다. 경주 안녕!
#경주일기, #14일차, #경주엑스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