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학교 운동장의 초록 풀도 너무 파릇파릇했다.
그래서 갑작스레 졸업 사진을 찍자고 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졸업 앨범은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업체에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만든다.
앨범 자체 제작 3년차다.
평소 학교 행사가 있으면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월별 날짜별 폴더에 모아 12월이 되면 한글로 편집하여 출판사에 출판을 의뢰한다.
보통 업체에 맡기면 두꺼운 종이로 20페이지 정도의 앨범 한 권당 40,000원~50,000원 정도 하는데 학교 자체적으로 제작을 하면 15,000원을 넘지 않는다.
작년에 만든 앨범은 286페이지의 책자로 3월부터 12월까지의 학생 활동 사진과 학생 작품 및 글들을 수록하였다.
가격도 12,000원으로 다수의 부수를 찍어 교사, 학생, 학부모님들까지 다 나눠줄 수 있었다.
혹시 이에 대해 궁금하거나 제작 샘플이 필요한 선생님이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공유할 수 있다.
내가 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이 앨범 작업을 계속할 것 같다.
보통은 3학년 담임이 하는데 그냥 내가 하는 걸로.
일이 사람 따라가면 안 되기는 하지만, 그냥 하던 사람이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올해는 내가 3학년 담임이기도 하다.
하여 오늘 운동장 한가운데 의자를 가져다 놓고 학생들을 모두 불러 운동장과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개인 사진을 찍는다.
갑작스레 사진을 찍자고 하여 여학생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였지만 그냥 지나가기에는 날이 너무 좋았다.
다음에 또다시 한번 찍는 것을 약속하고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여러 번 찍어서 더 좋은 사진이 나오면 그것 중에서 졸업 앨범에 들어갈 사진으로 최종 선택하기로 약속했다.
나는 좋은 카메라가 없기도 하고 사진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내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누구는 DSLR로 찍기도 하는데 스마트폰으로 찍고 약간 보정을 하면 충분히 예쁜 사진이 나올 수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학생들 사진을 찍고 수업이 없는 시간에 편집하여(자르고 보정) 올해 졸업 앨범의 개인 사진 자리에 넣는다.
보통 나는 한꺼번에 작업하지 않고 그때그때 사진을 편집하여 한글 파일에 끼워 넣는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한글 파일은 A5 크기로 하여 매일의 학교 일상을 3월부터 현재까지 사진과 글로 기록하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12월이 되면 학교의 기록으로 출판되지 않을까 싶다.
사진을 다 찍고 교실로 들어가면서 학생들의 모습과 학교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사진을 찍고 편집하여 이를 어플을 이용해 사진에서 그림의 형태로 변환해 보았다.
더 운치 있고 따뜻해 보인다.