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금속공예의 선구자
김승희 작가
글 : 이문자 (전시가이드 편집장)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 디자인을 전공한 김승희 작가는 대학 3학년때 도자 수업을 하던 중 함석지붕 위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뙤약볕에 땀을 비오듯 흘리며 물레를 발로 차는데 더위에 지치기도 하고 허약한 체질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이건 내 적성에 안 맞아!” 이런 생각이 들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명동을 갔는데 외국잡지를 파는 헌 책방 앞을 지나치다 미국의 craft라는 잡지를 보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금속그릇을 접하는 순간 뭔가에 끌리기 시작하였고, 원하는 페이지를 책상 위 벽에 붙여놓고 감상하며 메탈 스미싱이라고 써있는 단어가 눈앞에 확대되면서 “내가 금속 작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 생각을 하면서 메탈스미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미국문화원 도서관을 찾아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금속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1970년 미국에서 가장 역사깊은 미술학교인 ANBROOK ACADERY OF ART”에 장학금을 받고 부푼 꿈을 안고 유학길에 올랐다.
희망과 기대를 품고 온갖 상상을 하며 시작한 첫 수업의 장소는 대장간이었고, 교수는 쇳덩이와 3키로가 넘는 망치를 주면서 두들기라고 했다. 도자기 수업을 못한다고 금속공예를 선택했는데 더한 강적을 만난 것이다. 기운이 없어 여기에서 어떻게 하든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운전도 못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타국에서 도망갈 길이 없어 선생님이 시키는 데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절,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한참을 두들기다 보니 어느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금속공예가 오늘까지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그 때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두들기던 눈물단지 작품이 이제는 보물단지가 된 것이다.
유학을 마치고 1976년 국민대학교에 교수로 부임하면서 현대적인 서양식 시설과 도구들을 최초로 도입하여 작업실을 설치하고 금속공예의 현대적인 수업방식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도자기가 대중화되던 시절이었지만 김승희 작가는 금속의 강점을 알렸으며, 세월이 흐르면서 금속공예의 선호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금속으로 그릇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명보랑 초대로 그릇전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명보랑(대표 남기숙)에서는 금속공예관련 작가들을 모아 티스푼전시를 진행하며 “오후의 만찬”이라는 주제로 아침과 점심, 저녁으로 섹션을 나누어 테마별로 전시를 기획하여, 김승희 작가는 저녁 테마로 저녁생활식기를 선보였다. 한식 구절판, 주발, 수저 반상기 등 저녁에 관련된 생활식기를 선보여 많은 호응을 받았다.
장인이 되는 것보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87년도를 접어들면서 금속작품인 식기를 떠나 오브제를 기획하여 터닝포인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그릇을 만들면서 바닥 작업을 할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작가는 “하염없는 생각”이라는 설치작품으로 밑을 메꾸지 않은 작품, 물이 새는 작업으로 밑빠진 독 밑이 뚫리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전시회 준비를 하면서 새로운 시도로 재미있게 보여주고자 브로치를 작업하여 작품과 함께 전시장에 내놓았는데 전시가 오픈하기도 매니아들에게 완판되기도 하였다.
94년도에는 구기동에 크래프트하우스라는 공예화랑을 만들어 작가들과 협업하여 작품을 선보였으며, 작품을 선호하는 매니아 층이 많이 있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작가는 금속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으로 합금을 꼽았으며 많은 연구를 거쳐 은에다 금을 붙이는 금부 기법으로 전통기법을 접목하여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는 경우도 있었다. 작가는 디자인적인 감각을 제공하고 업체와는 전통기법을 공유하면서 작업을 하다보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다.
금속은 산화를 시키면 모든 색이 다 나온다. 도자기의 유약이 다 금속산화물로 도자기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금속 산화물의 색이 다나와 채도는 낮은편이라 옻칠을 하면 채도가 높다. 그래서 옻칠을 배웠다. 공예인이라면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속에 접목되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 정신적으로 일깨워 주어야 하고, 역사성과 전통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는 작가는 옻칠을 배워 전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작업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다.
2012년 대학교수로 퇴임하고 현재는 문화명소인 종로구 서순라길(종묘 돌담길 소방문 앞)에 금속 공예갤러리 및 카페를 겸비한 소연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1층 카페에는 김승희 작가의 작품 및 금속작가들의 작품이 상설전시 되고, 지하 전시장에는 전시를 원하는 작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소연 카페는 작가가 인테리어를 직접 구상하여 클라식 모던으로 디자인하였으며, 버리는 자개를 이용해 카페의 일부를 장식하면서 인테리어 자체도 공예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김승희 작가는 종로의 서순라길을 전통이 어우러진 공방거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재료 공구 등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는 이곳 거리를 금속공예와 공예거리로 발전되기를 원하여 공예협의체를 만들어 우리나라의 우수한 공예를 세계에 알리자는 의미를 두고 있다.
너와 나의 풍경2020_김승희 금속공예와 채색 옻칠의 만남
2020. 11. 12 – 11. 29 두가헌 (T.02-3210-2100, 삼청로) (월요일 휴관)
글 : 김승희 작가노트
금속작업을 하면서 늘 채색과 접목해 보고 싶었기에, 작년 겨울 우연히 만나게 된 최종관 채화 옻칠 명장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너와 나의 풍경2020’을 발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 채색 옻칠은 서양적 채색작업에 비하면, 매우 비효율적인 채색 방법인 것은 분명히다. 우선 재료비가 비싸고, 보관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옻에 앨러지가 있는 사람은 접근조차 힘들어서 작업이 불가능하다. 옻칠은 일반적 상식과 정반대로, 말리는 과정에 습도가 있어야만하고,온도에도 민감 합니다. 옻칠 과정은 매우 섬세하고, 까다로워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하여서는 많은 시행착오에 시달리게 됩니다. 연습과 습작을 반복하고, 발색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내하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옻칠장인들은 발색과정을 ‘옻색이 핀다.’로 칭하고, 보통 6개윌에서 3년정도라고 경험담을 정리한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한번 옻칠의 세계에 빠지면 점점 더 그 신비의 세계로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에 내가 체험하면서 확신하게 된 것이다. 옻칠하고 나서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실망하고 포기한 상태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언제 이런 칠을 했을까 하고 새로운 작업으로 그 채색이 보이게 되는 경우를 종종 격으면서, 감탄과 감격의 희열을 맛보고, 결과적으로 옻칠의 마력적 색감에 끌려서, 지처 있던 몸과 마음이 다시 힘을 얻게 된다. 작품의 주제는 지금 까지 내가 발표해왔던 ‘그릇이 있는 풍경’의 연장선에서, 그동안 금속 산화 기법(patination)으로 착색 해오던 것을 금속판재 표면에 채색 옻칠로 새로운 시도를 한 것 이다. 금속 구조물의 장점을 활용하여서, 채색 옻칠의 다양하고 높은 채도감을 앞면과 뒷면의 배치로 입체감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김승희 | Seung Hee Kim
현 : 국민대학교 명예교수
작가 장신구 브랜드 ‘소연’ 대표작가
학력
1965 숙명여자 중, 고등학교 졸업
1969 서울 대학교 미술대학 응용 미술학과 졸업
1971 미국 크랜브룩 미술대학 수학
1973 미국 인디아나 대학교 미술 대학원 금속공예 전공 (M.F.A 취득)
1976 국민 대학교 전임 교수 조형대학 금속공예 전공 개설 (36년 재직)
금속과 나눈 50년
1970년대 _그릇만들기
1980년대 _풍경이 담긴 그릇
1990년대 _민화 그리고 금속으로 그린 풍경
2000년대 _예술 장신구-작지만 큰 이야기
수상
2008 알마 아이커만상 (더 메이커스, 미국)
2007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 대통령 표창상 수상
2006 제 18회 목양공예상 수상
1995 제6회 석주미술상 수상
1988 ·88 한국공예가협회상 수상
1973 전미 은기공모전 입상 (미국 뉴욕)
개인전 21회
2018 김승희7080전 갤러리 작은자연 소연
2017 김승희-금속으로 그린 풍경, 스페이스 예나르 제주
2015 김승희-다시보는 풍경전 한국미술관
2013 김승희 브로치전 동행-선화랑 초대전
2010 일본 도쿄 교갤러리 초대전,2009 JJF 일본 국제 주얼리페어 초대 출품, 김승희의 풍경 30년 (2006 선화랑 초대전), 2004 KCDF 예술의 전당등
그룹 초대전
2017 선화랑 40 주년 기념전
2016 Power of Gentleness
2015 여성, 그 다름과 힘- 그리고 20년, 한국 미술관(용인)
2011 한-호 수교 50주년 기념전-장인 정신, 한국의 금속공예, 호주 시드이 Power House Museum 등 국내외 초대전 200여회
작품 소장(공공기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시립 미술관, 호암미술관, 청와대, 워커힐 미술관, 서남 미술관, 동아 미술관, 한림 미술관, 익상 보석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