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모임
1. 일시 : 2024.9.23.(월)
2. 참석인원 : 6명
3. 선정도서 : 양귀자 작가 “모순”
4. 작가 및 책 소개
양귀자작가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소설가로, 1955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8년 단편 소설 〈다시 시작하는 아침〉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였으나 2000년이후로는 작품발표를 하지 않는다. 대표작으로는 《원미동 사람들》(1987년),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1989년),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1992년), 《천년의 사랑》(1995년), 《모순》(1998년)이 있다. 1987년 유주현문학상, 1992년 이상문학상, 1996년 현대문학상, 1999년 21세기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양귀자작가는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보편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또한, 인간의 감정과 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이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으로 인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 원미동 사람들과 같은 작품들은 교과서에도 실리며 한국 사회의 한 시기를 대표하는 중요한 문학적 기록이 되었다.
《모순》은 1998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132쇄를 찍으며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요즘 MZ들이 이 소설을 많이 읽고 있어 서점에서 다시 베스트셀러 코너를 장식한다고 하여 시대를 초월한 감성이나 인생의 교훈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이소설을 우리 독서모임 9월의 책으로 선정하였다. 《모순》은 삶에 대해 방관하고 냉소하는 25세 여성 안진진이 엄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사랑, 결혼, 가족에 얽힌 복잡한 감정과 삶에 대해 이해하려고 고민하는 과정을 닮고 있다.
- 줄거리
안진진의 가족은 평소에는 다정하지만 술만 마시면 집안물건을 부수고 폭력을 일삼다가 집을 떠나 한달, 두달, 1년 2년 이제는 5년째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가장의 폭행과 부재로 집안살림을 떠안게 된 엄마, 그리고 조폭을 꿈꾸는 동생 이렇게 넷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인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이것이 사춘기의 내가 삶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에서 보듯이 안진진은 살기 위해 휴학을 반복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목적없는 삶을 살다가, 어느날 문득 “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렇게 해야만 해”하고 선언한다.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라고 각성을 한다. 그리고 그녀는 결혼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삼고 두 남자를 만나며 선택을 위한 탐색의 길로 들어선다.
안진진에게는 일란성 쌍둥이이며 모습과 성향과 학교성적까지 똑같은 엄마와 이모가 있었다. 동일한 조건에서 살아오던 엄마와 이모는 결혼으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아버지에 이어 동생이 일으키는 갖가지 문제에 대해 7장-불행의 과장법 중 “어머니는 이 불행을 해결하는 데 온갖 신명을 다 내고 있었다. 부풀릴 수 있을 만큼 한껏 부풀려 놓은 불행에서 이처럼 맵시있게 빠져 나오는 어머니. 나는 진실로 어머니에 대해 감탄했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이런 모습에 진저리 치며, 이모와 정서적으로 더 가깝게 지내게 된다.
엄마와는 달리 이모는 계획적이고 자상한 건축사를 운영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모부를 만나 안정적이고 우아하나 심심하게 산다. 안진진 남매와는 달리 이모의 자녀는 공부도 잘하고 착하기까지 하며, 일찍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성공적으로 미국에 정착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가진 행복하게만 보였던 이모는 주체적 삶을 살 수 없었던 자신의 삶이 너무 무의미하여 자살을 하고 만다. 거듭되는 불행을 감내하고 극복하느라 힘겹지만 활력 넘치는 삶을 사는 언니 안진진 엄마를 부러워 하며.
안진진이 만나는 두 남자는 각각 아버지와 이모부의 이미지와 닮아있어, 두 사람을 탐색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엄마와 이모의 삶이 많은 영향을 준다.
결론은 행복과 불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것, 인간의 생각과 감정은 모순 투성이라는 것, 결국 어떤 불행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선택하기로 한다.
5. 나눈 이야기
*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기에 자신을 감추었던 김장우와의 사랑, 사랑이라고 여기지 않았기에 자신을 다 드러낼 수 있었던 나영규의 사랑.... 사랑은 솔직해야 한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고통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VS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 나의 고통을 감추어야 한다. 고통을 나눌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배가되는 것이다.
* 무책임한 아버지에게는 관대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고있는 어머니에게는 인색한 주인공.
사랑과 가족에게 묶일 수 없는 방랑자 아버지 자신은 원하는 삶을 살았을지 몰라도 나머지 가족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냥 도망간 거다. 그러나 주인공이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고 미워하지 않은 것은 그냥 본인이 편해지려는 것이다. 반면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억척스럽게 살아내는 엄마, 그 모습이 싫을 수는 있으나, 연민을 느끼지 않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 요즘 시대 나영규는 있을까?
모든 것은 다 갖춘 나영규가 아무 것도 볼 것 없는 안진진을 왜 사랑하는 거지? 의문이 든다. 요즘 시대 MZ중에 나영규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자가 남자의 조건을 보듯 남자도 여자의 조건을 본다 VS 안진진은 25세 젊은 여성이다. 자신의 가정환경때문에 자존감이 좀 낮긴 하지만 주체적이고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리가 분명한 여자다. 다 갖춘 남자가 굳이 여자 그 자체 말고 조건을 따질 필요가 있을까? 반대도 가능하다. 능력있는 여자는 자신이 맘에 드는 남자를 선택한다.
* 이책이 MZ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 있는 주인공의 여러 생각과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된다.
안진진은 사랑과 결혼사이에서 갈등하다, 현실적 안정감을 주는 나영규를 선택하는데 이것이 MZ 세대의 정서와 맞았던 것.
사랑과 결혼은 여전히 대부분 젊은 이들의 최대 관심사이고 당면 과제이지만 사랑=결혼이라는 전통적 가치는 사랑과 결혼은 별개일 수 있다로 변화하고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사랑도 결혼도 자신의 삶도 스스로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결정내린다. 주인공의 삶에 대한 깊은 사색, 갈등과 선택과정이 여성중심의 세계관을 형성해 가는 사회적 트랜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 또한 작가의 필력-간결하고 직관적인 서술방식이 젊은 세대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꿰뚫는 또는 인생을 바라보는 혜안을 제시하는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구절들이 너무 많다.
#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을 줄일 수만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뢰로 쉽다.
# 사랑은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하면 무조건 멈춰야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 달리기만 할 줄알고 멈출 줄 모르는 자동차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듯이 인생도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는 멈추기도 해야하는 것이었다.
#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